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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랍의 심장 요르단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필자와 일행은 요르단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인 왕의 대로를 통과해 와디럼에 도착했다. 와디럼은 요르단의 아카바 주에 있는 사막인데 `모래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왕의 대로를 지나며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협곡에 시선이 흘러갔다.
요르단은 북쪽으로 시리아, 남쪽으로 사우디, 동쪽으로 이라크가 둘러싸고 있다. 요르단의 아카바는 해안선이 16킬로미터인 유일한 항구도시다. 요르단은 바다로 나가기 위해 해안선 16킬로미터를 확보하는 대신 사막을 사우디와 교환했다. 사우디에 넘겨준 그 땅이 석유를 품은 황금 연못이었음을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요르단은 아랍 국가 중 유일하게 석유가 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막 밑으로는 향후 백 년을 책임질 거대한 수로가 흐르고 있다. 석유는 부(富)를 가져다주지만, 물은 생명을 유지한다. 사막에서 물보다 귀한 것이 또 있을까.
척박한 땅임에도 요르단은 사람을 품을 줄 아는 나라였다. 수도 암만은 난민들의 도시로, 여러 국가에서 유입된 난민들의 삶터가 되어주었다. 표면적으로는 정적인 사막의 나라 같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문화와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역동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요르단의 공식적인 언어는 아랍어인데 젊은이들은 아랍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인구는 2026년 기준 1,150만여 명인데 난민이 60% 이상이다. 주로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난민들이며 그 외 다양한 디아스포라 난민들이 거주한다.
와디럼(Wadi Rum)은 2011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복합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장소로 아름다운 사막 풍경과 고대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자연이 빚어낸 바위산과 사막의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디럼은 암만에서 남쪽으로 약 320km 떨어진 곳으로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도시인 아카바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다. 720제곱 킬로미터의 광대한 지역에 펼쳐진 험난한 지형, 광활하게 펼쳐진 와디럼 사막은 경이로웠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지평선에 줄지어 행렬하는 낙타들이 눈에 띄었다.
유목민 베두인들의 와디럼 텐트에서 1박 2일 광야 체험을 했다. 베두인은 아랍어로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8월에 와디럼 한복판에서 5분 동안 서 있었는데 땀으로 샤워했다. 와디럼의 열기는 온전히 피부가 감당할 몫이었다. 와디럼의 텐트는 호텔 역할을 한다. 한여름의 열기를 막아주고 비가 와도 방수가 되는 염소 털로 만들었다.
와디럼 텐트에서 베두인이 준비한 베두인 전통음식을 먹었다. 그들은 숯불을 피운 모래 구덩이에 식재료를 채우고 밀봉했다. 전통 방식인 `자르브` 요리법이었다. 숯불과 모래의 열로 세 시간 삼십 분 동안 천천히 구워낸 음식으로 우리를 대접했다. 베두인의 환대 속에 자미드 소스를 곁들인 전통 양고기 요리인 만사프를 맛보았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며 베두인의 삶을 가늠해 보았다. 광야 생활에 순응하며 견디는 게 그들의 삶인 듯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위산 능선에 업힌 노을 풍경이 장관이었다. 별들이 와디럼의 짙은 어둠을 마중 나왔다. 도시의 소음과 불빛에 가려졌던 별들이 이곳에선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지구가 아닌 어느 낯선 행성에 발을 디딘 듯한 신비로운 착각에 빠져들었다. 쏟아질 듯 내려앉은 밤하늘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광야는 끊임없이 짐을 싸고 푸는 `내려놓음`의 훈련소다. 무언가를 소유하려 고집하면 광야 생활을 견뎌낼 수 없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나그네의 마음가짐만이 그곳을 통과하게 한다. 필자는 여전히 이 광야 훈련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장기 재학생이다. 때로는 삶의 무게에 압도되어 낙제하기도 하고, 재수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에게 주어진 와디럼을 걷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사막의 연속일지라도 와디럼 밑에 생수가 흐르듯 언젠가 생수를 마주할 때가 있으리라. 와디럼의 가시적인 현상 이면에 숨겨진 생수를 보는 통찰력과 안목을 소유하면 어떨까. 광야의 삶이 오롯이 새겨진 와디럼을 보며, 우리 각자의 삶에 놓인 사막을 담대하게 대면하고 건너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