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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나 진화의 경계를 넘어왔다. 돌을 갈아서 도구를 만들던 순간부터, 불을 다루며 자연을 길들이던 시대를 지나 하늘을 날아 우주의 탐구하기까지. 이제 인간은 스스로 생명을 창조하고 지능을 설계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흐름을 관통하는 하나의 선언으로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제시한 개념, 바로 `신이 되려는 인간`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 진화를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의 흐름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등장할 새로운 존재, 호모 데우스를 이야기한다. 이는 단순한 진화의 연장이 아니다. 인간이 더 이상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자연을 설계하는 주체로 전환되는 단계다.
오늘날 우리는 이미 그 문턱에 서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고, 생명공학은 유전자를 편집하며, 데이터는 인간의 행동과 감정을 예측한다. 과거 인간이 신에게 맡겼던 영역인 생명, 창조, 예측 등이 이제 인간의 손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다. 존재의 정의가 바뀌는 사건이다.
인간은 오랫동안 직립 보행하는 존재,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 생각하는 존재 등으로 정의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인간은 `설계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수정하는 존재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인간을 정의할 것인가? 유전자를 편집해 더 뛰어난 신체를 가진 인간, 인공지능과 결합해 확장된 지능을 가진 인간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같은 인간인가? 아니면 이미 다른 존재인가? 기술은 미래로 빠르게 나아가지만, 윤리는 여전히 과거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명확했다. 인간이 질문하고 인공지능은 답했다. 인간이 명령하고 인공지능은 수행했다. 그러나 이 관계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
다가오는 AI는 단순한 수행자가 아니라 `질문을 재구성하는 존재`가 된다. 인간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기 전에 인공지능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먼저 제안한다.
정책 결정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의료에서는 가장 생존 확률이 높은 치료를, 개인의 삶에서는 가장 높은 만족을 줄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때 인간은 선택하는 존재로 남아 있지만, 그 선택지는 이미 인공지능에 의해 설계된 상태다.
여기서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등장한다. 생명과 윤리 도덕을 그리고 정책을 누가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다. 겉으로 보면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선택의 틀이 이미 구성되어 있다면, 그 결정은 온전히 인간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를 통제의 주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은 늘 환경과 정보의 영향을 받아왔다. AI는 그 구조를 극단적으로 정교하게 만든다.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안전한 선택 앞에서 인간은 점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인간은 선택했다고 믿지만, 그 선택은 인공지능에 `설계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통제의 개념은 흔들린다.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주체인가, 아니면 `선택의 틀`을 만드는 존재가 주체인가.
AI가 인간을 직접 지배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판단 구조를 설계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지배일 것이다.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다. AI는 계산할 수 있지만,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이 인간다운가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 질문들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에 남아 있다.
호모 데우스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강력한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기준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효율이 인간다움의 기준인가, 아니면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인간다움인가.
만약 인간이 모든 판단을 AI에 위임한다면, 인간은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라 의존하는 존재로 변할 것이다. 반대로 인간이 AI를 도구로 유지하려 한다면, 그 도구를 통제할 수 있는 윤리와 철학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인류는 자연을 극복하며 진화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을 넘어서는 존재`를 인간이 스스로 만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호모 데우스의 시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신에 가까워질수록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AI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게 되돌려줄 뿐이며, 인간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또 미래를 인공지능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 AI는 제안하고, 인간은 선택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진정 인간의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끝까지 남게 될 것이다. 결국 진화의 마지막 단계는 기술과 효율이 아니라, 자기 인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