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환시인의 호남문화의 혼(魂)을 찾아서 >
①죽림의 고장 담양 가사문학의 현장을 가다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호남은 문학과 예술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져 왔다. 수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배출됐으며, 이들의 채취와 숨결은 지금도 이땅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 광주를 아시아의 문화수도로 가꾸겠다는 염원의 근본이 바로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 따라 한국사이버문학인협회,한국복지문학예술인협회 회장인 나일환시인이 지역의 문학· 예술인들과 함께 호남의 문학 예술 현장을 찾아가는 기획시리즈 “호남 문화의 혼(魂)을 찾아서” 를 월 2회 연재한다. 나일환 시인의 길 걸음에는 이전안 시조시인, 정형래 수필가, 고운석 시인, 김용후 향토사학가, 최미옥 시인, 이금자시인, 정상미 시인 등이 동행하며, 이병욱 시인이 사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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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북구 충효동과 전남 담양 남면의 무등산 일대가 국문시가인 가사문학 산실 역할을 담당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한국가사문학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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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으로 간다. 대숲으로 간다. 한사코 성근 대숲으로 간다. 자욱한 밤안개에 벌레소리 젖어 흐르고 벌레 소리에 푸른 달빛이 베어 흐르고 대숲은 좋더라 성글어 좋더라 한사코 서러워 대숲은 좋더라”신석정시인은 사림정신이 가득한 대나무의 신비 속으로 가면서 담양 대 숲에 서서 읊은 시다. 담양은 전남 북쪽에 위치한 수려한 자연경관과 많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발전시켜온 유서 깊은 고장으로 조선시대 한문이 왕성한시기에 국문으로 시를 지어 가사문학의 꽃을 피웠다. 문화 답사 일행은 광주의 명산 무등산자락을 돌아 광주시 북구 충효동에 이른다. 솔잎 사이로 부는 바람은 대나무사이에 머물다 죽향 내음 가득안고 잔잔한 기운으로 우리에게 다가선다. 들뜬 마음 한구석에 펼쳐지는 야산과 광주호의 은빛물결이 자연 속에 자신을 성찰하려 했던 옛 선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대의 통천(大義通天)이라 했던가? 대의 명분을 쫓아 삶을 살았던 선비들은 모순된 정치를 멀리하고 인심이 넉넉하고 자연환경이 수려한 남녁땅 호남으로 내려와 정자를 짓고 시회를 열어 후진양성에 힘쓰며 간장을 녹이는 주옥 같은 작품을 내놓아 가사문학의 터전을 만들었다. 조선중기에 낙지가(이서)를 비롯하여 정해정의 민농가에 이르기까지의 600년 역사를 간직한 담양의 가사문학은 후세에 자연과 더불어 청빈한 삶을 살고자하는 조선조 사림의 의연한 모습을 엿볼수 있다. 가사문학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발생한 문학의 한 형식으로 4음보 율격의 장편 연속체 시가이다. 고려 말 나옹선사의 서왕가 조선 초에 정극인의 상춘곡이 고려 말과 조선 초에 발생했다는 설인데 확실치 않다. 많은 가사 작품들이 사대부계층으로 장르가 폭넓게 열려 있는 형태로 부녀자와 서민 승려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불경의 부록으로 나와 많이 전파되었다. 가사 문학은 시조와 함께 한국 고전 문학에서만 볼 수 있는 운문과 산문의 중간형태의 조선의 대표적 국문 시가이다. 가사문학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면 전북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무성서원에 불우헌 정극인의 상춘곡을 비롯하여 광주시 북구 충효동과 전라남도 담양 땅에 정자를 중심으로 찾아 볼 수 있다. 풍광 역시 수려하다. 죽향의 고장으로 광주호가 보이고 멀리 무등산이 자리하며 추월산을 뒤로하고 있다. 필자는 풍수학에 전문지식은 없지만 지리학적으로도 훌륭한 문학자를 배출할만한 땅이라 믿는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나라의 가사문학의 산실인 가사문학권역이 다리 하나를 두고 광주와 담양으로 분리되어 근거리의 정자 중심 시가 문학 촌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필자는 전남도와 광주로 분리되어있는 가사 문학권역을 하나로 합쳐 하나의 구심체적 시가문학 촌으로 만들어 좀 더 활성화된 가사문학 자원을 만들었음 하는 바램을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나 같은 생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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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정 전경 ©
