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첫날 인사
행촌수필문학회 정석곤
작년 매달 첫날에 보낸 인사말이다. 1월, 지난 해 푯대를 보며 코로나19 터널을 달려오시느라 힘드셨지요? 흰 소해는 빨리 코로나19 소진을 바라며 새 푯대를 향하여 강인한 체력으로 정진하소서. …… 7월, 짙어가는 녹음 속에 여름이 깊어가는 칠월이에요. 남은 올해 절반도 멋지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12월, 무거운 짐을 지고 산 넘고 물 건너 온 올해가 해넘이 달에는 모두 내려놓고 편안히 가게하소서. 그리고 바짝 따라온 새 해를 두 손 들고 환한 미소로 맞이하소서.
지금은 인사예절도 시대 변화만큼이나 다양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그렇다. 대면 인사보다는 비대면 인사가 훨씬 많다. 손 편지 인사는 옛 유물이 되어 아쉽다. e-메일 인사마저 뒤로 밀리고 있다. SNS 구축으로 인간관계를 강화하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특별히 카카오톡은 장거리 전화는 물론 화상전화까지 다자간多者間인사 망을 설치하고 있다.
나는 카카오 톡과 문자 메시지로 비대면 인사를 나누는 즐거움에 빠지곤 한다. 날마다 이른 아침이면 언약이나 한 듯 서넛한테서 카카오 톡 인사 메시지가 앞 다투어 도착한다. 더러는 가끔, 한 달에 한 번, 명절, 새해맞이 때 등 인사 메시지가 그림이나 동영상으로 온다.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게 고마워 얼른 감사의 댓글을 보낸다.
몇 년 전 수필공부 시간, 고인이 되신 김학 교수님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매달 첫날이면 어김없이 연로하신 스승한테서 문자 인사를 받는다는 게다. 그 스승이 존경스러웠다. 나도 카카오 톡과 문자 메시지로 매달 첫날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용기를 내 시작했다. 처음은 내 작은 뜻을 이루는 전후라 참고 노력했다. 보내는 지인도 많았다. 칠순부터는 많이 줄여 보내고 있으나 마음은 편치 못했다.
매달 첫날 인사를 하다 보니 빠른 세월이 더 세게 쏜 화살 같았다. 메시지는 다른 문자 사진이나 동영상을 다운로드downdoad 받은 것이 아니다. 계절과 절기 그리고 각 달에 걸맞은 안부와 희망찬 격려의 새 메시지를 생각해 낸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보람은 어디다 비교할 수가 있겠는가? 내 메시지에 길 드려진 두어 지인은 한 달이 끝나 가면 또 어떤 메시지일까 기다려진다고 했다. 댓글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전화를 주실 땐 뵌 것만큼 기뻤다. 오랜 만에 만나는 지인과는 그 메시지로 대화를 열어가고 있다. 해가 쌓일수록 내 생활은 즐겁고 지인끼리는 더 친숙해져 인맥도 두터워지고 있다.
현직시절, 아이들한테 잔소리처럼 하는 말이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중 엄지가 ‘내가 먼저 인사하자.’였다. 물론 그 말에 책임을 지려 지인을 봤다하면 손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그 쪽에게 인사를 빼앗길까 봐 안간힘을 썼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도 ……. 때와 장소에 따라 몸짓과 인사말은 달랐다. 그게 매달 첫날 인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준 게 아닌가 싶어 감사할 뿐이다.
언제까지 매달 첫날 인사를 할 것인가 나에게 물어보곤 한다. ‘이제 그만 둘까?’하는 유혹이 찾아올 때도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예가 더러 있는데, 내가 하는 첫인사는 어떠할까? 거의 맞장구를 쳐주지만 마음에 부담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도 했다. 내가 보낸 인사말이 지내온 달을 되돌아보고 새 달을 맞이하는데 활력소가 된다면, 이 얼마나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내 맘과 몸이 허락할 때까지는 자존심을 더 내려놓고 매달 첫날 인사를 나누고 싶다. 손아래에 더 관심을 가지고, 다른 지인들에게도 1년에 한 달이라도 돌아가며 보내야겠다. 그러다 보면 암보다 무섭다는 치매는 멀찌감치 도망을 갈 것이다. 또 민들레 홀씨가 퍼지듯 나를 따르는 이가 하나둘 늘어난다면 인사 네트워크도 조금씩 넓어져 각박한 우리 사회는 밝아질 것이다.
(2022.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