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인간은 굉장히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모든 정보를 직접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일일히 직접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주로 2차 자료를 가지고서 그 것을 1차적 사실이라고 주장하거나, 혹은 믿음과 신뢰에 기반해 사건의 본질이나 전망을 '기대'합니다. 아무리 많은 기사를 근거로 하든 그 것을 본인이 1차적 원천 자료나 편집이 없는 자료를 직접 독해하는 것이 아닌 이상 2차 자료입니다.
그러다보니 대개의 경우, 인간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 자체를 직접 조사하지 못하거나 안합니다.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결론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것을 우선 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언젠가 저는 미국과 중국 중 누가 먼저 발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종류의 사건이 발생하면, 그 진실이 무엇이건 각자 필요한 주장과 말들을 쏟아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크고 중대한 이해관계가 달린 사건일 수록 당사자들은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큰 사건들의 실체를 개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답하기를 누가 먼저 쐈는가 보다는 사람들이 누구의 말을 더 믿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인망을 쌓고 좋은 이미지로 자신이 대표되는 것은 국가 경영이나 개인의 행위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고요.
당연히 평소 미국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은 중국 측 시각에 더 무게를 두고 사건을 볼 것이고, 중국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은 중국이 맞을 짓을 했겠다고 생각하면서 사건을 이해할 겁니다.
진실과 상관없이 말이죠. 특히나 사회에서 나름 자리를 잡았거나, 자리를 잡기 위해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20대 학생들과 사회인/전문직들은 더더욱 더 2차 판단과 정보에 의지해서 세상을 보기 쉽습니다. 타인의 시각과 정보를 자신의 판단이라 착각하는 것도 당연히 쉽습니다.
그러면 다시 주제로 돌아와 봅시다.
조국 장관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화두입니다. 이 문제의 본질을 조금 더 차갑게 정리하지 않으면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될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예와 같이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말들을 쏟아낼 것이니까요.
그러니 지금 어느 진영에 있던지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이번 조국 장관의 가족 의혹 중에서 딸의 경력 관리와 논문저자 문제와 같은 사안은 현 정부에 대한 믿음을 훼손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책적으로 문재인 행정부는 기대할 점이 많고 업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사안 하나 하나를 다 냉철히 추적하기 어려워 하는 동물입니다. 그보다는 그래서 자신의 처지가 나아졌는지, 그 것을 체감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고.
사회적 다수가 구원받았는지 보다 내가 구원받았는지,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는지로 확신을 얻어내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사건을 이해할 때 본인이 가진 믿음의 지표에 따라 나름의 판단을 합니다. 직접적인 증거와 관계가 어떠하든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이국종 교수님이 오청성을 실제로 집도했는지 안했는지 1차 영상기록이나 참관을 한 것이 아님에도 당연하게 이국종 교수님이 집도해서 살린 것이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그럴만한 분이라고 판단할 만한 역사가 있었고, 그 분의 영리한 쇼맨쉽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국 장관 딸의 문제는 조국 장관 본인도 사실상 변호를 제대로 못해낸 사안입니다. 유죄 무죄, 합법, 비합법 문제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의 믿음과 신뢰를 회복하기에 충분할 수 없는 답변이었습니다.
이 사안은 성실하게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온 사람들이나, 자녀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 몰아야 하는 부모들 입장에서 정말 아프게 다가올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 혹은 그 정치세력을 믿고 지지해온 일부 사람들 입장에서, 자신들의 믿음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징표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이는 정치의 영역에서 분명 경계해야 하는 일입니다.
불공평한 특혜가 있었는데, 당연한 응징이 없다고 이해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 사안은 자신들이 다른 사안에서도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안에서 본인들이 보기에 정의를 실현하지 않았으면 다른 사안 역시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보기 마련입니다.
경력 때문에 취직이 막히는 준재들이나,
학업에서의 정직한 노력을 하며 두려운 미래에 맞서는 학생들 입장에서 이 사안을 보면 그리고 그 사안의 관계된 사람이 정부의 핵심 아이콘이었다면,
당연히 지지가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지지가 흔들린다고 어리석다고 하거나, 본질을 몰라서 그렇다고만 한다면,
이렇게 흔들리기 시작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겠습니까?
정치도 현실도 사극이나 드라마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의 스토리 텔링이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그 세상이 잘못되었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세상 따윈 없습니다. 단지 영향과 역할을 주는 사람들이 얽혀서 하루의 역사를 결정지을 뿐입니다. 솔직히 세상이 바람직 한지 아닌지는 대개의 사람들에게 잇어서 그 세상이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에 달려있을 뿐입니다.
