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유머와 풍자로 온갖 스캔들에 시달려온 클린턴을
최일선에서 방어했다. 매커리는 르윈스키 스캔들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노 코멘트 구역에 이중 주차했다"는
재치로 기자들의 추궁을 피하기도 했다. 2002년 중앙인사위원회가 한 대학에 의뢰해 전직 장관의 경험담을 모아
'장관의 성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한 지침서'라는
정책연구보고서를 냈다. 내용 중에는 "정치사정에 의해 거짓말이 필요할 경우 '장관이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식의 노 코멘트 전략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 코멘트(no comment·언급하지 않겠다)란 말을 쓴다. 처음 이 말을 쓴 사람이 1951년 소련의 외무장관 그로미코였다고 한다.
당시 소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를 위한 '대일강화조약'이 체결되자 기자들은 그로미코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그로미코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노 코멘트와 함께 곤란한 입장을 에둘러 표현하는 외교적 수사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핵우산국들에 핵무기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 정책을 폈다.
1997년 한보그룹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은 정태수 총회장이 뇌물 준 정치인을 진술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노 코멘트라고 하면 '진술했다'로 쓸 것 아닌가"라며 곤란한 상황을 비켜갔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지난 5일 퇴임식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한 "노 코멘트" 발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이날 대여섯 차례 "노 코멘트"와 "말하지 않겠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법무부나 청와대 압박은 없었나'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한 것이다.
임 전 총장은 '없었다'는 모범답안을 왜 비켜갔을까.
강종규 논설위원 jk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