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언니’ 김창숙 박정수의 유쾌한 수다
“화가 쌓이면 욕심 많고 심술궂게 늙더라” “젊게 살려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해”
여자들에게는 젊어 보이고 싶은 끝없는 욕망이 있다. 오십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김창숙과 박정수. 두 사람이 만나 자신들의 ‘젊게 사는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고 하니까 두 여자가 펄쩍 뛴다. 김창숙(55)은 “젊어 보이기는… 나이가 몇인데, 젊어 보여요”라고 말했고 박정수(52)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젊게 봐줘서 고마워요” 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두 사람은 코 앞에서 봐도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였다. 웃을 때마다 눈가에 가는 주름이 지긴 했지만 피부는 여전히 탄력 있고 몸매도 날씬한 편이었다. 보면 볼수록 놀라움과 함께 감탄이 나왔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젊게 살 수 있을까.
김창숙 박정수는 ‘여자가 젊게 사는 법’에 대한 대담을 하면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말하다 말고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까르르 고개를 제끼고 웃음을 터뜨릴 때면 덩달아 주변의 공기도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보톡스 주사 맞아 맘대로 웃지도 못하는 후배들 보면 너무 안됐어”“
박정수(이하 박) 여자가 젊게 사는 것에 대해서 난 할 말이 없어요. 몸매관리를 안 해서 요사이 4kg 이상 찐 것 같아. (김창숙을 보면서) 언니가 보기에도 나, 살 찐 것 같지? 전에는 스트레칭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진짜 나이가 들었나봐. 운동하기도 싫고 뭘 하기가 귀찮아요.
김창숙(이하 김) 그래도 나처럼 운동을 열심히 해봐. 자기도 알지만, 난 에어로빅도 하고 골프도 하고 헬스도 하잖아. 요 한달 동안 집중적으로 운동하면서 저녁을 일찍 먹고, 음식의 양을 줄였더니 한달 만에 3kg이 빠지더라고.
박 그래도 다행인 게 난 피부는 좋잖아. 몸이 고단하고 피곤한 날에는 얼굴이 축 늘어져 보이고 이젠 나이가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피부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건 없어. 일주일에 두번 정도, 각질제거 팩과 리프팅 팩을 하는 게 전부야.
김 나도 피부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써. 나이를 먹으니까 주름이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아. 그런 걸 갖고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라면 빨리 죽어야지. 가끔 TV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면서 ‘어머나, 눈이 왜 저렇게 찌그러졌지?’ 하고 놀랄 때도 있긴 해. 잡지에 실린 인터뷰 사진을 볼 때면 특히 더해. ‘아니, 이게 나야?’ 하고 놀란다니까. 그럴 때 솔직히 내 나이를 실감하게 되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름이 자연스런 나이니까 보톡스 주사를 맞고 싶지는 않아. 요즘 어린 후배들을 보면 너도나도 보톡스 주사를 맞아서 잘 웃지도 못하잖아. 웃으려고 해도 얼굴 근육이 움직여줘야 말이지. 보는 사람도 괴롭지만 본인은 또 얼마나 괴롭겠어. 저 젊은 나이에… 진짜 안 됐어.
박 나이가 드니까 언니는 안 외로워요? 난 3년 전이었나, 그때가 아마 갱년기였나봐.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더라고요. 그해는 진짜 외로워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봄 타고, 가을 타고, ‘사는 게 뭔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우울증이 생기는 거야.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잘 참아줘서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지. 내가 원래 성질이 있잖아요. 그때는 만나는 사람 전부에게 성질을 부렸어. 사람들이 잘 참아준 덕분에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지만 다들 속으로 꽤나 내 욕을 했을 거야. 성질 더럽다고 말야(웃음).
김 난 외로운 건 모르겠는데 갱년기가 빨리 찾아왔어. 지난해 갑자기 몸에 변화가 생긴 거야. 팔 다리가 따로따로 노는 것 같고 아무튼 묘한 증세가 느껴지더라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올봄이 되니까 활짝 핀 꽃들도 새로워 보이고 저 꽃을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괜히 그런 생각이 들대. 내가 친구들한테 얘기를 하니까 친구들도 다들 그렇대. 그래서 요즘은 만나면 ‘너 지금 사춘기지? 나도 사춘기야’하는 말이 화두잖아.
박 남자들은 참 이해할 수 없는 게, 여자 나이가 쉰살이 넘으면 여자로 안 보이나봐요. 내가 올해로 쉰두살인데 여자 나이 쉰두살은 많은 나이도 아니잖아. 예순다섯살이 돼야 내가 진짜 할머니구나, 느껴질까. 글쎄 모르겠어요. 예순다섯살도 장년기지 노년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은 팔십세, 구십세까지 사니까. (계속)
김 한국남자들 사고방식 뜯어고쳐야 돼. 매너를 몰라. 여자들한테 특히 말야. ‘매너 없다’고만 하면 ‘빠다 냄새 난다’면서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대한민국의 남자들 뭘 모르는 것 같아.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인사가 ‘올해로 몇살 됐어요? 아이구, 늙으셨네요’야. 그러면 자기는 안 늙었냐고, 머리는 빠져서 대머리 됐으면서 그걸 인사라고 하고 있어. 빈말이라도 ‘젊어 보이시네요, 건강하시죠?’하면 좀 좋아. 아니, ‘건강하시죠?’하는 말도 기분 나빠. 그리고 또 이참에 한국남자들 흉을 좀 보자면 영계문화, 그거 없어져야 돼. 얼마나 수준이 낮으면 나이 어린 여자애들 데리고 놀겠어. 그러니까 뱀 먹고 정력에 좋다는 건 다 먹잖아. 나이에 맞게 사는 게 좋은 거지, 마흔살 넘은 남자가 이십대 어린 여자애들하고 놀아봐. 더 늙어 보여. 좋을 것 같지만 더 골치 아파. 그걸 왜 몰라.
