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위서 양평고속도로 공방
원희룡 “한 의원의 사무실 지번...
본인도 모르면서 왜 공격하나”
26일 국회 국토교통위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에게 행신동 1082번지를 아느냐고 물었다./ 국회방송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현안 질의에서 지도를 펼쳐 보이며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 : 행신동 1082번지 무슨 땅인지 아십니까?
한준호 (민주당 의원) : 그걸 어떻게 알아요?
26일 국회 국토교통위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경기 고양을) 의원에게 ‘행신동 1082번지’를 묻자, 한 의원은 “지금 뭐하는 거냐?”고 했다. 알고보니 해당 지번은 한 의원 본인의 지역구 사무실 바로 옆 건물 지번이었다. 통상 지번을 외우고 있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원안 및 신양평IC 설치 추진위원회 발족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땅 지번을 화면에 띄워놓고 원 장관에게 불법 용도 변경 의혹에 대해 질문했었다. 한 의원은 “원 장관이 양평 고속도로 종점 부근에 김건희 여사의 땅이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면 장관직을 사퇴하겠다,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다”면서 “작년 국감 질의를 통해 원 의원이 김건희 여사 땅 지번을 알고 있었다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자 한 의원의 지역 사무실 지번을 되물은 원 장관은 “본인 지역 사무실 지번도 모르지 않느냐”며 “작년 국감에서 (한 의원이) 여러 지번을 놓고 불법이냐고 물어봤기에 확인해 보겠다고 한 건데, 거기에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지번을 알았다고 (의혹이) 입증됐다고 일방적으로 단정하느냐. 본인 지역 사무실 지번도 모르면서”라고 했다.
이날 원 장관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하면 양평 고속도로 사업이 백지화 되는 것이냐”는 민주당 소속 김민기 국토위원장 질의에 “실질은 중단이다. 하지만 중단이 무기한 가게 되면 무산될 수도 있다”며 “민주당의 거짓 선동이 중단되면 당장 오늘이라도 즉시 사업을 추진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업 중단이 윤석열 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갈 수도 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최근 언론 백브리핑 과정에서 “백지화는 충격 요법”이라는 국토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것과 관련 “관계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사과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처가 땅이라는 양평 고속도로 강상면 종점부 땅은 20개 필지 거의가 보존 관리 구역이라 개발이 안되는데, MBC 신장식씨라는 사람의 라디오에 나온 교수라는 분이 ‘아파트 300세대를 지을 수 있는 특혜’라고 하는 데 이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원 장관은 이에 “강 아래 접속부 땅은 상수원 구역이나 수변 구역으로 개발이 금지돼 있다”며 “민주당은 ‘용도 변경을 해서 개발할 것 아니냐’고 하는데 법으로 금지돼 있다. 법을 국회에서 바꾸지 않는 한, 개발될 우려 자체가 없다”고 했다.
현재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땅의 개발을 위해 국회에서 법을 바꾸지 않는 한 현재 대안 노선으로 거론되는 양평군 강상면 일대 김 여사 땅이 개발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그런 걸 전제로 한다는 논의가, 무조건 자기 주장만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거짓 선동에 흔들리는 사회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민기(가운데) 위원장과 김정재(오른쪽) 국민의힘 간사,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국토위에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국회 현안질의가 진행됐다. /이덕훈 기자
애초 지난 17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수해로 9일간 연기 후 이날 오전 10시 열린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는 여야간 감정 섞인 고성이 오고가며 실질적인 팩트는 드러난 게 거의 없었다. 민주당은 회의 시작 1시간 30분동안을 국토부의 자료 제출 태도를 지적하는 데 할애하며 본격적인 주질의는 11시 30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주질의에 들어가기 전 “국토부가 의원실에 자료를 주지 않고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모두 자료를 공개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장관의 사과부터 요구했다. “야당 의원실의 자료 요청에는 그런 자료가 없다고 했으면서 온라인에 전체 자료를 공개한 것은 거짓말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 김민철 의원은 “의원들한테 자료 제출한 것보다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원 장관은 “자료를 모두 공개해도 뭐라 그러느냐”고 했다.
관련 기사
원희룡 “이해찬·이재명 지시로 거짓선동 작동” 野 “동네 친구들이냐”
野 “양평고속도 사과하라” 원희룡 “거짓선동 이해찬‧이재명부터”
야당 의원들이 장관의 답변을 제대로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질의는 여러 차례 고성이 오고갔다. 김민기 위원장은 “(대안 노선을 제안한) 용역사는 천재들이냐. 그렇게 좋은 대안 생각이 왜 정권 바뀌고 나서 생각이 났느냐”고 물었고, 원 장관은 “정권 바뀌기 전 문재인 정부 하에서 대안 노선이 제기되기 시작한다”고 답변을 하려 했다. 김 위원장은 “되묻거나 하지 말라”고 했다. 원 장관은 “의문을 제기해놓고 답변하면 답변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맞받았다.
국토위는 오후 질의에 대안 노선을 처음 국토부에 제시한 용역사 관계자를 직접 불러 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변경하는 과정에 국토부나 정권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묻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