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回顧) /석계 윤행원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 나는 여태 까지 '나의 세계' 를 가지고 살아왔다. 이쯤 되면 생각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은 조금 해도 괜찮을까 하고 정리해 본다. 지금까지 살아 온 것을 반추(反芻) 하고 정돈해 보는 것도 하나의 의미는 될 것 같다.
나는 스무 살 되던 해...생일날, 깊은 사색(思索)을 했다. 일생 계흭이다. 생각과 생각으로 하루 종일 보냈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
우선 가훈(家訓)삼아 나의 좌우명(座右銘)을 만들었다. 자강불식 자원자득(自强不息 自願自得) 자신의 실력을 단단히 해 두면 내가 원하는 것은 언제든 스스로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평생 동안 어려움을 감당하느라 고된 세월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어느 유명한 서예가(書藝家))를 만나 붓글씨로 써서 액자에 넣어 거실에 걸어 두고 있다.
그리고 그날, 세 가지 커다란 결심을 했다. 1. 일생 동안 책 일 만 권을 읽어야 한다. 2. 자산은 쌀 (80킬로그람) 일 만 석 값어치를 만들어야 한다. 3.나는 적어도 세 사람 몫의 삶을 사는 보람을 가져야 한다. 조금 당돌한 생각이지만, 바쁘게 살겠다는 게 아니라 게으르게 살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이렇게 단단히 정해 놓고 그대로 하느라 매우 노력했고 고생도 했다. 어려운 일에도 즐겁게 도전했고, 적극적인 활동과 낙천적인 성격으로 인생을 사랑했다.
군대에 가선 군 복무 기간 동안 영어 소사전을 뒷 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녔다. 다행이도 군 복무를 부산에서 하게 돼서 코리아 타임스나 코리아 헤랄드를 6개월마다 번갈아 구독했다. 그때 1962년 일 개월 신문 구독료가 50원이었다. 육군 상병 월급이 150원이었고. 해설판이 있어 공부하기도 편리하고 좋았다. 공부하기 위해서 병장 될 때까지 쫄병 한 명은 잠자게 하고, 대신 내가 일부러 보초 막사 안에서 마지막 새벽보초 (3시간)을 섰다.
그러구러 만 권 쯤 되었을거다라고 생각한 것이 내 나이 77세(57년간)에 채운 것 같았다. 단행본과 신문 잡지에서 소중한 것을 간추려 읽은 것을 합쳐 계산한 결과다. 어느 날 평택시민신문에서 女記者 두 명이 와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자가 만 권 독파했다고 신문에 특필 기사(特筆 記事)를 올려서 시중의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른 생각을 갖기 위한 수련(修練)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고 사느냐 에 따라 우리의 생활이 달라진다. 생각이 바로 우리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3년 되는 해에 목표로 했던 자산도 얼마 쯤 이룬 것 같았다 쌀 한 가마가 약 105,000원 전후로 형성되고 있었다. 능력이라기 보다 행운(幸運)이 따라주어서 항상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
사람이 나름대로 이루면서 살려면 열심이도 살아야 하지만 촌음을 아껴야 한다. 산책을 할 때나 전철을 타고 외출을 할 때는 공부할 것을 미리 준비했다. 사용한 소형 녹음기 바꾼 것만 해도 일곱 개가 넘는다.
그래도 삶이 힘 든다고 짜증을 내던가 게으름을 부리지는 안 했다. 언제나 즐거웠고 의욕이 넘쳤다. 나는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했지만, 놀 때는 더욱 열심히 놀았다.
매사에 낙천적이고 적극적으로 즐겁게 살았다. 친구들에게는 밥도 술도 많이 샀다. 형제나 친지들에게도 돈을 써야 할 때는 거침없이 썼다.
젊은 시절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87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인생에 대한 호기심이 유난히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면 호기심 어린 즐거움이 가슴을 감싼다.
그런대로 유쾌하고 감사한 나날이었다. 로마인 세네카의 말이 생각난다. "삶은 짧지 않다. 우리가 삶을 낭비해서 짧게 만들 뿐이다." 그는 말한다. 낭비한 80세 보다 알뜰하게 산 40 세가 더 오랜 삶이라고. 노후는 인생의 갈무리가 가장 깊어지는 마지막 세월이다. 사는 데까진 담담한 마음으로 원만(圓滿)하게 나머지 삶을 챙길 것이다.
2026년8월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