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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이 63년 만에 제 명칭을 찾아 `노동절`로 돌아왔다. 이는 단순히 단어 하나가 바뀐 것이 아니다.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인 근로라는 수동적 개념에서 벗어나, 주체적 권리를 가진 노동(勞動)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사회적 합의의 시작이다. 그러나 이름표를 바꿔 단 우리의 일터는 여전히 참혹하다. 매일 전해지는 부고 소식은 노동의 가치가 여전히 산업 현장의 안전보다 뒤처져 있음을 방증한다. 반복되는 비극, 멈추지 않는 눈물. 최근 우리가 마주한 대형 참사들은 한국 노동 현장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는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수많은 노동자가 안전 사각지대에서 어떻게 희생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숙련 노동자들이 복잡한 구조의 공장에서 비상구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현실은 `안전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대전 안전공업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숙련된 노동자라 할지라도 예기치 못한 기계적 결함이나 안전 관리의 소홀함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조리흄`에 의한 폐암 사고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경고한다. 급식실 등 조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은 노동자의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과 예방 체계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이라는 공적 체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산재보험만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온전히 보전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산재 승인까지의 까다로운 절차와 긴 시간, 그리고 위자료와 같은 정신적 손해나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상 부재는 사고 이후 노동자를 두 번 울린다. 특히 아리셀 사고와 같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거나, 조리흄 처럼 장기간에 걸쳐 발병하는 질병의 경우 개인이나 개별 가정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기업 입장 에서도 거액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경영의 존폐를 가르는 위협이 된다.
기업과 사용자는 공적 보험을 보완할 실질적인 안전장치로서 `근로자 재해 보장보험`의 도입과 활성화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단체보험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필수적이다. 신속하고 실질적인 보상으로 산재보험에서 다루지 못하는 민사상 배상 책임과 위자료, 비급여 의료비 등을 즉각적으로 보상하여 노동자의 가계 파탄을 막아준다. 그리고 이주 및 취약 노동자 보호적인 측면으로 볼 때 아리셀 사고에서 드러났듯,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책임 강화적인 기능으로, 사고 발생 시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보험 가입 과정에서의 안전 점검을 통해 자율적인 안전 관리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노동의 가치는 생명의 안전에서부터 시작된다. 노동절의 복원은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인임을 선포한 것이다. 주인이 일터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고, 사고 후에도 보상을 구걸해야 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노동 사회라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울산의 공업단지는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거대한 기계음 뒤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울산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 제조ㆍ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안전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면 확대되면서 경영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현장의 근로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파산을 막을 실질적 안전장치인 근로자 단체 보장보험에 대한 이해와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울산연구원과 한국 산업 안전 보건 공단 등 업계 보고 자료에 따르면 울산 대기업들의 근로자들을 위한 보장보험 가입률은 거의 95% 이다. 중소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보험 가입 양상을 보인다. 울산 지역 중소기업의 단체보험 가입률은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뚜렷한 편차를 보인다. 30인 이상 중소기업 가입률은 40~50%, 30인 미만 15~20%,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10% 미만으로 산재보험 외 추가 보험 가입이 저조한 실정이다.
정부는 단체보험 가입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지원책을 마련하여 기업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며, 기업은 이를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아리셀, 대전, 그리고 급식실에서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비명 소리를 멈추게 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노동의 이름이 바뀐 만큼, 그 삶을 지키는 방식 또한 더 견고하고 실질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노동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