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중에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소설을 쓰지만 머리가 좋지 못한 사람은 거짓말을 쓴다는 말이 있다. 정치권에도 이런 부류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미래권력이란 현재의 권력가치보다 미래의 권력가치가 더 높게 보일 때 통용되는 말이다. 차기가 예상되는 주자군 중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주자라고 해봤자 국민 전체의 여론에서 겨우 10% 대 후반의 지지율 밖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전부가 도진개진에다 고만고만한 도토리들이 즐비한데 무슨 미래권력 운운하는지 낯짝이 다 간지러울 정도다. 최소한 미래권력이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적어도 3년 반 정도가 지나는 시점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과반수에 근접하게 부상하는 사람이 있다면 또 모르는 일이지만, 하여 미래권력이라는 소리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말이다.
미래권력이라는 소리를 나불거리는 부류들이란 우물은 아직 파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숭늉 마시는 것을 기대부터 하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모리배들이거나 실력자 주변에 기생하는 부나방들이일 것이다. 이들은 주로 지지율이 낮은 차기 주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미래권력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붕붕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들이 정치권 실력자 주변에서 기생을 하며 언젠가 한자리 얻어 걸릴 그날을 위해 한 다리 걸치려고 각종 못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실력자들의 설화(舌禍)는 대개 이런 경우에 발생한다. 어쩌면 김무성 새누리당 주변에는 벌써부터 책사를 자처하며 설쳐대는 불나방들이 득실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개헌의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이슈파이팅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이라느니,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 된다느니 하면서 부채질을 하는 부류들과 과거 세종시 수정안 전투에서 당시 비주류였던 박근혜가 보여주었던 행동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꼬드기는 정치 모리배들과 그림자들은 이 따위 헛소리를 김무성의 귀에다 대고 속닥거렸을지도 모른다. 과거 YS는 단문형식의 많은 명문을 남겼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 머리는 빌릴 수는 있어도 건강은 빌리지 못 한다”는 단문이었다. 직역하면 자신의 머리가 그만큼 나쁘다는 고백과도 같았다.
정치인 중에서 머리가 나쁜 사람은 원래 남이 해주는 속삭임의 달콤함에 솔깃해지는 법이다. 또한 머리가 나쁜 사람은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도대체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그른지 잘 분간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아침에 하는 말이 다르고 저녁에 하는 말이 다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역사드라마에서도 이런 광경은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적어도 정치권에서 실력자가 되려면 굳이 천재까지는 필요 없다. 하지만 최소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하는 자신의 주제부터 먼저 파악하는 자정능력과 자체검증능력 정도의 머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모리배들의 훈수와 부나방들의 속삭임을 물리칠 수가 있을 것이다.
경상남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거창 출신 김태호 의원은 공교롭게도 안철수와 같은 해에 출생했으니 만 52세로 연부역강한 나이다. 그는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도의원을 거쳐 도지사에 선출된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도지사 시절에는 경남도 소속의 강성 공무원 노조와 한판 걸쭉하게 판을 벌여 크게 박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는 영광도 안았다. 그 당시만 해도 정치적인 야망도 남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김태호에게는 2%가 부족했다, 그것은 박연차 게이트라는 암초였다. 그래서 스스로 국무총리직 지명자에서 사퇴하는 불운도 겪었다. 이런 이유로 한 때, 친이계로 분류되기도 했지만 김태호는 MB정권의 창업공신도 아니었고 논공행상의 대상자도 아니었으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탓에 친이계 활동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김태호는 무계파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김태호가 전당대회에 나가 당당하게 3위를 하여 최고위원 한 자리를 꽤 차서 세인들을 놀라게 한 일도 불과 3개월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태호가 돌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사퇴 배경에 어떤 정치적인 함의가 있는지 세인들은 모른다. 아침에 보도된 기사를 살펴보니 앞, 뒤가 맞지 않는 문맥도 있었다. 설혹, 정치적인 셈법이 있었다고 해도 사퇴의 변(辯)에 담긴 내용의 진정성만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김태호가 한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를 향해 '경제활성화 법안만 제발 좀 통과시켜달라. 시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라고 애절하게 말씀해왔다.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부응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히려 개헌이 골든타임이라고 하면서 대통령한테 염장을 뿌렸다. 국회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 밥만 축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부터 반성하고 뉘우친다는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것" 이라고 말하면서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에게 직을 걸고서라도 경제활성화법 만은 꼭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태호의 이 발언은 김무성 대표를 당황시키기에 모자람이 전혀 없었다. 현 정부가 꼭 통과 시켜달라고 노래를 부르다시피 한 경제관련 법안은 91개로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의장 직권으로도 통과시키겠다고 큰 소리 친지 벌써 한 달 째다. 하지만 국감이라는 무대 위에 만만한 사람을 불러다 호통 치는 재미에 빠진 국회의원들이라 경제법안, 민생법안, 등 골치 아픈 이런 법안에 관심이 갈 리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당 대표인 김무성의 입장 표명이 그만큼 중요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김무성은 답해야 한다. 중국에 떼를 지어 몰려가서 기자들 앞에 개헌발언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여당의 대표로써 현 정부가 국회에 요청한 경제법안 처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는지, 이 질문에 대답부터 하는 것이 김태호 사퇴를 만류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우선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첫댓글 정의화 국케의장은 큰소리 쳐놓고 뭐하는 건지요?
전부다 말만 앞설뿐 행동하는 정치꾼은 없네요
당대표가 너무나갔다
울대통령님이 어떤분이신가 쬐오와 머리 맞대고 연구한게 개헌인가 시기와 때를 보고해야지
정의화 김무성 이재오 그나물에 그나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