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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어엿한 등불
어두움과 밤은 새로운 역사가 탄생하는 시작의 징표다. 아기 예수는 밤에 우리를 찾아오셨다.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할 때 이브(eve)는 이브닝(evening)이란 의미이다. 인생의 깊은 밤, 역사의 어두운 저녁는 하나님의 역사가 시동을 거는 시간이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대림절이면 그 기다림을 4개의 초로 고백하고 표현한다. 예언의 초, 베들레헴의 초, 목자들의 초 그리고 천사들의 초이다. 누가복음 성탄 이야기에는 천사가 네 차례 등장한다. 그 주역은 가브리엘이다. 가브리엘은 사가랴를 찾아가 세례 요한의 출생을 예고하였고, 6개월 후 갈릴리 나사렛 동네의 처녀 마리아를 방문한다. 주의 사자(使者)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시대의 징조로서 하늘의 뜻을 전하였다.
많은 화가들은 천사 가브리엘을 그렸다. 유명한 ‘수태고지’(受胎告知) 작품은 당당한 천사의 위엄 앞에서 몹시 놀라나 겸손히 귀 기울이는 마리아를 한 장면에 담았다. 시모네 마르티니(1333년)가 그린 시에나대성당 제단화를 비롯해 15세기 프라 안젤리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17세기 엘 그레코, 카라바조, 18세기 외젠 들라크루아, 19세기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등 대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크리스마스처럼 흥미진진한 사건이 있을까? 특히 아이들에게는 더욱 간절하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누구나 산타클로스를 좋아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산타보다 더 관심을 갖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페드로 엘 네그로(감은 피터)이다. 산타는 착한 어린이들을 찾는데 너무 바빠, 나쁜 어린이들을 찾아줄 사람이 필요해 검은 피터를 고용했다고 한다.
산타는 피터에게 나쁜 어린이들 이름이 쓰인 명단을 주었다. 산타의 명령에 따라 피터는 밤마다 그 아이들을 찾아가 나쁜 짓을 하거나, 기도를 안 하면 작은 당나귀 인형을 창문에 두고 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피터는 여전히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을 데려갔다. 그 후 다시 그 애들를 볼 수 없었다는, 멕시코 동화이다. 잔뜩 겁을 주듯 영화 ‘콜래트럴’(Collateral)에도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훔치기 작전도 있다.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는가!>(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 1966)는 닥터 수스의 그림책이다. 2018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이기도 하다. 그린치는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참을 수 없어서, 아예 크리스마스를 훔치기로 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스스로 산타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그린치는 만능 집사 맥스, 덩치만 큰 소심 루돌프 프레드와 함께 ‘슈퍼 배드’한 크리스마스 훔치기 작전을 시작한다. 결론은 너무나 뻔해, 결국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한다는 해피 엔딩이다.
존 데이빗은 두 가지 크리스마스가 있다고 하였다. 하나는 진짜 크리스마스이고, 또 하나는 ‘X-마스’이다. ‘X-마스’에서 대문자 ‘X’는 원래 헬라어의 ‘크리스토스’라는 낱말의 두음 문자(첫 글자) ‘키’에서 온 것이다. 이것을 영어 발음으로 ‘엑스’로 읽는 바람에 ‘X-마스’가 되었다. 엑스(x)는 수학에서는 미지수를 뜻하고, O와 X에서 틀린 것이라는 뜻도 된다. 약자로 쓰인 크리스마스를 불가사의한 날처럼 오해하게 된 배경이다. 만약 우리가 성탄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할 때 크리스마스는 미지수의 날이 되고 말 것이다.
성탄 카드를 정성스레 보내던 시절에는 우표 곁에 크리스마스씰을 나란히 붙였다. 크리스마스씰을 우리나라에 보급한 이는 셔우드 홀이다. 아버지 제임스 홀은 감리교 선교사로 평양에 광성학교를 세웠다. 오래도록 크리스마스씰 수익금은 모두 결핵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쓰였다. 우리나라에서 가난한 질병인 결핵을 퇴치한 것은 오래지 않다. 뜻밖에도 크리스마스씰을 요즘도 볼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서초주님의몸된교회(유성원 목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크리스마스 씰 전시회를 한다. 대한결핵협회와 함께하는 일이니, 지극히 성탄스럽다.
성탄절은 무엇인가? 성탄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메시야가 오신 날이다. 나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 몸소 사람이 되신 날이다. 아기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두근두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뜻밖의 선물을 나누는 것은 큰 기쁨이다. 어느새 성탄절이다. 기다림으로 목말라하고, 사랑을 호소하며, 평화를 잃은 사람 모두에게 참 희망의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