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지영 작가를 고 3 겨울 때 알게 되었는데요
그 당시 공지영 작가가 썼던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라는 책이 인기를 얻게 되어서
유명해졌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언젠가 강연회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었는데
공지영 작가가 말을 잘하는 걸 떠나서
그녀의 총명함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아래는 작가가 하동으로 내려가면서 쓴 산문집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에서
제게 와 닿았던 내용들을 조금 옮겨보았습니다.
가톨릭 피정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
피정이란 여러 종류의 것이 있는데
대개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기도하고 강연 듣고 혼자 침묵 속에서 기도하는 그런 과정을 말한다.
첫 강연 시간에 신부님이 물으셨다.
"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좀 묻고 싶어요.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오셨나요 ?
나 자신이 문제가 많다고 느끼셔서 오신 분 , 손들어 보세요. "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 그럼 먼저 남편이나 시어머니 혹은 자녀의 문제로 오신 분 , 손들어 보세요. "
3분의 2 정도가 손을 들었다.
신부님께서 주변을 둘러보며 말씀하셨다.
" 이 피정을 통해서 남편이나 아이 , 시어머니를 바꾸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 일어나 나가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 도움도 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여기 오신 당신들뿐입니다. "
일순 엄청난 침묵이 우리를 짓눌렀다.
" 물론 한 가지 숨은 진실은 있습니다.
여러분이 변화하면 여러분의 주변 사람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관계는 레고의 요철과 같아서 여러분의 돌출된 부분과
그들의 오목한 부분이 서로 맞아 관계가 이루어져 왔을테니까요.
여러분이 여러분의 요철 모양을 바꾸면 그들은 그 관계를 끝내거나 아니면
당신의 새로운 요철에 따라 자신들을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제가 이런 일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 관계 , 그 사람의 현재에는 어느 정도 여러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제가 지금부터 하는 강의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
--------------------------------------------------------------------------------------
어떤 신부님께서 질문하셨다.
" 사랑의 반대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
나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 사랑의 반대말은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 무관심한 것도 아니고 ,
' 이용한다 ' 입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졌고 , 행해지고 , 행해질 수많은 악들이 떠올랐다.
" 외로워서 , 욕정을 풀기 위해 , 돈이 없으니까 , 먹고 살기 어려워서 ,
남이 얕보니까 , 집안일을 위해 , 허전하니까 ,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 네가 필요해 "
혹시 우리는 이래왔던 것은 아닐까 ?
우리가 그 사랑을 믿어 의심치 않는 부모마저 가끔 그 자식에게
" 네가 가면 나는 어쩌란 말이냐
나는 아프기까지 하단다. "
하며 아이를 잡아 둔다.
그들의 관심은 아이의 성장 , 자신의 성장 , 서로의 성장이 아니다.
그들의 관심은 스스로의 이기적인 감각이다.
그 신부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 설사 , 내가 이렇게 아프더라도 ,
설사 , 내가 이렇게 손해를 보더라도 ,
네가 성장하는 길이라면 그것을 응원해 ..... "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실한 사랑에 도달한다고 .....
물론 이 말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사랑은 강한 사람이 한다.
사랑과 희생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하는 것이다.
건장한 청년이 할머니를 구하다가 사고를 당하며 하는 것이다.
오빠를 위해 네가 공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와라 , 는 진정한 사랑의 희생이 아니다.
내가 바쁘니까 당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있어 , 라는 것도 꼭 사랑은 아니다.
어머니가 기찻길에서 위험에 처하자 아이를 두고 혼자 살아나와
" 그 아이가 나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 " 라고 말하는 것을 본 일은 없지 않은가 .....
약한 자가 희생한다는 것은 그저 희생물이 되는 것 뿐이다.
전쟁이 났으니 네가 위안부로 끌려가야겠다 , 가 전혀 사랑과 무관한 것처럼 ...
그렇다. 그렇다.
그것은 강요이고 그것은 세뇌이며 그것은 폭력일 뿐이다.
사랑의 희생은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
전적으로 더 강한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랑의 정점에 전지전능한 신이 있다는 것이 그래서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랑은 아픔을 허락하는 것이다 ... 라는 말을 이해했던 것은
내가 엄마가 되고 난 이후였다.
불광동 성당에서 강연을 하는 공지영 작가 (2015년)
이 날 강연에서 담배를 끊게 된 기이한 영적 체험을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첫댓글 공지영 작가님의 강의를 직접 들으셨군요. 부럽습니다.
어떤 면에서 총명하다고 느끼셨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배우고 싶습니다.
네 ~ 강연을 직접 들었지요
단순히 말을 잘하는 화술이나 지식이 많은 것과는 다르게
보통 사람들보다 영민하시다고 느껴졌어요
좀 놀라울 정도로요 ~
작가니까 당연히 책은 많이 읽으셨겠지만
그것과는 다른 순수한 명민함이랄까요 ...
정보원님 ~ 제 표현력이 부족한 점 양해해 주시구요 ~ ㅎ
공작가님이나 정보원님이 지니신 혜안을 가질려면
아마도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