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중앙, 은숙 님)
인걸은 가고 오더라도..
삶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모임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불로문(不老門)이었다.
창덕궁 후원 연지(蓮池)에 들어서려면 불로문을 지나야 하는데
바로 그 불로문의 글자체(전서체)와 모형을 빌려 만든 문인 듯했다.
생명을 이어나가는 동안엔 왕후장상이 아니더라도
범부 필부 모두 불로장생을 꿈꾸게 마련이다.
불로문에 들어서며 늙지 않길 바라는 마음
자연스러운 일이겠으나
나는 불로문을 불노문(不怒門)으로 고쳐 내세우고 싶었으니
탐진치(貪嗔痴)의 그 분노와 노여움을 달래 가며 살자는 심사였다.
이젠 싫다는 이들 틈새로 억지로 비집고 들어갈 일도 아니다.
반겨주는 이들 틈새로 들어가면 그게 가장 편안한 곳이려니
들어가서 무얼 하든 그거야 크게 상관할 바 아니다.
하얀 모시옷 곱게 차려입은 접시꽃을 바라보며(은숙)
칠월 능소화의 안내를 받아(온유)
그런 문에 들어서서 조우했는데
이렇게 삶의 마디마디에서 만남을 이루게 되느니
만나면 마음을 열어야 한다.
사랑하려면 가슴을 열어젖혀야 한다.
우주공간에서 도킹하려 해도 해치를 열어야 하지 않던가.
그러지 않고야 어찌 만남이 이뤄지겠는가.
마음을 열면 손해도 보게 마련이다.
열탕과 냉탕이 만나면 열탕은 열기를 빼앗기고
냉탕은 냉기를 빼앗기느니
그러지 않고야 어찌 평형의 평온을 이룰 수 있겠는가.
그래서 손해도 보게 된다고 해본다.
그 손해는, 또는 상생이익은 서로의 입장 차이로 생긴다.
그래서 입장도 바꿔 생각해 보자고 해본다.
그리곤 버릴 인연이 아니라면 관심을 가져야 하리니
그러면 또 고운 기억으로 떠올려지게 될게 아닌가.
인간은 자기 현시욕구와 남을 들여다보려는 호기심이 있다 한다.
그게 지나치면 노출증과 관음증이 된다지만(프로이트)
자연스레 들어내고 자연스레 들여다보는 건
서로의 욕구에 부응하는 일일게다.
불로문에 들어선 모임은 그런 것이었다 하겠으니
'삶은 서로 다름으로 해서 풍요로워진다' 는
불란서 시인 폴 발레리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2012년 7월 삶의 방 모임 뒤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한다.
허나 이와 모순되는 논법이긴 하나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는
그 천리(天理)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오비디우스)
그래서 헤라클레이토스도 그 이전에
같은 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다고 했을 게다.
사이버공간에서 이뤄지는 카페생활도 천변만화를 겪는다.
어제의 이웃이 알게 모르게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를 어느새 새로운 이웃이 차지하게 된다.
다정했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하고
때론 서운한 감정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어느 한 곳이나 어느 한 상황에 붙들어 매어놓으려 한들
변하는 세상에 이내 휩쓸리고 마느니
도도히 흐르는 강에서
같은 물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글 수 없는 이치인 것이다.
허나,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흐름을 타면
모두 다 내 것이 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한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동안 살펴보기로
내가 드나드는 수필방이나 삶의 이야기 방에 여러 인걸들이 오고 갔다.
그때마다 다른 기분으로 조우하면서도
서로 교감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때론 카페에서 나가 장외에서 교감을 나누는 경우도 있다.
위 포스팅 중에 삶의 방 방장이 두 분이 있는데
그중 은숙 님이 그러하다.
위 삶의 방 행사 주최의 주인공이기도 했고
삶의 방을 전성기로 이끌기도 했다는 평인데
이번에 두 번째 자서전을 냈다.
이름하여 <한바탕 연극>
글 꼭지들을 둘러보노라니
소띠방의 칠순잔치 사진도 곁들여 회상했다.
필자도 당시 참여해 축사를 했지만
인걸은 가고 오더라도 인연은 영원한 것,
아름다운 5060 회원들이시여!
곱고 고운 인연만 쌓아 가시라.
가고 오는 인연에 불평 불만 시샘 질투,
그거 아무 소용도 없느니.
(2024. 5. 14. 삶의 이야기 방에서)
첫댓글 어머나
귀한 사진 입니다
삶방 인사동 모임
그때 삶방님들
사진 으로라도
뵈니
참 반갑습니다
요때가
삶방이
르네상스 호시절이었습니다
은숙 솔숲 방장님 글이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목포댁 방장글을
젤 좋아했어요
소중한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위 사진은 노을이야기 님이 찍은 건데, 타계하셨고
사진에서, 보고싶은 분들도 여럿 계시네요,ㅎ
'삶의 이야기'방 선남선녀들이여!
곱디고운 아름다운 인연으로 내일을 열어갑시다.
인생은 한 조각 구름이요, 한 줄기 바람인 것을!
맞아요.
生也一片浮雲起요
死는 浮雲滅이라 했으니
구름이지요.
@석촌 '오산 근교 화성시, 용인시, 평택시를 오토 바이크로 돌아보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아, 인생은 한 줄기 바람, 한 조각 구름인가 하노라.' - 길 재의 시를 패러디한 박통의 시입니다.
카페에 첫발을 내딛고
새로운 세상을 알던 시절 솔숲방장님이 보이시네요.
삶방의 훌륭하신 수장으로 기억 됩니다
그러셨군요.
저도 함께 차 한 잔 나누고 싶은
분인데요.
은숙님 근항이 궁금 합니다.
여주로 이사하신 후 좀 편찮으시다고
하신거 같은데.잘지내시겠죠?
그분의 따듯한 댓글 하나하나가 포근한
언니였어요.
그렇군요.
지이나 여사야 누구나가 다 좋아하지 않나요?
그분 본인도 부군도 병마를 떨어내고 잘 지내는거 같아요.
그렇네요 요즘은 뭘하신지 솔숲님도 궁금하고 세월이 무상합니다 저 때만도 젊으셨는데 모두 청춘이셨는데
세월이 그렇게 만들어 가네요.
운선님도 괜히 궁금하게 마시길..ㅎ
앉을 공간 찾지않아도 글로 낑겨들면 의자가 되는
인터넷카페 역사를 on off 에서 두루두루 이어오시는 발길
인간관계 잘 이어가신 글에 박수 보내드립니다
늘 글의 내용에선 높으신 곳에만 앉아계실것 같아
말 건네기 어렵기만 한분이신데 ㅎ
제가 눈팅으로 즐겨 찾는 사람사는 숲속 세상이지만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짝사랑처럼
그동안 눈팅으로 익어진 그분들 이름들에도
가까이 알고지내던 친구처럼 친근감이 느껴져
참 이상타 하면서도
이런 공간 있어주어 보내온 시간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향기로운 인간관계 느낄수있어 감사합니다
글로 낑겨 들면 의자가 되는...
참 좋은 말씀입니다.
캔디 님도 고참이시니 많은 인연들이 있을 겁니다.
여러 생각들이 나겠지요.
지금쯤은 록키의 눈도 많이 녹아 내렸겠지요?
이곳은 어제 마치 여름인 듯하던데요..
멋습니다. 존경해요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