주인공의 스토리를 받쳐주지 않거나 방해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어떤 사건이나 사실의 영향력이나 여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좋아하는 주인공의 적이라 해서 주인공보다 낮은 능력이나 역량을 가지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조국 장관 문제를 어떤 입장에서 바라보던지.
지지를 하건 비난을 하건.
대의로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의를 상대도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내가 납득했다고 해서 상대가 납득하기에 충분한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정치에서의 지지란 유감스럽게도 올바름의 문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대변할 수 있는지 없는지, 혹은 그렇다고 믿어지는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한민국의 진보진영은 올바르다는 믿음 때문에 오만해져서, 보수(극우)진영은 이해관계 때문에 다수를 대변하지 못하거나 다수를 현혹하다가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분명 경계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믿음은 논리의 문제이자 감정적 결과의 산물입니다. 둘 다 달래고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상처만 남을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믿음이란 꺾는 것이 아니라 물들이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인간은 그 누구도 정의를 대변하지 못합니다.
만약 자신이 정의를 대변하고 있다 믿는다면 자신을 신이라 믿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특히나 역사는 자신이 정의를 대변한다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도구'로서 이용당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럴 때만큼 도구가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일하면서 두서없이 적은 글이라 논지가 오락 가락 합니다. 그냥 이해해 주십시오.
첫댓글 지금 적어두는데 저는 문재인 행정부를 지지합니다. 문재인 행정부는 외교/군사/안보 분야에서 이 전 어떤 정부보다도 많은 일 들을 이루어가는 편입니다.
더 나은 능력과 역량 대안을 제시하는 정파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지는 유지될 것입니다.
다만 동시에 저는 문재인 행정부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점. 권력 누수와 위기를 관리할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역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진짜 지지자라면 우선 내가 가진 믿음부터 의심해야 합니다.
의외로 인사관리 등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는 것이니 관찰과 파악 대응은 있어야 합니다.
요즘 [20세기 국제정치와 투키디데스] 라는 로버트D.카플란 책을 읽고있는데,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의 부족 때문에 그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인간의 욕심은 무한히 끝이 없는거라는 책의 표현이 문득 와닿는군요.
좋은 구절이지요. 사실 미래라는 것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적응하고 관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전 정부에 비해서 나을 줄 알았는데 나은 점이 없다는 얘기는 아마 사람마다 중요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 나아지지 않았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선에 대해 쉽게 얘기하지만 사람마다 선의 기준이 다르니 어떤 선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겠죠. 모든 부분에서 나아지는 건 불가능하니 (절대적 선악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방향으로 동시에 갈 수는 없겠죠) 답답한 토의가 이루어지기 전 자기가 뭘 원하고 어떤 가치를 지켰는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게 건전한 토론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정이 격해지는 부분은 몇몇 분들이 서로를 혹은 저를 머리가 깨져 뇌가 온전치 못한 특정당 맹목적 지지자로 볼 때 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것을 지지할 때는 항상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서로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어서 대화를 합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서로 당장 바뀌지는 않아도 자기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걸 인식하는 것 만으로도 이후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생각의 변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냥 서로를 맹목적 지지자로 폄하하면 대화를 할 수 없고 어떤 영향도 생기지 않고 그저 서로 감정만 상할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그 동안의 논쟁을 보면서 저에게 증오 비슷한 것이 피어올랐는데, 이 글을 보니 정신이 번쩍드네요.
상대를 미워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전투에 있어서 철칙이지요.
반성하고 자숙하겠습니다
자숙이라니요.
그냥 여유를 두시면 될 듯 합니다...
애초에 구경하는 사람님에 대해 드린 말씀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적은 것입니다.
(흐뭇)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드립니다!
공감합니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좀 정리가 되네요
저도 감사드립니다!
기존 수구기득권의 저항과 관습 사회구조. ...대통령하나 바꿨다고 다 못한다는걸 모르는곤지...그럼 민주세력이 장기집권해서 또 바뚸야함...
언제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특히 너무나 많은양의 정보가 아주 다양한 루트로 시시각각 내 앞을 지나가는게 현실인데 그 중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게되는, 그래서 제대로 된 검증이나 숙고없이 어떤 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게 되는게 아닌가 싶네요. 스스로 생각하는건 좋으나 밖으로 얘기할땐 항상 조심해야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