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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 역사 속에서 반세기 동안 갇혀있었던 '향수'
류지미 2023. 4. 4. 17:54
[명작스캔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반세기 동안 갇혀있었던 '향수'의 비하인드 스토리l KBS 20120205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STB2q6UEJg4
명작스캔들 비밀을 찾아라 (2012년 2월 5일 방송) 시 '향수'는 노래로 세 번이나 만들어졌다?!
- 향수의 세 가지 버전 중 하나만 알려진 사연은? 우리들 가슴 속, 영원한 고향의 모습을 담은 시, 향수.
이 시는 1927년 조선지광에 발표돼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정지용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노래로도 불러져 더 친숙한 시이다.
그런데 시 향수의 노래가 세 곡이나 된다는데... 시 향수가 노래로 가장 처음 발표된 것은 1930년대, 지용과 친분이 있던 작곡가 채동선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 최초로 곡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곡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해방 후 한 순간 월북 작가로 오인 받은 시인 정지용. 6.25때 행방불명이 된 이후 그의 모든 시는 금지되었다.
가족들의 힘겨운 사투 끝에, 40여년이 지난 1985년 정지용은 월북이 아닌 납북되었다는 사실을 국가로부터 확인받았다. 그리고 1988년 그의 모든 시가 해금되자 정지용 시인의 가족과 지인들은 정지용 시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작곡가 변훈에게 향수의 곡을 의뢰한 것. 그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없는 난해한 곡으로 이 또한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세 번째로 시에 노래를 입힌 작곡자는 당시 대중 작곡가로 유명세를 날리던 작곡가 김희갑.
친근하고 대중적인 멜로디와 더불어 테너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의 만남으로 마침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비극적 역사 속에서 반세기 동안 갇혀있었던 지용의 시. 향수!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한 시로 한국인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향수에 얽힌 파란만장한 사연을 공개한다.
향수 (鄕愁)💜이동원 & 박인수정지용 시, 김희갑 곡
https://www.youtube.com/watch?v=h8V3bm8ioGM
향수(鄕愁) 정지용
넓은 들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조선 지광>(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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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개관정리]
◆ 성격 : 낭만적, 향토적, 토속적, 서정적, 회고적, 감각적, 묘사적
◆ 표현 : 후렴구를 통해 '리듬감, 이미지의 통일성, 그리움의 정서 강조' 등의 효과를
얻어냄.
토속적 시어로 향토적 정감을 흠씬 표현함.
선명한 감각적 심상으로 고향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함
1, 2, 5연의 현재 시제 : 현재도 지속되는 고향의 모습
3, 4연의 과거 시제 : 추억으로만 남아 있는 고향의 모습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지줄대는 → 거침없으면서도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소리를 내며, 연달아서 수다스럽게 (의인법)
* 해설피 → 소리가 느릿하면서도 다소 슬픈 느낌이 드는 것
* 금빛 게으른 울음 → 청각의 시각화(공감각적 심상), 푸근하면서도 찬란한 그리움을
돋구는 한가한 울음
*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설의와 반복을 통한 의미(간절한 그리움)의 강조
피동의 표현은 외적인 현실과 조건(일제강점하)을 강조하는 효과
*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 밤이 깊어지면
* 뷔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 '세찬 밤바람소리'를 '사람이 말을 타고 달리는 소리'로 표현
활유법이며, 방안의 안온한 정경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킴.
* 엷은 조름 → 살포시 든 잠
* 흙 → 현실
* 파아란 하늘 → 이상
* 파아란 하늘을 향해 쏘아올린 화살 → 무한과 미지의 세계로 향한 유년시절의 꿈
유년기의 상승적 지향성
* 함초롬 → 모자람없이 알맞게 담뿍
* 아무러치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 평범한, 소박한
* 사철 발벗은 안해 → 농사일에 바빠서 자연 속에 파묻힌 토속적 아내의 모습
*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 별똥별이 지는 모습
* 서리 까마귀 → 서리가 내릴 무렵에 나는 가을 까마귀, 온몸이 자줏빛의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다.
*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 단란하고 정겨운 가족의 모습
◆ 주제 ⇒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 후렴구의 반복 : ① 시의 주제의식을 표출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
(고향에 대한 회귀의지와 그리움의 강조)
② 작품의 통일성을 부여하여 독자에게 선명하게 전달해주는 장치로서의 역할을 함.
