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8개구단 최고의 선발 투수진으로 최근 8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후반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스타 휴식기 이후 기아가 올린 성적은 25승9패2무. 특히 8월에는 19승4패2무로 8할이 넘는 무서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집중력이 높아진 타선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 임무를 톡톡히 해주는 든든한 선발진이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 이후 기아가 거둔 25승 중 선발 투수진이 거둔 승리는 모두 19승. 8개 구단 중 단연 1위다.
특히 8월에 기아가 치른 25게임에서 선발 투수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은 단 5번뿐이다. 그 중 두 번은 구원투수진이 승리를 챙겼다. 나머지 20게임에서 선발 투수는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그 중에서 17번을 승리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뿐만 아니라 속도 알차다. 후반기 선발 투수진의 방어율은 3.13으로 이 기간 2위를 기록한 두산의 3.49보다 월등히 높다.
이처럼 기아가 선발 왕국의 힘을 보여준 것은 '김진우-최상덕-다니엘 리오스-마이클 키트 존슨-강철민'으로 이어지는 5선발 모두가 제 몫을 해주고 있다는 증거다.
올해로 데뷔 2년째인 김진우는 지난달 5게임에 나서 모두 퀄리티피칭을 기록하며 3승1패 방어율 1.47로 다른 구단의 '공포의 대상'으로 떠 올랐다. 3승 중 2승이 완투승이고 그 중 한번은 완봉승이다. 시속 150㎞를 웃도는 묵직한 직구에 낙차 큰 변화구를 섞어 던지고 마운드에서 타자를 대하는 능숙함까지 물이 올랐다. 삼성 이승엽이 "직구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커브를 갖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최상덕은 지난달 23일 광주 현대전에서 4.2이닝만을 던진 뒤 오른쪽 팔꿈치 건초염으로 올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사실상 마감했지만 올 시즌 11승5패(8월 2승 무패) 방어율 3.56으로 김진우와 함께 국내선수 원투펀치로 기아 마운드를 지켰다.
리오스도 8월에 3승1패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랐고 4선발인 존슨은 국내 데뷔 초반 부진을 씻고 최근 기분 좋은 4연승을 달렸다. 5선발 강철민도 시즌 4승 중 8월에만 3연승을 거두며 힘을 보태고 있다.
선발 투수진이 제 몫을 하면서 어깨가 가벼워진 것은 불펜들이다. 이강철 신용운 등 잦은 경기 출장으로 피곤했던 중간 계투진이 부담을 덜었고 마무리 진필중의 부진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가 돼 버렸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듯 투수진, 특히 선발 투수들이 자기 몫을 해주면 팀이 잘 나갈 수밖에 없다.
7월 말 4위 자리까지 위협받던 호랑이의 3위 굳히기는 물론이고 8월 31일 현재 2위 삼성에 3승 차로 따라붙으며 무서운 기세로 포효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