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형제자매(內外兄弟姉妹)와 내외종형제자매(內外從兄弟姉妹)
전통의 예문(藝文)에서 표준으로 사용한 친족호칭어(親族呼稱語) 내지 지칭어(指稱語)는 주지하는 바 중국 고대 13경(十三經) 중 하나인 이아(爾雅) 석친(釋親)에 정리된 것이었다.
그 중의 이른바 “종조조부(從祖祖父-종조부, 사촌대부), 종조조고(從祖祖姑-대고모), 숙부(叔父), 세부(世父-백부), 종조부(從祖父-당숙)” 등은 조선 말엽까지도 한결같이 쓰이던 것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 변화를 겪은 ‘친족어’는 출전(出典)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출전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인 대표격 ‘친족어’가 중국의 전통 어례인 내외형제자매(內外兄弟姉妹)와 그것의 한국한자어(韓國漢字語)인 내외종형제자매(內外從兄弟姉妹)였다.
이 친족은 예나 지금이나 나(己身)와의 인정적 교섭이 자별(自別)한 친속(親屬)으로서 '이아석친'에서는'생(甥)’이라 하고‘구지자(舅之子) 및 고지자(姑之子)’를 나누었으며, 또‘종모곤제(從母昆弟-從母之男子) 및 종모자매(從母姉妹-從母之女子子)’로 분류되어 있으나 비슷한 시대의 의례(儀禮) 사상례(士喪禮)에서는 그들 서로간의 호칭(呼稱)을 모두 외형제(外兄弟-姑舅之子及從母之子古相謂外兄弟)라 부른다고 하였다. 이 친속이 나에게 아주 특별히 중요한 사람임은 여러 법전(法典)을 통하여 보는데, 예를 들면 대전회통(大典會通, 1865)의 오복(五服) 연관 복친(服親)에서 외숙(外叔-小功 5월)을 제외한 '고부(姑夫-고모부), 이부(姨夫-이모부)' 등이 전혀 복친이 아닌 것에 비하여 이들 ‘내외형제자매’는 모두 시마친(緦麻親-3월)이었고, 또 이들 고구양이형제(姑舅兩姨兄弟)는 관임 상피(官任相避)의 대상이며,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에서 이들 고구양이자매(姑舅兩姨姉妹)가 나와는 금혼(禁婚)의 대상이었다.
이들 친속을 ‘내외형제자매’로 일컬은 역사는 주자가례(朱字家禮)에서 또한 같았다. 그런데 ‘주자가례’ 뿐 아니라 조선 초기 ‘경국대전’부터 고종 때에 고쳐 간행한 ‘대전회통’까지도 ‘내형제자매’는 ‘외종형제자매’를 뜻하는 말이었고, ‘외형제자매’는 오늘날의 ‘내종형제자매’를 뜻하는 말이었다. 말하자면 ‘내외형제’는 본래 중국말이고, ‘내외종형제’는 우리말이라는 것인데 그러므로 ‘내형제와 내종형제’ ‘외형제와 외종형제’를 혼동하면 큰일이 날 전혀 다른 말이 된다.
여러 예문에서 ‘내형제’는 ‘구지자(舅之子), 구형제(舅兄弟), 외친당형제(外親堂兄弟, 內兄弟), 구표(舅表), 외종형제(外從兄弟), 외사촌형제(外從四寸兄弟)’ 등으로 썼고,
‘외형제’는 ‘고지자(姑之子), 고형제(姑兄弟-舅姑兄弟, 姑舅兄弟), 친표형제(親表兄弟), 외친당형제(外親堂兄弟, 外兄弟), 고표(姑表), 내종형제(內從兄弟), 내종사촌형제(內從四寸兄弟), 고종형제(姑從兄弟), 고종사촌형제(姑從四寸兄弟)’ 등으로 썼으며,
우리말로 ‘이종형제(姨從兄弟’라 하는 말은 또 예문(禮文)에 ‘모지자매지자(母之姉妹之子), 종모곤제(從母昆弟), 종모형제(從母兄弟), 이지자(姨之子), 외친당형제(外親堂兄弟, 姨兄弟), 종모지자(從母之子), 양이형제(兩姨兄弟), 이표(姨表), 이종사촌형제(姨從四寸兄弟)’ 등으로 썼다.
또 중표형제(中表兄弟)라는 말도 있었는데, 때로 ‘내외형제’의 다른 말, 혹은 ‘내형제, 외형 제, 이형제’를 아우르는 말이기도 하였다.