③ 시의 리듬감 획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고향 마을의 총체적 풍경(한가로움, 평화로움) → 자연
◆ 2연 : 고향 마을의 겨울 밤 풍경(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촌민들의 삶을 환기)
→ 그리운 얼굴
◆ 3연 : 아름다운 꿈과 신비로 가득 찬 어린 시절의 회상 → 그리운 얼굴
◆ 4연 : 어린 누이와 아내의 모습(농가의 정경과 시골 아낙네들의 소박한 모습)
→ 그리운 얼굴
◆ 5연 : 오붓한 가족의 따뜻한 정(단란한 농가의 모습) → 자연 + 그리운 얼굴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제목에서 보듯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관념적 주제를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비록 체험이 없는 독자일지라도 시인이 제시하는 구체적 심상을 따라가다 보면, 시적자아의 고향이 독자의 고향이 되는 체험을 갖게 될 것이다. 시인은 이것을 위해 청각적, 시각적 심상, 더 나아가 공감각적 심상을 활용한다.
근래 대중 가요로 만들어져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 작품은 고향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주정적 어조로 노래하고 있다. 고향 충북 옥천을 떠나 낯선 타국(他國)땅에서, 그것도 식민지 망국의 설움을 간직하고 생활하던 젊은 시인은 꿈에도 잊혀지지 않는 고향의 따스한 정경들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목이 말랐을 것이다. 그가 노래하는 고향의 정경과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한 특정 지역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실개천이 지줄대고’ ‘얼룩백이 황소가 금빛 울음을 우는 곳’이며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늙으신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우리 민족의 고향에 대한 보편적 정서와 부합된다. 그러므로 그의 향수는 그만의 향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된 향수로 확산되게 된다.
이 시는 음악의 반복 형식처럼 구성되었는데, 각 연 모두 ‘― 는(던) 곳’으로 끝맺고 있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의 정경을 실감있게 제시하고 있으며, 그 뒤에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독백이 이어짐으로써 간절한 그리움을 반복, 강조하는 단순한 표현 기법을 통하여 감동의 극대화를 이루고 있다. 한편, 홀수 연은 고향의 정겹고 따스한 모습을, 짝수 연은 고향의 아픈 모습을 교묘하게 배합시켜 고향의 밝고 어두운 모습을 번갈아 보여 줌으로써 고향을 아름답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푸근한 흙내음과 간난(艱難)한 삶의 고난이 함께 존재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지줄대는’, ‘해설피’, ‘풀섶’, ‘함초롬’이라는 감각적 우리말 구사와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와 공감각적 이미지, 냉온 감각 등의 수준 높은 이미지 활용은 이 작품을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향수>는 정지용의 초기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절실하게 노래하고 있다. 14세에 고향을 떠나 서울과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고향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지녔을 것 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새삼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고향의 정경을 그린 다섯 개의 병렬적으로 이어지며,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연에 그려진 고향의 모습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하나같이 사실적이고, 고향의 원형을 고스란히 살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고향은, 평화롭고 아늑한 곳(1연), 부모와 형제가 살고 있는 곳(2, 4연), 유년의 꿈이 깃들인 곳(3연), 고달프고 초라하지만 정겨운 사랑이 넘치는 공간(5연)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고향의 이미지와 후렴구의 정서가 적절히 섞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생각해 볼 거리]
1.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의 내포적 의미를 설명해 보시오.
→ 산업화가 시작되기 전의 시골 풍경을 염두에 둔다면 현대와 같은 놀이 기구가 없던 그때, 실개천의 추억이란 개구쟁이 시절에 바지를 걷어 붙이고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등을 잡으며 놀던 일일 것이다. 이런 추억을 주고 받는 것을 졸졸 흐르는 실개천의 물소리로 청각화하고 있다. 즉, 실개천이 지줄대며 흐르는 소리는 어린 시절 실개천의 추억을 주고 받으며 지줄대는 소리와 오버랩되어 시적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2. 수동형인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를 능동형인 '그 곳을 참하 꿈엔들 잊을리야'라고 표현하면 어떠한 의미 차이가 생기는지 설명해 보자.
