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여름이었습니다. 친구 아버지의 차를 세차한 뒤 땀에 흠뻑 젖은 친구들과 나는 깨끗한 차를 몰고 바람을 쐬러 갔습니다. 그런데 커브 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논두렁으로 세 바퀴나 굴러 떨어지고 말았지요.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도 차를 망가뜨렸다고 혼날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우리는 그 길로 무작정 줄행랑을 쳤지요.
운동복에 슬리퍼 차림으로 우리는 대전까지 갔습니다. 한 명은 용케 일자리를 구했지만 나머지는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일을 얻지 못했습니다. 친구의 숙소에서 이틀 정도 지냈는데 돈은 떨어지고, 주인에게 들킬까 봐 무섭고, 생활은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저희는 다시 학교 근처로 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돈을 갖고 나온다던 친구가 부모님들에게 연락하는 바람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차는 폐차를 시켰고, 운전한 친구는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다고 하더군요.
학교로 돌아간 우리는 오전에는 반성문을 쓰고, 오후에는 교내 봉사활동을 하며 3일을 보냈습니다.
하루는 호박씨를 심으라고 해서 학교 뒷산에 올랐는데 점심때가 되니 한 친구가 산에서 자장면 한 번 먹어 보고 싶다더군요. 그때 같이 일하던 후배가 산 속이라 배달이 안 될 거라며 자신이 사오겠다고 선뜻 나섰습니다. 자장면 먹을 생각에 우리는 돈을 모아줬지요.
올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후배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거진 포기하고 나무 그늘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때, 온 몸에 땀을 흘리며 헐떡이며 돌아온 후배는 선생님을 피해 산을 돌아오느라 늦었다며 빌려온 철가방에서 자장면을 꺼냈습니다.
그릇 가득 퉁퉁 불어 터진 자장면이었지만 산 속에서 몰래 먹는 자장면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서른이 다 된 지금, 친구들은 그때 일을 기억이나 할는지.
얘들아, 우리 언제 학교 뒷산에서 다시 한번 자장면 시켜 먹어 보자!
갈동근 / 충북 청주시 남문로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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