| | ◇송강정 이 몸이 태어날 때 임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생 함께 살아갈 인연이며 어찌 하늘이 모를 일이던가? 나는 젊어 있고 임은 오직 나를 사랑 하시니, 이 마음과 이 사랑을 비교 할 곳이 전혀 없다. 평생에 원하되 임과 함께 살아가려 하였더니, 늙어서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가? 엊그제에는 임을 모시고 광한전(달나라궁전,대궐)에 올라 있었더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속세에 내려왔느냐? 내려올 때에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지 3년일세, 연지와 분이 있지만 누구를 위하여 곱게 단장 할까? 마음에 맺힌 근심이 겹겹으로 쌓여 있어서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르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끝이 있는데 근심은 한이 없다. - 사미인곡 중에서-
송강정은 선조18년 송강의 나이 50세에 중수한 전라남도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 죽록천과 송강주변의 언덕 소나무숲속에 자리한 정자로 지리상으로 면앙정과 식영정의 중간 거리에 있다. 정자 옆에는 사미인곡이 새겨진 ‘송강 정 선생 시비(松江鄭先生詩碑)’가 있다. 임금에게 버림받은 자신을 임과 이별한 한 여인에 비유해 지은 작품으로 당파 싸움으로 밀려나 담양에 머무를때 연군에 대한 정을 표현한 정철의 ‘사미인곡’은 대표적인 유배 가사이다. 정철은 (1536~1593) 중종 31년 한양 장의동에서 태어나 선조26년 강화에서 세상을 떠난조선 중기의 가사문학의 대가다. 을사사화에 휩싸여 가문이 몰락하면서 16세때 전라도 담양 창평에 내려와 당시의 석학 양응정 김윤제의 문하에 들어가 수학한다. 활동무대를 보면 땅을 내려다보고 하늘도 바라본다는 면앙정과 환벽당,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 식영정등에서 기대승 고경명 임억령등과 교류하며27세의 나이에 문과별시에 급제하여 성균관에서 좌의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직을 역임하다 벼슬에 물러나 담양에 있는 송강정과 식영정을 오가며 ‘성산별곡·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 등 많은 작품을 남기며 시가 창작에 몰두하였다. 현시대에 자연속에 현실과 조화를 이루며 꿈을 이루어낸 학자가 몇이나 될까? 삶이 각박하고 세상이 어지러워 난세중에 난세인 현시대를 자연의 이치에 궁합을 맞추고 산다는것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자기중심의 이기주의적인 논리로는 살수 없다. 대의를 알고 명분을 쫓아 함께 어우러지며 자연을 통한 삶이야말로 진실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조상들의 시심에 흠뻑 빠져본다.
전남도 · 광주 '통합 시가문학촌' 구성 바람
송순, 담양 가사문학 산실 자리매김 '큰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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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양정 전경 ©
| | ◇면앙정 무등산 한줄기 산이 동쪽으로 뻗어 있어 멀리 떨치고 나와 제월봉이 되었거늘, 끝없이 넓은 들에 무슨 생각을 하느라고 일곱 굽이가 한데 움츠리어 무더기무더기 벌여 놓은듯한가. 가운데 굽이는 구멍에든 늙은 용이 선잠을 막 깨어 머리를 얹어 놓은듯하니, 너럭바위 위에 소나무와 대나무를 헤치고 정자를 앉혔으니 구름을 탄 푸른 학이 천리를 가려고 두 날개를 편듯하다. - 면앙정가 중에서- 면앙정가는 면앙정의 모습과 4계절의 자연경치, 자연생활의 즐거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면앙정은 넓은 평야와 추월산 병풍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한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 산비탈에 자리한 정자다. 면앙정은 송순이 1553년에 사심도 없고 꾸밈없이 당당하다는 마음으로 면앙정을 지었다고 한다. 면앙정은 송순의 하늘을 쳐다보고 땅을 내려 다 본다는 뜻의 호를 이름 한 것이다.
송순은 한국 가사문학의 발전을 가져오는데 밑걸음이 되어 송강 정철과 더불어 우리 국문학사에 가사문학의 대가로 퇴계 이황을 비롯한 많은 문인들과의 시를 교류하고 560여수에 시를 남기기도 했다. 송순은 담양 남기면에서 태어나 시와 예술에도 천부적인 소질을 갖고 1514년 27세에 진사에 급제해 중앙 요직을 거쳐 나이 들어서 낙향, 후진 양성과 수양생활을 하면서 담양이 한국 가사문학의 산실로 자리 메김하는 제 일의 공을 세우고 1582년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송순이 있었기에 정철이 있었고 담양의 가사문학이 확실히 둥지를 틀었다. 역사를 이야기하며 옛 사림들의 숨결을 찾고 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즐거움보다는 숙연함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가사 문학을 이해 한다는 것은 조상들의 혼속에서 바로 현실의 우리를 보며 앞날을 예견하고 자연을 통한 삶의 지침을 얻을수 있다. 하루 해가 저문다. 가사문학관, 송강정 면앙정을 돌며 하루를 돌아도 힘든 여정이다. 다음호에는 식영정과 환벽당, 취가정 소쇄원을 소개 하며 담양 가사문학이 이야기들을 마무리 할까 한다.
글/나일환 시인 사진/이병욱 시인 |
첫댓글 귀한 이야기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_()_
귀한 글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