→ 능동형이면 나의 의지만이 개입되지만, 수동형에서는 타인이나 외부의 힘까지 개입된다. 따라서 내 스스로는 물론 어떤 외부의 힘도 나로 하여금 고향을 잊게 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다. 특히 '잊어지다'라는 장형 피동이 아니라 타동성이 극대화된 단형 피동 '잊히다'를 택한 것은 고향에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가를 말해 주고 있다.
[교과서 학습 활동 풀이]
1. 일제 강점기에 쓰인 이 시는 노래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가 오늘날에도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정지용의 '향수'에 형상화된 고향은 한국인의 원형에 맞닿아 있다. 한국인에게 고향이란 평화롭고 아늑한 곳, 부모와 형제가 살고 있는 곳, 유년의 꿈이 깃들인 곳, 초라하고 고달프지만 정겨운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향수는 시인 개인에게서 비롯된 것이지만, 식민 치하를 살아가던 많은 사람들의 고향 상실 의식과 맞물리면서 깊은 공감과 정서적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며, 고향을 떠나 도시적 삶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이 고향을 부르고 그리워하게 하는 주술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2. 이 시의 주제가 갖는 보편적인 의미를 생각하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고향'이란 어떤 곳인지 생각해 보자.
→ 인간에게 고향은 존재의 원천이자, 삶의 안식처이다. 일반적으로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또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자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을 일컫는다. 기본적으로 고향은 순수한 유년 시절에 대한 동경과 관련되어 따뜻하고 자족적인 공간으로 상징된다. 이러한 고향의 긍정적 이미지는 현대의 훼손된 삶과 대비되면서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확산시킨다.
(2) 후렴구를 제외한 각 연에서 묘사된 고향의 정경을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해 보자. 그리고 각 연에 그려진 고향의 모습은 어떤지 말해 보자.
→ 각 연에 그려진 고향의 모습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하나같이 사실적이고, 고향의 원형을 고스란히 살려 내고 있다. 1연에서 고향은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백이 황소가 금빛 울음을 우는 곳으로 그려져, 평화롭고 아늑한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 2연에서 고향은 늙으신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으로 그려지고 있다. 3연에서는 유년 시절의 꿈이 깃들인 곳으로 그려진다. 4연에서는 평범하게 살아 가는 어린 누이와 아내의 고단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으며, 5연에서 고향은 초라하지만 정겨운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고향의 이미지와 후렴구의 정서가 적절히 섞이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3. 이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 표현은 어떤 것인지 고려하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우리말의 미감을 가장 잘 살려서 표현한 구절을 찾아서 낭송해 보자.
→ 이 시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 표현해 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서 아름답고 참신한 인상을 주는 시어들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다듬어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줄대는', '휘돌아', '해설피', '풀섶', '함초롬'과 같은 시어는 참신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시어들이다. '비인'이나 '잊힐리야', '우지짖다'와 같은 말은 '빈', '잊히랴', '우짖다'와 비교할 때 시인이 의식적으로 말을 다듬어 썼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실개천', '얼룩백이 황소', '질화로', '짚베개'와 같이 토속적인 정감을 주는 시어들은 읽는 이에게 유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시인의 언어에 대한 뛰어난 감수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 이 작품에 나타난 감각적 이미지를 유형별로 찾아 어떤 느낌을 주는지 말해 보자.
→ 각 연은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되는 가운데, 다양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고향의 정경을 그려 내고 있다.
1연에서는 고향의 풍경을 원경으로 포착하고 있다. 멀리서 실개천이 휘돌아 흐르는 시각적인 풍경을 '옛 이야기 지줄대는'이라는 청각적인 인상과 결합함으로써, 마치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얼룩백이 황소의 '금빛 게으른 울음'은 청각적 인상을 시각적 이미지로 전이시킨 공감각적 표현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한가롭게 들려오는 황소의 울음소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여 평화롭고 아늑한 고향의 이미지를 환기하고 있다.
2연에서 화자의 시선은 고향 집으로 옮겨간다. 밖에서는 찬 바람이 불어대고, 질화로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늦은 겨울 밤, 짚베개를 다시 돋워 베며 잠을 청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시각, 청각, 냉온감각 등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그려 내고 있다. 싸늘하게 식어가는 '질화로'는 냉온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한 것이며, 한밤중에 황량한 밭을 가로지르는 '밤바람소리'는 청각적 인상을 시각적 인상으로 전이시킨 공감각적 표현이다.
