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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하 주차장 출입문부터 내릴까요?’ 이제 막 어둑어둑해진 저녁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교육청 숙직 근무. 우리는 2인 1조로 구성된 여직원으로 밤새 청사를 잘 지켜내야 하는 사명감으로 불타올랐다.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지하 주차장 폐쇄. 주차장에 모든 차량이 출차한 것을 확인하고 전동 출입문을 내리는 것. 어두워진 지하실로 내려가서 조명등 스위치 위치도 익숙하지 않아 스마트폰 조명에 의지한 채 조작 버튼을 겨우 찾았다. 드디어 지하 주차장이 안전하게 잠겼다.
다음으로 청사 내 모든 사무실에 들어가 전기 화재 위험은 없는지 눈으로 살펴보고 점검하고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증축한 신관은 디지털 잠금장치라 열쇠 대신 카드키가 필요했다. 바쁜 업무로 야심한 늦은 시각까지 초과근무를 하는 부서가 있어서 23시 이후에 사무실 점검을 시작했다. 맨 꼭대기 층부터 점검하면서 복도 조명을 꺼 가며 내려왔다. 어두운 계단을 내려오려 발을 디디는 순간 무서움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어두운 연결통로를 지나 아무도 없는 고요한 다목적 강당을 둘러보며 점검하는 순간에는 마치 거대한 동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높은 층고와 넓은 공간을 자랑하는 강당은 밤이 주는 적막함과 더불어 스산함마저 감돌았다. 같은 공간인데 낮과 밤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체감하였다. 가끔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숙직자들이 전해준 괴담이 떠올라 공포심을 느꼈다. 하지만 숙직자 두 명이 꼭 붙어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순차적으로 사무실 점검을 마치고 나니 조금씩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층 한층 내려오면서 1층에 있는 환한 당직실에 가까워지자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짝꿍이 없었다면 무서워 못해 낼 숙직이었다.
이제 청사 내 모든 직원이 퇴실하였고 세콤 경비를 작동시켰다.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겼다. 밤새 소방시설 경보가 안 울리기를 기도하면서 지친 몸을 침대에 맡겼다. 숙직실 내부는 잘 정돈된 침구와 쾌적한 화장실에 샴푸와 바디워시도 잘 비치되어 있었다. 드라이기까지 완비되어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 짝꿍이 청사 경비 해제와 옥외 지상 주차장 차단기 작동을 미리 해둔 덕분에 여유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었다. 배달 온 신문들을 부서 배부함에 나누어 넣을 무렵 급식소 식재료 납품차가 들어왔다. 지난밤이 어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하룻밤 숙직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래도 별일 없이 무탈하게 청사를 지켜냈다는 뿌듯함으로 마음이 흐뭇했다.
출근하는 남자 직원들을 마주하며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그동안 남직원의 숙직 근무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겨우 하루 체험을 했을 뿐인데 남성분들이 모두 대단해 보였고 존경스러웠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짧은 주기의 숙직 근무를 묵묵히 견뎌냈다는 것은 사명감과 의무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숙직으로 고생해 준 분들께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해부터 여직원 숙직제 도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사전에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시범적으로 희망 여직원 숙직을 추진한 부서에도 감사한 마음이다. 여직원 전용 숙직실 공사뿐만 아니라 침대와 침구도 새로 마련해 주어 숙직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까지 놓치지 않아 고마웠다.
1949년 도입된 국가공무원 당직제도가 76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는 소식이다. 매년 1,171개 기관에서 약 57만 명의 국가공무원이 수행하는 당직제도가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면 개편되는 내용이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당직제도 개편을 특별성과 우수사례로 선정하여 포상한다고 밝혔다. 재택·통합당직 확대 및 인공지능 당직 민원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근무의 효율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로 포상금 7백만 원을 지급했다.
주요 내용은 재택당직 전면 확대이다. 무인 전자경비 장치 또는 유인 경비시스템, 통신 연락 체계 등을 마련한 기관은 재택 당직을 적극 도입할 수 있게 된다. 통합 당직도 대폭 개편된다. 복수의 기관이 동일 청사 내에 있거나 인접 위치에 있을 경우 각 기관에서 당직을 따로 운영할 필요 없이 협의해 당직근무를 통합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 민원 응대를 도입하고 소규모 기관의 당직은 감축한다. 민원 응대의 효율성을 위해 야간 휴일에 전화민원이 많은 기관은 인공지능 당직 민원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정부 차원의 국가공무원 당직 개편이 안착되면 지방 공공기관도 확대 적용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중에 여직원 숙직 시범제를 경험한 기회는 성평등 문화를 온몸으로 체화하게 된 계기였다. 주 1회 목요일 여직원 숙직 근무로 인해 4주에 한 번 정도로 돌아왔던 남직원의 숙직 주기가 조금은 완화되었다는 평이다. 여성 공무원 비율이 많은 교육계와는 반대로 남성 경찰관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경찰서의 경우 여경 당직 근무는 다르게 운영되었다. 일과 후부터 자정까지만 여경 당직이 이루어지고 자정부터 새벽까지는 남자 경찰관이 교대하여 숙직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처럼 남녀 성 비율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되는 당직 근무는 성평등 문화로 접근된다. 기관의 실정에 맞는 최적의 안으로 합의되어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숙직 문화가 안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