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풀들이 자라는 시기도 끝날 즈음이고
추석이 다가오는 이맘 때면 벌초가 슬슬 시작된다.
어릴적 기억으로는 선산에 벌초하러 가는 것도 집안 행사였다
낫을 정성스럽게 갈아서, 먹거리와 연장들을 바지게에 얹어 산길을 올랐다.
어른들 틈에 끼여 낫질을 하면 풀이 잘려 나갈 땐 진한 향기를 뿜었다
서툰 낫질도 재미가 있었지만, 봉분마다 살아 생전의 모습을 꺼내
이야기 해 주던 어른들의 입담이 더 재미 있었다.
낫질을 멈추고 봉초 담배를 말아 피던 아재들, 담배 연기가 풀 내음과 어울려
묘한 냄새를 풍기곤 하였다.
"조상님들 잘 모셔야 복 받는데이" 자리를 털며 일손을 서두르시던 모습들
아직도 생생한데 그 분들 마저 다 가고 안계시다.
바지게 가득 풀을 지고 내려오면 보드란 풀은 소를 먹이고 억센 풀은 태웠다.
풀이 타는 냄새가 마당에서 마루까지 물씬하였다.
하늘도 깊어지는 듯 바람도 선선한 마당에 평상을 놓으면 별도 총총한 밤이
옛날 이야기로 깊어만 갔다.
그 시절 아슴한 기억이 오늘 밤 선들하게 불어온다.
올해는 고향에 내려가 벌초라도 하고 왔으면 싶어도 형님들이 이미
벌초대행을 시켜 놓았나 보다. 몇 해 전 부터 그랬다.
선산을 모시는 일이나 조상을 받드는 일이 성심 성의를 보이기 보다는
문명의 이기利己에 따라 편리 위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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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초 / 최 성 찬
할아버지 할머니 저희들 왔어요
물씬한 내음으로 풀들이 쓰러지다 몸을 세우고
손 가만이 앞으로 모은다
"아범이 술을 좋아하는 것도 저 냥반 탓이여"
"왜 내 탓이여? 술을 못하믄 그거이 사낸감!~", 생전에
입씨름을 그렇게도 하시더니 아직도 저 안에서
틀니를 달그락 달그락 대는 듯 한데,
건넛 방 아범에게 어여 가 보란 듯
거북등 이끼가 손사래를 친다
어머니를 위해 옆자리 비워 둔 아버지
봉분에서 내 유년이 열리고
가만이 쓰다듬는 무릎 걸음으로
철없는 풀을 자른다
제 멋대로 자라서 잘려 나가고
못난 놈
자주 오지 못하여 바싹 자르고,
한 웅큼 쥐던 햇살 달아나 꽃피다 만
잡풀 뽑아 내면
살점 떨어져 나간 풀들이 흙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06년 작 (수정하여 옮겨 씀)
첫댓글 요즘엔 낫질보다 기게로 하니 참 편해진거 같더라구요
몇년 전 만해도 저히 집도 집안 행사 같더만 벌초를 하던 분들이 벌초를 받아야 하는 사황이 되니.ㅠㅠㅠ
벌초 하는 식구들이 줄어 든다는게 슬픈현상이네요
예초기가 편리하고 성능도 좋습니다.~^^*~
내는요,바쁘다는 핑게로 막내동생 가족한테 시켰습니다.
조상님들,죄송합니다 ㅠㅠㅠ
요즈음 시외버스 타고 달리면
벌초 대행 해 드립니다. 현수막이 보이곤 합니다.ㅎㅎㅎ
아련한 기억 속의 풍경들,,제게 까지 번져 와 물들었네요.^^
오늘은 풀내음을 진하게 느껴 보세요~^^*~
저두 어릴적 열심히 따라댕겼는데... 주로 산에나는 열매에 관심이 있어서였죠. ㅎㅎㅎ
ㅎㅎㅎ산에 가면 웬지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던 기억 납니다.
~^^*~
우리 친척들도 9월 첫째주로 벌초 잡아 놨는데
큰 조카네에 우환이 있어서 이번엔 제가 먹거리 다 준비 해 가기로 했지요~
울 옆지기는 산소를 1년에 몇번씩 정성으로 손질 해 놓아요~
손수 다녀 오시는 가 봅니다.
잘 다녀오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네! 얼음물 간혹 줘야 하고 냉동실에 얼려 놓은 수건으로 땀 딱게 하고
새참으로 팥빙수 먹이고 끝나고 나서
남편 고향 느티나무 아래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와요
친척들이 모이는 큰 행사지요~
그 광경이 떠 오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잘 다녀 오시고
말벌 만나시거든 무조건 도망 가세요.ㅎㅎㅎㅎ
따사로운 햇살
녹음진한 풀냄새들..
어릴적 기억이 새록새록...
그리운 날들입니다.
지금도 그 선산의 풍경들이 생생합니다.
고향에 다녀오기가 이렇게 어렵네요.
어려운게 아니라 제가 게으러고 마음이
메말라 가는 것 같습니다.ㅠ.ㅠ
어려서는 묘가 그렇게 무서웠어요.
지금은...편안하게 잠든방이라고 생각을하거든요.
(어른이 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어릴적에 저는 동네 아이들과(저도 아이였지만)
묘 주변에서 많이 놀았어요.
봉분위에서 아래로 미끄럼도 타고
술레잡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잔디가 남아 나질 않아
어른들께 많이 혼나기도 하였습니다.
밤에는 아무래도 무서워 근처에 가질 않았지만요.ㅎㅎㅎ
지난주에 울 집 옆에 산소 벌초하는것 봤어요 ㅎ 요즘은 거의 대행하고 안가는 집들도 많더라구요
우리도 그러지만 .........세월이 흐르니 모든게 애잔합니다 ^^*
퍼뜩 댕기 오이소!!!!!!!!
ㅎㅎㅎㅎㅎ
잘 지내시지요?
건강하고 다음에 탁방가서
맞짱(탁구) 한 판 뜹시다.~^^*~
벌초 그거이 사람 잡아요.
더운 여름 모기한테 뜯기는 건 그래도 나아요.
말벌에라도 쏘이면 바로 초상 치러야 하니, 자손들한테 할 짓이 아니라,
그러니 나는 죽으면 화장해서 재는 아무데나 뿌리거라,
무덤도 납골당도 만들지 마라 할 참이네요..
저도 풍장이 마음에 듭니다.
바람으로 떠나고 싶거든요.~^^*~
'벌초'라는 글을 읽으니 눈물이 핑~~도네요. 저는 친정아버지 장례식을 주관하고, 산소 벌초를 20년째 사위랑 맡아 해 오고 있거든요.(공원 묘지 관리원에게 맡기지만서도요.) 물론 혼자 계신 엄마도 20년째 생활비를 대고 있거든요.
그러시군요.
조상님 모시는 일이 정성이 없다면 어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수고 많이 하십니다.
건강하시고 가정의 화목이 있으시길 빕니다.
벌초하다가 말벌에 서너방 쏘이고 기절했었습니다.....그래도 벌초는 해야겠지요?
큰일 날 뻔 하였습니다.
뱀보다 더 무서운 것이 말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