3연에서는 꿈을 좇던 유년 시절의 체험이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다. '함부로 쏜 화살'은 유년 시절의 화자가 지녔던 미래에 대한 꿈과 동경을 상징하며, 여기서의 고향은 유년 시절의 꿈이 서린 낭만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4연에서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특히 어린 누이의 검은 귀밑머리는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에 비유되어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있다.
5연은 밤에 바라본 고향집의 풍경을 시각과 청각적 이미지로 제시하고 있다. 밤 하늘에 가득히 크고 작은 별들이 어우러져 별무리를 이루는 밤, 떼까마귀들이 우지짖고 가는 초라한 집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도란도란 가족들의 정겨운 이야기가 피어나고 있다. 여기에서 고향은 비록 가난하지만 정겹고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3) 이 작품의 정서 표출 방법과 관련하여 후렴구의 기능을 설명해 보자.
→ 이 시는 고향의 정경을 그려 낸 다섯 개의 연이 병렬적으로 이어지며,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라는 후렴구가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후렴구에는 화자의 정서가 직접적으로 표출되는데, 이는 회상 속에 떠오른 고향의 정경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제시하는 효과를 준다. 이 시는 후렴구를 경계로 각 연이 분리되고 있다. 즉 이 시의 후렴구는 각 연의 시상을 매듭지어 연과 연의 관계를 구별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을 더욱 심화시키며, 시 전체에 통일된 인상을 부여하고 있다.
[작가소개]정지용[ 鄭芝溶 ]
<요약> 1920년대~1940년대에 활동했던 시인으로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생-사망 : 1902.6.20 ~ 1950.9
활동분야 : 문학
출생지 : 충북 옥천(沃川)
주요저서 : ≪정지용 시집≫, ≪백록담≫, ≪문학독본≫
<정지용의 삶과 활동>
1902년 6월 20일(음력 5월 15일) 충청북도 옥천(沃川) 하계리(下桂里)에서 약상(藥商)을 경영하던 정태국(鄭泰國)과 정미하(鄭美河)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연못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태몽을 꾸었다고 해서 아명(兒名)을 지룡(池龍)이라고 하였고, 이름도 지용(芝溶)이라고 하였다.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프란시스코(方濟角)이다.
9세 때인 1910년 옥천공립보통학교(지금의 죽향초등학교)에 입학하였고, 12세 때인 1913년 동갑인 송재숙과 결혼했다. 17세 때인 1918년 서울로 올라와 휘문고등보통학교(徽文高等普通學校)에 입학하였다. 휘문고보에 재학하면서 박팔양 등과 동인지 ≪요람(搖籃)≫을 발간하였으며, 1919년 3·1운동 당시에는 교내 시위를 주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1919년에 창간된 월간종합지 ≪서광(瑞光)≫에 ‘3인’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1922년 휘문고보를 졸업한 뒤에 시작(詩作) 활동을 하였고, 휘문고보 출신의 문우회에서 발간한 ≪휘문(徽文)≫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23년 휘문고보의 교비생으로 일본 교토[京都]의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에 입학하였다. 대학에 다니던 1926년 유학생 잡지인 ≪학조(學潮)≫ 창간호에 ‘카페 프란스’ 등 9편의 시를 발표하고, 그해에 ≪신민≫, ≪어린이≫, ≪문예시대≫ 등에 ‘다알리아(Dahlia)’, ‘홍춘(紅椿)’, ‘산에서 온 새’ 등의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1929년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뒤에는 휘문고보 영어과 교사로 부임하여 해방이 될 때까지 재임하였다. 1930년에는 박용철(朴龍喆), 김영랑(金永郞), 이하윤(異河潤) 등과 함께 동인지 ≪시문학≫을 발간하고, 1933년에는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김기림(金起林)·이효석(李孝石)·이종명(李鐘鳴)·김유영(金幽影)·유치진(柳致眞)·조용만(趙容萬)·이태준(李泰俊)·이무영(李無影) 등과 함께 9인회를 결성하며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또한 그해에 새로 창간된 ≪가톨릭청년≫의 편집고문을 맡아 그곳에 다수의 시와 산문을 발표하였으며, 시인 이상(李箱)의 시를 소개하여 그를 문단에 등단시키기도 하였다.
