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공통점?
bestkorea
2024.09.28 21:53
여행 중 만난 사람들(233) - 질문없는 국민에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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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업무차 미국에 갔던 1980년대 초에는 아직 세계 여행은 일반화되지 않은 때였다. 약 한 달 기간에 미국에서 업무를 마치고 나머지 기간을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를 나 홀로 여행, 일종의 배낭여행을 시도했다.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롭고 놀라웠다. 꿈만 같았다. 사진이 아닌 진짜 에펠탑, 콜로세움, 취리히호수를 본다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곳은 세계 유명 관광지임이 틀림없으나 당시의 그곳은 한산하기 짝이 없었다. 관광객이래야 소규모의 서구 여행자들과 일본인 단체 여행객이 다였다. 같은 동양인인데 여유롭게 세계 여행을 하는 일본인들이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었다. 당시 한일(韓日) 국력을 비교한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잠꼬대 같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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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서 1990년부터 기회만 나면 배낭 메고 나갔다. 가는 곳마다 일본인 배낭여행자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울렸다. 인도 네팔 태국 미국 유럽은 물론 남미에도 일본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나도 함께 묵었다. 물론 그들과의 대화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였다. 실제로 그들은 영어를 더 좋아했다. 내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으로부터 대접받은 유일한 이유는 영어 때문이었다. 그들은 혀가 안 굴러갈 뿐 영어를 읽고 쓰는 건 나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다. 나는 기꺼이 그들의 영어 회화 연습 대상이 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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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일본인들은 같은 아시안이어서 그런지 나와 영어로 말하는 데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이는 비영어권 나라 친구들의 공통점이긴 하다. 동-서양 할 것 없이 영어에 자신 없는 배낭여행자들은 다 그랬으니까. *그들은 이상하리만큼 질문을 많이 한다. 한국인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리고 수첩에 잘 적는다. 가령 김치에 관해 설명할 때 등. *그들도 한국인, 이스라엘인처럼 자기들끼리 뭉쳐 다니는 속성이 매우 강하다. 이스라엘인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주변에 적(敵)<이슬람인>이 너무 많아서다. 직접 그들에게 들은 얘기다. *가끔 숙소나 역 공원에서 만나는 나 홀로 일본인 여행자를 보면 물어봤다. 왜 혼자냐고. 그들의 답은 영어로 말할 기회를 갖고 싶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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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는 대로 일본인들은 철저한 실용주의자들이다. 그런 정신문화가 뿌리 깊이 내재하고 있었기에 최단기간에 국가(國家) 개조(改造)가 가능했다. 단숨에 메이지유신을 거쳐 근대화에 성공 한반도를 먹고 만주를 먹었다. 청일 전쟁, 러일 전쟁에서 이겼다. 세계 1, 2차 전쟁을 치르는 동안 아시아를 다 먹기 직전, 미국이 딴지를 걸자 1941년 12월 7일 새벽에, 전투기 360대를 출격시켜 보란 듯이 하와이 진주만을 한 방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자그마치 2,400여 명의 미군이 사라졌다. 그 대가로 원폭(原爆) 두 개 맞고 잠깐 까무러친 뒤 곧 회복해 다시 세계열강(世界列強)에 섰다. 여전히 일본을 무서워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외에 아무도 없다. 암튼, 도대체 일본의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것이 가능한 건 그들에겐 ‘이이도고토리(이로운 것은 무조건 취한다.’라는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습근평 정권(政權) 이전인 1990~2010년대 사이 중국 여행을 많이 했다. 물론 그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다. 대부분 영어가 통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오늘의 글에서 중국인을 거론하는 건 이유가 있어서다. 즉,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보여주는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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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 피부색과 생김새.
다른 점: 일본인은 대화에 호의적이며 질문을 잘한다. 기록도 잘한다. 알면 알수록 서양인 같다. 어떤 면에선 더하다. 결벽증(潔癖症) 비슷하다고 할까? 철저한 개인 부담이다. 절대 공짜로 주지도 받지도 않는다. (*같은 숙소에 있던 일본인이 외출 중에 돈을 잃었다. 내게 남은 여분의 복대를 줬다. 그 값을 주는 걸 안 받았다. 며칠 후 그가 숙소를 떠날 때 나 몰래 내 침대에 여행 중 먹으라고 미숫가루 한 봉지를 두고 갔다.) *중국인은 대화에 응하긴 하되 자기 말만 하고 질문은 없다. 일본인과 정반대로 매우 거만하고 목소리가 크다. 한국인은 많은 부분 중국인과 흡사하다. 질문은 남녀노소 불문 안 한다. 적어도 내가 만난 중국 대학생들은 대화를 나눌 때 기성세대와 달리 질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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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강천석 칼럼] <‘바뀐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잊는 나라는 반드시 뼈저린 대가(代價)를 치른다.>라는 글을 읽으면서 특히 ‘질문’이란 단어에 눈길이 멈췄다. 질문 없는 국민에겐 미래가 없다는 의미였다. 이는 내가 평소 궁금해하는 ‘왜 한국인은 애나 어른이나 질문을 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과 맥을 같이한다는 의미에서 순수한 내 경험담을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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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