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간, 여기서 멈췄다. [월출산/영암]
2014. 11. 9 [일]
평택 종주산악회 49명
천황탐방지원센터 - 바람폭포 길 - 구름다리 - 사자봉 - 통천문 - [천황봉] - 바람재 - 구정봉 - 향로봉 -
미왕재 - 도갑사 - 주차장 [5시간 30분]
[이 시간 즈음에]
행복한 추억은 모든 이들에게 고단한 현재를 견디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어줌이다. 흐르는 시간은 망각으로
변신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를 요구한다. 추억의 순간은 시간이라는 벽에 켜켜이 부딪치어 과거의 모습을
지우게 하지만. 그러나 현재 없는 과거는 없다. 즉 기억행위다. 누구나 그 행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자연이 순환되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가을의 쉼을 안고 있는 위상의 존재에게 우리들이 꿈꾸는 사랑을 전하고 싶다. 남쪽의 강력한 힘이 서린,
빈들에 홀로 서 있는 길손 같은 월출에게 그 느낌을 더 받는다. 세월이 빚어내는 시간의 허무가 생겨날 때면
더욱 그렇다. 가을빛이 만연할 때면 무작정 찾고 싶어 하는 곳, 월출산정이다.
잃어버린 순환을 갖게 하는 이 가을의 월출산정에서 지나간 햇살이 부유되는 느낌이다. 뜨고, 지고 하는
법칙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만큼은 그 존재가 먼지처럼 덧없어 보인다. 산정을 휘감고 고요히 흐르는 맑은
공기가 붉게 물들여진다.
산상에서 쏟아져 내리는 검붉은 산빛이 마치 웅장한 바위들을 빼곡하게 휘감고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암면에
박힌 산 단풍들은 붉은 종유석들처럼 차이를 두며 허공에 뻗쳐있다. 바위에 막힌 검은 그림자가 엷을 막을
형성하며 물결처럼 흐르기 시작한다.
찬연한 적빛을 띠며 아득히 먼 곳의 위계처럼 당당하게 떠있는 구름다리가 가을의 심연을 두루고 있다.
두터운 사슬을 걸치고 큰 몸뚱이를 지탱하며 바위들을 짓누르고 있는 그 생명체는 산지간의 매개체다.
척박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의 잔상이 변해지면서 구름다리는 하늘다리로 둔갑되어 세월의 마술사로 생을
이어갈 것이다. 고요한 가을의 무늬가 낙락해진다.
[세월 속에 묻힌, 생각할 수 없이 눈에 밟히는 그 몸체에 외길의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주인 떠난 자리에 홀로섰다. 허공에 매달린 채 흐느적거리는 삶을 보면서 묵시적인 감각을 얻었다. 자연도,
세월도, 시간도 부질없듯 그에게는 오직 바람만이 전부였다. 산모퉁이에 속한 그의 생애는 지금 세속의 시름을
잊혀가지만 과거를 지향하는 애달픔이 산정으로 되살아난 듯하다. 월출백작의 抒이다.
우윳빛 레드블라인드처럼 우수적으로 펼쳐진 기암들이 세월의 통속에 묻혀가고 있다. 그 아래 협곡도 빛바랜
몸짓을 하면서 스러지고 있다. 세월만을 그리며, 세월 속을 구르며, 하늘에 있는 … 그저 연유를 드러내지
않은 채 무슨 이유에서였을까. 먼 기다림이었을까? … 가을을 타는 바람 소리만이 알 것이다.
강한 비전과 현실을 직시하는 웅대한 바위가 유미적인 가을미를 내며 고고히 시간을 품고 있다. 끌림이
필수적인 가을의 회화를 묵직하게 그려내며 시기의 궤적을 선연하게 나타내고 있다. 직관상 큰 몸집에
놀라는 듯 더 이상 집중하지 않는다. 눈빛마저 흐트러지며 허공을 주시한다. 거대함에 놀라며 당당한
자신감에 놀라 그 공감적 대상이 부족하였던 것이다. 물론 시각의 이원적인 차이도 있지만은. 거칠어지는
숨결을 다듬으며 그 외적인 웅장미를 찬찬히 생각해낸다.
가을이라는 단계를 통과하고 있다. 물론 천황과 그 호위를 담당하는 무사들도 그 의례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절절이라는 지난 파도에 속절없이 떠밀린 시간도 있었지만 자연의 관습상 그 시간은 외면적 특성일
뿐이지 시기의 내적인 특성은 아닌 것이다. 이 월출에서의 느낌이다. 그러한 생각에 자연의 깊은 의중을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가을빛에 가을바람에 빛나는 마음뿐입니다. 장엄한 황금빛 기암들에게 정감이 들기도 하구요.]
화강암 속에 붉은 색을 덧칠한 섬광이 기암과 기암사이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점점 시들어가는 마른 잎의
빗살처럼 어둠속으로 흘러내리는 섬광역시 시간의 아픔을 순간 기다렸다는 듯 가을의 동질감으로 대신하는
것인가. 그렇게 쇠락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의 몰락을 예견하였는지 거센 직벽에도 한 아름 꽃피듯이 붉은
향기가 짙게 배여 든다.
[천황봉 - 꼭 다시 올거지?]
생을 다하고 또 생을 기다린다. 저 들판의 주인은 허망함을 감추었다. 기쁨도 슬픔도 시간의 뒤안길로 미뤄
놓았다. 황량한 흐름이 지속된다. 그 흐름은 빛과 바람을 잠재우며 더 깊은 시기로 흘러가는 듯 결핍을 애써
감추려한다. 먼 날이 지루하다. 환한 꿈, 다시 오겠지.