34세 때인 1935년 그 동안 발표했던 시들을 묶어 첫 시집인 ≪정지용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1939년부터는 ≪문장(文章)≫의 시 부문 추천위원이 되어 조지훈(趙芝薰), 박두진(朴斗鎭), 박목월(朴木月), 이한직(李漢稷), 박남수(朴南秀) 등을 등단시켰다. 이 시기에는 시뿐 아니라 평론과 기행문 등의 산문도 활발히 발표했으며, 1941년에는 두 번째 시집인 ≪백록담≫을 발간했다. 이후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고, 그로 인해 사회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제에 협력하는 내용의 시인 <이토>를 ≪국민문학≫ 4호에 발표하였지만, 이후 작품 활동을 중단한 채 은거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해방 이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교수가 되어 한국어와 라틴어를 강의하였고, ≪경향신문(京鄕新聞)≫의 편집주간으로 활동했다. 1946년 2월에 사회주의 계열의 문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조선문학가동맹(朝鮮文學家同盟)의 아동분과 위원장으로 추대되었고, 그해에 시집 ≪지용시선(芝溶詩選)≫을 발간했다. 1947년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시경(詩經)≫을 강의하기도 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이화여대 교수를 사임하고, 지금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초당을 짓고 은거하며 ≪문학독본(文學讀本)≫을 출간했다. 이듬해인 1949년 2월 ≪산문(散文)≫을 출간했으며, 6월 국민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이 결성된 뒤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했던 다른 문인들과 함께 강제로 가입되어 강연 등에 동원되기도 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김기림(金起林). 박영희(朴英熙) 등과 함께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되었다. 이후 북한군에 의해 납북되었다가 사망하였다. 사망 장소와 시기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데, 1953년 평양에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발행하는 ≪통일신보≫는 1993년 4월에 정지용이 1950년 9월 납북 과정에서 경기도 동두천 인근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지용의 문학세계>
정지용은 1930년대에 이미 한국 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당시의 시단(詩壇)을 대표했던 시인이었다. 김기림과 같은 사람은 “한국의 현대시가 지용에서 비롯되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의 시는 크게 세 시기로 특징이 구분되어 나타난다. 첫 번째 시기는 1926년부터 1933년까지의 기간으로, 이 시기에 그는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미지를 중시하면서도 향토적 정서를 형상화한 순수 서정시의 가능성을 개척하였다. 특히 그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다듬은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여 다른 시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조선지광, 1927)가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두 번째 시기는 그가 ≪가톨릭청년≫의 편집고문으로 활동했던 1933년부터 1935년까지이다. 이 시기에 그는 가톨릭 신앙에 바탕을 둔 여러 편의 종교적인 시들을 발표하였다. ‘그의 반’, ‘불사조’, ‘다른 하늘’ 등이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세 번째 시기는 1936년 이후로, 이 시기에 그는 전통적인 미학에 바탕을 둔 자연시들을 발표하였다. ‘장수산’, ‘백록담’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자연을 정교한 언어로 표현하여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해서 산수시(山水詩)라고 불리기도 한다.
정지용은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분단 이후 오랜 기간 동안 그의 시들은 다른 납북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다 수많은 문인들의 청원으로 1988년 3월 해금(解禁)되어 대중에게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고, 1989년에는 ‘지용 시문학상’이 제정되어 박두진이 1회 수상자로 선정된 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5년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향수’가 가요로 만들어져 발표되기도 했으며, 2003년 5월에는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시집으로 ≪정지용 시집(鄭芝溶詩集)≫(시문학사, 1935), ≪백록담(白鹿潭)≫(문장사, 1941), ≪지용시선(芝溶詩選)≫(을유문화사, 1946)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문학독본(文學讀本)≫(박문서관, 1948)과 ≪산문(散文)≫(동지사, 1949)이 전해진다. 그리고 이들 단행본에 실리지 않은 시와 산문들도 모아서 1988년 민음사에서 ≪정지용 전집(鄭芝溶全集)≫이 시와 산문으로 나뉘어 2권으로 발간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지용 [鄭芝溶]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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