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열두 달 오월의 선물 같은 날들
선물이라는 말,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말입니다. 선물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모든 것이 선물이어서 그것이 무엇이라 불렸든 선물은 존재했습니다.
옛날 시집간 딸이 친정 부모님께 선물로 가져간 것은 자신이 키우고 만든 차였다고 합니다. 또 시집으로 돌아갈 때 친정 부모는 인절미를 들려 보냈다고 합니다.
시집에서 입을 봉하고 살라는 뜻인데, ‘입마개 떡’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시집 식구들에게 내 딸이 잘못한 것이 있다 하더라도 입을 막고 잘 봐달라는 뜻이기도 하고, 인절미가 잘 떨어지지 않으니 사위에게는 부부 화합하여 살 것을 당부하는 사랑의 떡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는 먹고살기 힘들 때라 어버이날에 별도로 뭘 드린다는 건 호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부모님을 뵐 때, 계란 한 꾸러미, 생선 한 마리, 소주 한 병, 사탕 한 봉지… 드려도 마냥 기뻐하시던 시절, 첫 월급 탔다고 빨간 내의 한 벌에 고기 한 근 들고 찾아뵈면 큰 선물이요,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은 자식에겐 더욱 큰 선물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상품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불과 40여 년 전입니다.
60년대 중반에 명절 선물 카탈로그가 신문광고에 등장했을 때, 지금은 선물용으로 쳐다보지도 않는 설탕, 밀가루, 맥주, 콜라가 최고의 선물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가격과 브랜드가 좋은 선물의 기준이 되는 것 같아 선물은 의례적이고 부담스러운 것이 된 듯합니다. 선물은 받는 이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기에 평상시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잘 통하면 작은 말 한마디, 엽서 한 장도 큰 선물이 됩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면 제아무리 값비싼 보석도 돌처럼 소홀한 것이 되고 맙니다.
어머니가 가슴에 품었다 내주시던 신발의 온기처럼,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선물. 두고두고 힘이 되고 지혜가 되는 마음의 선물을 모아보았습니다.
아주 특별한 선물 이야기
_ 첫 번째 선물 이야기
아버님께 드린 새 인형 “멀리 있지만 늘 함께 있다고 여겨주세요”
선물은 공짜라서 좋은가요? 뜻밖이라서 좋은가요? 아니면 주는 사람의 손에서 뭔지 모르는 것에 대한 설렘이 내게로 건너오기 때문일까요? 제가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 때 아버지의 어느 생신에 선물로 예쁜 새 인형을 보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나무에 앉아 있는 새에 센서가 붙어 있어 가까이 그 옆을 지나가게 되면 새가 약간 움직이며 삐삐루~ 삐삐루~ 소리를 내는 것이었죠. 같이 보내드린 카드엔, 아버지의 동작 하나하나에 늘 함께하고 이렇게 새소릴 내드리고 싶지만 멀리 있어 함께하지 못함에 죄송스럽다고 제가 이렇게 곁에 있다고 생각해주세요. 그런 내용을 적었더랬죠. 아무 생각 없이 아빠가 그 새 옆을 지나게 될 때 삐삐루~ 하고 이 새가 지저귀면 바로 제가 드린 말씀이 생각나셨던 게지요. 그래서 아버지는 이 선물을 좋아하셨습니다. 센서 달린 그 새가 울 때마다 제 마음이 아버지께 전달되었기에 그건 제게도 더불어 고마운 선물입니다. 저는 그 새만큼 반응할 수도 없고 표현할 수도 없는 걸요. 그 새가 나보다 훌륭해요.
김진경씨가 어머니에게 만들어드렸다는 감사장. “그 사랑에 값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은 상장을 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김씨의 어머니는 이 ‘엉뚱한 선물’에 마냥 즐거워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께 드린 사랑과 존경의 상장 “오랜 희생과 사랑에 값할 만한 것은 없지만 작은 즐거움 되셨으면…”
나의 어머니는 74세이십니다. 젊은 시절,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셨던 어머니는 항상 우렁각시처럼 가족을 위해 일을 하시면서도 늘 아랫사람처럼, 자신을 낮춰 남을 귀하게 대접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나에겐 아름답고 훌륭하게 보인답니다. 남들처럼 멋을 부릴 줄도 모르고, 잘난 체도 하지 못하시고, 큰소리도 낼 줄 모르시기에 남이 엄마를 너무 쉽게 보기도 합니다. 혹 당신을 대접하려 하면 받는 대접을 너무 어색해하시는 게 더 마음이 찡하며 아픕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어머니들에게 홈페이지 만드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하여 갔는데 그때 선생님이 가르쳐준 사이트 중 하나가 ‘상장 만드는 사이트’입니다.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니라는 말만 하면 눈물이 나네요…. 문구 작성해서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그대로 해주기에 사랑스런 저의 어머니께,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상장을 드리기로 했었죠. 70세가 넘어서 처음 받으시는 상장!