사정이 그러하였으므로 중국 사람들의 ‘내형제’와 우리말인 ‘내종형제’, 중국말의 ‘외형제’와 우리말의 ‘외종형제’를 혼동하여 왈가왈부하는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호사가들이 자기 생각만으로 잘못 판단하여 ‘외종형제’는 실은 ‘내종형제’라 해야 맞는 것이었고, ‘내종형제’는 거꾸로 ‘외종형제’라고 해야 했던 것이 잘못 전해졌다고 얼토당토 아니 한 웃기는 언설을 하는 것을 본다. 그런 언설의 일단을 보이면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검색되는 필설로 다음과 같은 예가 있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내외종(內外從)이 문제가 된다. 내외종은 내종사촌과 외종사촌으로 중표형제(中表兄弟)라고도 칭한다. 중(中)은 내(內)의 뜻이고 표(表)는 외(外)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의 내와 외가 문제이다. 누구를 내로 보고 누구를 외로 보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들은 으레 외숙의 자녀를 외종, 고모의 아들이나 딸을 내종, 또는 내종사촌이라 하고 외삼촌의 아들이나 딸을 외종, 또는 표종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 역시 모든 기록은 위의 내구(內舅=외숙), 외구(外舅=장인)와 연결시켜 고모의 자녀를 외종(=외형제의 오기, 필자주)이라 하고 외숙의 자녀를 내종(=내형제의 오기, 필자주)이라 하여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즉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어머니의 친정은 외가이기 때문에 외숙의 아들은 당연히 외종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고전의 기록은 어머니는 우리 집으로 시집왔기 때문에 내가(內)가 되고 고모(딸)는 우리 집에서 시집갔기 때문에 외(外)가 되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딸이 시집을 가서 낳은 자녀를 외손(外孫)이라고 칭하지 않는가. 또한 어머니의 형제(외숙)를 내구라 칭하므로 그가 낳은 자녀를 내종이라 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 언설 중의 잘못은 다음과 같다. 한 마디로 중국의 예문 어디에서도 고모의 자녀를 ‘외종’이라 하고 외숙의 자녀를 ‘내종’이라 한 적이 없다. 외숙부의 아들인 '외종형제'와 고모부의 아들인 '내종형제'는 조선 후기에 만들어 쓰인 현대어의 '순수 국산' 친족 칭호칭어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무엇이 있었다면 위에서 보았듯이 고래로 당연하게 고모의 자녀는 ‘외형제자매’, 외숙의 자녀는 ‘내형제자매’라 했던 것이 전해 내려올 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사람은 고모의 자녀가 ‘외형제자매’이고 우리는 ‘내종형제자매’였으며, 중국 사람에게 ‘외숙’의 자녀는 ‘내형제자매’였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그들이 ‘외종형제자매’였던 것이다.
중국 사람들의 ‘내외형제자매’ 우리말의 ‘내외종형제자매’를 바로 깨우치지 못하고 혼동하여 생각한 언설은 순조 때의 학자인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에서도 다음과 같은 예를 보게 된다.
“……외숙의 아들을 내종이라 하고 고모의 아들을 외종이라 한다. 이는 비단 「이아」에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자(朱子)의 정론(定論)에도 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외숙의 아들을 외종이라고 부르는 자가 있으니, 이는 외가의 형제라고 인식하여 이렇게 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형제를 내구(內舅)라 칭하니, 그렇다면 내구의 아들이 어찌 내종이 되지 않겠는가. 여자가 출가하면 모두 외(外)가 된다. 그러므로 사위를 외생(外甥)이라 칭하고 손자를 외손(外孫)이라 칭한다. 이 뜻을 미루어 본다면 고모의 아들을 외종이라고 칭해야 함을 알게 될 것이다."
舅之子曰內從, 姑之子曰外從, 不惟爾雅所載, 亦有朱子定論, 而今人或喚做, 舅子曰外從者, 認以外家兄弟, 故云爾然, 母之兄弟謂以內舅, 則內舅之子, 豈不爲內從乎, 女子出嫁者皆外成, 故稱壻曰外甥, 孫曰外孫, 推斯義也, 姑子之稱以外從可知也 『梅山集 卷十八, 書』
매산의 혼동 중 대표격인 것은 이아(爾雅) 및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내종’과 ‘외종’이 각각 외숙의 자녀 및 고모의 자녀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틀린 지적이다. 이아나 가례에 ‘내형제 및 외형제’가 기록되어 있었을 뿐 ‘내종, 외종’이란 말은 없다. 매산이 ‘내외형제자매’라는 어례와 ‘내외종형제자매’라는 용어의 차이에 대하여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이 ‘내형제자매’라 한 사람을 우리 문화에서는 ‘외종형제자매’라 하였고, 중국 사람들이 ‘외형제자매’라 한 사람을 우리들은 ‘내종형제자매’로 일컬은 당연한 차이를 반영할 뿐인 것에 대하여 무지하였다. 그러므로 매산의 말로서 고모의 아들을 ‘외종’이라 하고, 외숙의 아들을 ‘내종’이라고 칭해야 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의 무지를 토로하는 것이 된다. “고모의 아들이 ‘외종’이 되어야 함을 가히 알겠다.”라 한 말은 그야말로 ‘소’가 ‘말’이 웃을 말이니, 고모의 아들을 “외형제’라 할 수는 있어도 결코 ‘내종형제’이지 ‘외종형제’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매산의 위 언설을 받아 다음과 같이 말한 사람도 있었다.
“……매산이 말한 대로 우리 문헌에는 거의 모두가 이렇게 표시되어 있으므로 고전을 읽는 이들은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내종과 외종을 문자(기록)로 밝힐 때에는 외숙의 자녀인가 고모의 자녀인가를 좀 더 분명히 밝혀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호칭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문자와 구어(口語)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알고 서로 혼돈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전을 제대로 읽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내종’은 곧 ‘고종사촌’이요, ‘외종’이라 하면 ’외종사촌‘인 것에 대하여 혼동하지 아니한다. 또한 이아석친 이래 당률(唐律), 주자가례, 명률(明律) 등의 오복(五服) 관계 복친 규정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외형제’는 ‘내종형제’요 ‘내형제’는 ‘외종형제’인 사실에 대하여 혼동하거나 의심하지 아니한다.
도대체 무엇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외종형제를 ‘내종형제’로 고치고 ‘내종형제’는 또 ‘외종형제“ 고쳐야 마땅한 것인데, 그것이 언어라 하루아침에 그러기 어렵다는 말인데 전혀 고칠 필요가 없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사람들은 그들 나름으로 ’외형제‘라하였을 뿐이고, 우리는 그것을 ’내종형제‘라 부른다고 알면 그만인 것이다.
이 글은
교양인의 보학(譜學) 상식
[출처] 내외형제자매(內外兄弟姉妹)와 내외종형제자매(內外從兄弟姉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