자연의 영역 속에 월출이 있다. 내 눈에 비친 강암은 신비로운 매력이 되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오묘한 빛과
석감의 운율로 채워진 산정의 장엄함은 첫사랑을 설레게 하는 그런 멋을 간직하고 있다. 깊으면서 위엄이
깃든, 가을 벽속에 잠들어 있는 휴식 같은 안정감, 아스라한 달빛처럼 솟아나는 황금색채의 은은함. 월출만이
내뿜는 감각적인 가을의 구도인 것이다.
곱게 뻗친 서북과 동북능선의 산줄기가 찬연한 가을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마치 연기처럼 피어오른
가을안개도 마주한 그 줄기들을 보면서 시목의 변화를 내려놓고 있는 듯하다. 정지된 선들이 눈가에
아른거린다. “먼지처럼 흩날리는 시간들이 허공 되어 훌훌 떠나갔으면….” 그 바램을 갖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괜한 생각으로 머뭇거림이다. 하늘을 바라본다.
아스라이 드러나는 영암벌과 강진만의 가을풍경을 예스러운 마음으로 주시한다. 쭉쭉 쪼개진 앙상한 들녘의
알몸과 풍만한 육체의 볼륨감은 가을의 정적을 닮고 있다. 그러함 속에 빛이 내어주는 아늑한 숨결은 단단히도
내려앉는 시기를 오래 기다리도록 매어주는 듯하다.
[몸을 낮추고 있는 가을은 다음 시간이 지탱되도록 디딤돌을 놓는 듯 합니다. 무너진 연속성은 다시
세우고, 사라진 절기의 초상은 겨울에 다시 일어날 테니까요.]
기기암석들에게 묻는다. 그날 이후 변한 게 있느냐고? 씻겨진 자연의 공간은 저절로 치유될 수는 없지만
변화되는 시기만이 그 상처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세월의 겪정 속에 핀 骨山의 아픔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아름다움으로 승화될 때 가장 달이 빛나는 만공의 산정으로 상징된다는 것. 월출의
존재함에서 오는 힘이 아닌가.
하늘 가까이, 산 벽과 바람 너머로 돌아보는 천황이 시간과 풍경을 거두어간다. 그 순간이 주는 아득한
실타래는 능선과 기암들을 분리되지 않도록 서로 같은 존재로 남게 하는 것이다. 뒤섞인 시간과 공간을
멀리하면서까지. 어느덧 뭇 시간에 놓인 붉게 물든 고요가 이 산정을 훑는다.
기기묘묘함이 끝을 맺는다. 짧게 남긴 흔적은 가을의 시각적 감성을 폭 넓게 느끼게 하는 묵직함으로
다가온다. 숨은 세월, 그 차이를 두지 않고 산굽이를 이고 시간 속을 흐르는 천지간에 하나, 둘, … 만개의
몸이었음을…. 석화의 명암이 지극히 새로워지는 것은 그것들이 본디 한 몸이었기에 가능하다. 엷게
변해버린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웅장한 모습만으론 아니 됩니다. 채색된 채 시들어 수만 송이가 붉은 꽃송이 낙화될 때마다 차갑게
기대었으니 황망하게도 달빛이 품지를 못하는군요. 만산을 감추는 그림자만 떠돕니다.]
천년 묵은 세월의 느낌이 세속을 향해서 쏘아대는 듯하다. 넓고 긴 허공에 사뿐히 내려앉은 도갑사의
만사는 빛을 안으며 구름을 넘고 시기에 머물러 있는듯 가람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월출과
다투는 세월의 힘이 너무 비강해서 그저 자연의 순리를 택해서인가? 산사의 가요가 풍경소리처럼
은은히 흘러나온다.
" 약수 한 모금 하시고 가지요. 거참, 아주 시원하다. 이렇게 시원할 수가..."
◈◈◈
깊어지는 가을의 여유가 느껴지는 월출의 감성 속에 소박한 진실이 배여 있다. 쓸쓸하고 고단한 시기에 애써
감추려들지 않는 그 꼿꼿함을 넘어오는 한줄기의 빛에 비유하고 싶다. 허나 다시 떠오르는 빛처럼 새로이
켜켜지는 산줄기는 허허롭고 적요하기만 하는 이유는…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사무국장님, 산악대장님 이하 회원님과 산우님들, 달덩이 유혹에 마음만 속고
왔습니다. 가을 끝날, 시간 속 축적에 사라져가는 애틋한 사연만 남기고 왔습니다.
“ 수고 하셨습니다.”
회장님 내외분께서 정성껏 준비하신 소고기 육개장 후(後) 식(食) 잘 먹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따뜻한 시간 속에서 黙言하시며 애써주신 이년헌고문님과 회장님 사모님을 비롯한
여성회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14. 11. 10. 오전//
첫댓글 아름다운 월출산
멋진영상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수고하셨읍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월출산 구름다리 다시 가보고 싶네요
같이한 시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멋진 사진 즐감하고갑니다
올해 마지막 가을산행의 대미를 월출산에서
만추의산행으로 회원님들의 웃음이 떠날줄 모르고 좋아하시는모습이 너무 잘왓다고 생각이듭니다. 대장님의 산행기 잘봣고 수고많이하셨습니다
대장님의 산행기는 볼때마다 감동입니다
대장님의 시선과 생각은 우리가 감히 평가를
할수없음을 하지만 잔잔한 히열과 감동으로
뿌듯하답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