당신의 오랜 희생과 사랑에 값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이 상장으로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딸이 그 고마움을 전하고자 이 상장을 드린다고요. 어머니한테 배달이 되었는데 “야, 이런 거 받았다”며 좋아하셨어요. 신기하고 엉뚱한 선물이 되었죠. 누가 놀러오면 얘가 이런 걸 다 했다며 자랑하셨어요. 새로운 이 상장이 조금은 장난스럽고 가벼울는지는 몰라도 거기에 담긴 제 마음은 진지했습니다.
살아가는 지혜 알려준 친구의 조개 동봉해준 글이 더 인상적이었던 선물
조개껍질과 비타민C 등 작은 것들에 각각의 의미를 담아서 편지와 함께 친구가 보내주었던 작은 상자. 그 뚜껑은 차라리 천국의 문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때 받은 조개는 한 면은 퍼렇고 지저분하고 한 면은 참 매끈하던 게 신기했었죠. 친구가 쓴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어요.
‘… 이처럼 부드러운 밝음이 음지와 짝하고, 거친 어둠이 양지와 조응하는 음양의 이치를 깊이 살펴 네 우울과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품고, 환한 날의 즐거움 속에서도 삶의 무게 앞에 근신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란다…’ 정말 보니까 햇빛을 받은 부분은 거칠고 땅에 묻혀 있는 부분은 예뻤어요. 슬픈 날 슬퍼지게 되고 기쁜 날 기뻐지게 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구나, 이걸 보면서 지혜를 얻었습니다.
<글 _ 김진경 / 인천시 연수구 연수3동>
김진경 님은 주부이면서 본지‘아줌마가 들려주는 생활과 그림 이야기’ 필자입니다.
_ 두 번째 선물 이야기
칠순 잔치 대신에 보내드린 마음 여행
“평생 마음 둘 곳 없었는데, 너무 행복하다” 마음수련하시고 기뻐하는 시어머님
시어머니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많았다. 어머니 연세의 많은 어른들이 그렇겠지만, 어머니는 일찍이 혼자 되시고 홀로 삼 남매를 키우시면서 마음고생, 몸 고생 많이도 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식들 덕도 좀 보며 편안히 쉬실 때쯤 되어 어머니는 한쪽 콩팥을 떼어내는 신장암 수술을 받으셨다.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셔야 했다. 잘 챙겨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마음으로만 걱정해 드릴 뿐이었다.
어머니도 마음공부를 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한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남은 여생이라도 마음 편안히, 행복하게 사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어머니의 칠순이 돌아왔지만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남들 시선 때문에 하는 칠순 잔치보다 여생 동안 마음 편안할 수 있는 마음수련을 권유해 드렸다. 이렇게 해서 어머니는 칠십 년 인생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어머니가 논산 교육원에서 수련하시는 동안, 우리는 매주 주말마다 찾아갔다. 어머니의 혈색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한아름의 약을 싸 가지고 가셨는데 드시는 약들도 하나씩 줄어들었다. 어머니는 “평생 마음 둘 곳 없이 살았는데, 이제 돌아갈 마음의 고향을 찾게 되었다. 내 마음속에 천국이 있었구나” 하며 기뻐하셨다. 편안해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 괜히 눈물이 났다. 어머니의 칠순 여행 이후 참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전엔 몇 마디 하고 나면 어머니와 할 얘기가 없었는데, 지금은 어머니와 수다를 떤다. 살아가는 이야기, 마음 비운 이야기…. 어머니와 남편,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마음을 비우는 기분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좋다. 요즘엔 길을 가다가도 어머니가 필요하실 만한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저건, 어머니가 필요하실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사서 보내면 너무 마음에 들어하신다. 형식적으로 선물을 보낼 때는 그렇게 좋아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일상에서 서로를 위하는 소박한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 될 수 있는지 몰랐었다. 요즘엔 어머니가 딸처럼 나를 아낀다는 게 마음으로 느껴진다. “너희들 덕분에 이런 귀한 선물을 받게 되었구나”라고 말씀하시며 열심히 마음공부하시는 어머니께 도리어 감사할 뿐이다.
< 글 _ 송언주 /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1동 > |
첫댓글 입마개떡.. ㅎ
선물주세욤
선물 선물~~ㅎㅎ
옛다..!! 마음의 선물~~~ 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 감사~
마음수련을 선물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