박 정말 이해가 안 가. 남자 선배들을 보면 나는 솔직히 놀랄 때가 있어. ‘저 선배는 멋있게 늙겠지…’하고 생각했는데 몇년 후에 만나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하고 영 다르게 늙어 있는 거야. 또 어떤 선배는 놀랄 정도로 너무 멋있게 늙어 있어.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언니 말야, 나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여자들은 특히 화가 쌓이면 늙는 것 같아. 뭐랄까, 욕심 많고 심술 궂게 늙어.
김 그래 맞아. 젊게 살려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해.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해해야 되지. 내가 나이 먹었다고 잘난 척해봐. 주변에 남는 사람 아무도 없어.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자존심 하나로 사는 사람들이잖아.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고 좋게좋게 해야 인정받지, 안 그러면 어림도 없지. 이 나이 되고 보니까 마음을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욕심내면 화만 나니까. ‘내가 누구였는데 이렇게 살아?’하고 생각하지 말아야 돼. 그러면 속만 부대껴. 욕심은 끝이 없잖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남한테 베풀면서 사는 게 좋아. 그게 젊게 사는 거야. 안 그러면 욕심내다 빨리 죽어. 그러면 자기만 손해잖아.
박 언니는 우리 나이에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남자들은 그 나이에 무슨 사랑? 하는데 우리 나이가 어때서. 나는 늙어죽을 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봐. 물론 나이가 있으니까 불붙는 사랑은 하기 힘들겠지. 살아온 세월이 있기 때문에 한발짝 한발짝 서서히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사랑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나이에 불붙는 사랑은 어려울 것 같아.
늙어서도 여자의 느낌 잃지 않는 게 젊음의 비결 아닐까”“
김 사랑은 끊임없이 베풀고 상대를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사랑이 아닐까 싶어. 오십살이 되고 육십살이 되고 칠십살이 돼도 그 나이에 맞는 사랑이 있다고 나는 생각해. 하지만 나 역시 이 나이에 불 같은 사랑은 하기 힘들 거라고 봐. 괜찮은 남자를 만나도 이성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중성처럼 느껴지잖아. 좋은 친구로 지낼 수는 있겠지. 더구나 나는 남편이 있잖아. 남편이 있는데 웬 사랑? 남편 빨리 죽으라고?
박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건데 여자는 늙어죽을 때까지 여자의 자태를 잃어서는 안될 것 같아. 내가 추구하는 목표도 그거야. 꼬부랑 할머니가 되도 여자로 느껴지는 할머니가 있잖아. 그렇게 늙고 싶어. 늙어죽을 때까지 여자의 느낌을 잃지 않고 사는 게 젊게 살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해. 늙어도 소녀적인 데가 있어야지, 여자이기를 포기하면 안 되잖아.
김 난 좀 생각이 달라. 성격이 다혈질이라서 그런지 가끔 여성성을 일부러 버릴 때가 있어. 안 그랬으면 그 수많은 남자들 때문에 골치 아팠을 거야(웃음).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었는데 살면서 나 스스로 방어해야 되니까 점점 남성화가 되더라고. 속으로는 나도 여자의 느낌을 갖고 살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자칫 이 나이에 끼 있는 여자처럼 비쳐질까봐 싫거든. 남들이 아줌마라고 해도 나답게 편안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
박 나는 요즘 혼자 있는 게 좋더라. 언니는 안 그래? 운동도 혼자 하러 다니고 쇼핑도 혼자 하고, 영화도 혼자 보러 갈 때가 있어.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영화를 볼 때 나는 가장 행복감을 느껴. 그래서인가, 요즘은 외롭다는 생각이 안 들어. 집에 있으면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고 좋아.
김 그렇다면 다행이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거야. 외로움에 익숙해져야지. 여자들이 자기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제발 해결했으면 좋겠어. 몸이 아프면 남편이 병원에 데려다주기를 바라지 말고 빨리 혼자 병원에 가고, 살이 쪘으면 운동해서 빨리 살도 빼고, 힘이 없으면 알아서 잘 챙겨먹고, 그래야 되지 않을까 싶어. 어차피 사람은 늙는 거야. 젊어 보이려고 괜히 돈 쓰면서 보톡스 주사 맞지 말고 현명하게 자신을 가꿀 필요가 있지 않을까. 걸을 때도 팔자로 걷지 말고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걷고, 허리도 쭉 펴고 생각도 항상 긍정적으로 해야 돼. 그게 젊게 사는 비결이야. 누가 뭐라고 해도 마음을 비우고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지.
김창숙 박정수는 여자들이 젊게 살려면 외모를 가꾸기보단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기생활에 최선을 다하면서 항상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 역시 이들이 젊어보이는 데는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듯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