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센 사람이랑 같이 가야 더 즐거운 술집이 있다.
만원짜리 몇 장이면 바다 냄새 맡으며 가을밤의 낭만을 밤새 느낄 수 있다.
지금 바다는 어디든 해산물 풍년.
식감 좋은 회를 먹어도 좋고, 가을에 제철인 전어를 구워도 좋다. 물론, 그것도 주인장 마음대로다.
통영에는 ‘다찌집’, 삼천포에는 ‘실비집’이 있다…
식당 겸 술집인데, 손님도 뭘 달라고 하지 않고 주인도 뭘 줄까 하고 묻지 않는다. 메뉴판도 없다. 술만 시키면 안주는 그냥 주인 마음대로다. ‘밀당’ 잘하는 주인은 술을 추가로 시킬 때마다 맛 좋고 귀한 안주를 하나씩 내줘 주당들은 다음 안주가 뭔지 궁금해서라도 ‘한 병 더’를 외친다. 원래 선창에서 일 끝내고 온 거친 뱃사람들의 뒤풀이 장소이던 곳이라 분위기 자체가 시끌벅적 억세다. 거나하게 취한 옆 테이블 아저씨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전부 ‘낭만’으로 이해해야 다찌와 실비에서 술맛이 돈다.
홍어삼합과 새조개 숙회, 삼천포 실비
삼천포도 통영과 비슷한 ‘룰’이 적용된다. 대개 소주 3병과 맥주 2병에 4만원을 ‘기본상’으로 치고 소주는 1병에 1만원이다. 통영에 비해 식당 수는 적지만, 기본상 가격이 조금 더 싼 편이고 해산물 종류는 조금 더 다양하다. 9~10월 사이에는 주로 선도 좋은 돌멍게와 적당히 숙성시켜 차진 한치회, 찜통에 푹 쪄서 육질이 부드러운 참문어가 밑반찬(?)으로 나온다.
기자는 딱 한 번 가봤는데 방아잎을 넣고 부친 부추전에 몇 번이고 젓가락이 갔다. 붕장어를 바짝 말려 구운 다음 고추장 양념에 무친 안주도 좋았고 열무김치에 새조개 수육을 얹어 ‘소맥’을 마셨던 기억도 난다. 멍게로 만든 젓갈에는 아예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비볐다. 포털 사이트에 ‘삼천포 실비’를 검색하면 블로거들이 찍어둔 안주 사진이 줄줄이 나온다. 하지만 메뉴가 계절 따라 달라지는 건 물론이고 그날 주인 컨디션 따라서도 달라지니까 마음을 비우고 ‘어련히 좋은 것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는 게 속 편하다.
어디로 갈까_삼천포 어디서든 택시를 타고 ‘실비집’ 가자 하면 안개실비(055-834-8614)에 내려준다. 신문이나 방송에 나온 적은 없는데 맛집 블로거들의 탐방이 이어지면서 유명세를 탄 곳. 최근 주인이 바뀌었는데, 가격을 내리고 몇 가지 메뉴를 더해 손님이 늘었다. 고추장 넣고 칼칼하게 끓인 멸치찌개가 제일 인기다.
다음 날 해장_삼천포 시내 오복식당(055-833-5023)에서 제철 잡어로 끓인 생선매운탕으로 속을 달래자. 커다란 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한꺼번에 푹 고아 사발에 건져주는데 국물이 진하고 얼큰해 애주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장엇국도 괜찮다.
우정 나눈 친구끼리 몰려가면 제격, 통영 다찌
여행 작가이자 술 평론가인 허시명씨는 통영을 두고 “남자들, 특히 오래 우정을 나눈 묵은 친구들끼리 여행 가면 좋은 곳”이라고 했다. 바로 ‘다찌집’ 때문이다. 통영 다찌는 대개 소주 1병에 1만원, 맥주는 6000원씩 받는다. 술을 시키면 얼음이 가득 담긴 파란 ‘바께쓰’에 술병째로 담아 준다. 처음에는 조개나 돌미역, 멍게, 새우 같은 익숙한 안주가 나온다. 안주 하나하나가 손맛이 좋다. 기자는 홍합 살을 양념에 무쳐낸 밑반찬에 확 반했던 기억이 난다. 술병이 늘면 해삼 창자나 성게알 같은 제철 요리가 줄줄이 나온다.
당연히, 술이 셀수록 귀한 안주를 먹을 수 있다. 얼마 전에 다녀온 한 맛집 블로거는 “날치알을 그릇 가득 담아줘 밥숟가락으로 몇 번을 떠먹었다”고 자랑을 했다. 다찌는 고된 일독을 잊으려고 말술을 비우던 뱃사람들의 아지트였다. 그러다 보니 술 두어 병에 안주 욕심만 자꾸 내면 주인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밖에. 이왕지사 거기까지 갔으니 잔뜩 취할 각오로 마셔도 좋겠다.
어디로 갈까_요즘 제일 유명한 곳은 ‘울산집다찌’(055-645-1350)다. 기본 한 상은 6만원이고, 평균 소주 1병에 안주 1~2가지씩 더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술값이 10만원을 넘어갈 때쯤 되면 ‘뽈락구이’가 나온다. 참고로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문을 여니까 일찌감치 가서 ‘장기전’을 벌이는 건 안 된다.
다음 날 해장_굴국밥의 원조가 통영이다. 서울에서 파는 굴국밥은 굴만 많은데 영빈관(055-646-8028)에서는 미역과 콩나물을 듬뿍 넣고 끓여준다. 미역국에 굴을 넣어 먹는 느낌인데, 국물이 개운해서 술로 다친 속을 달래기엔 더 좋다.
전국 안주 무제한 술집
전주 막걸리 골목_서신동이나 경원동, 효자동 등에 많이 들어섰다. 막걸리는 주전자로 나온다. 한 주전자에 막걸리 3통이 들어간다. 막걸리만 시키면 안주는 한 상 가득 따라 나온다. 홍어회가 올라오는 집도 있다. 막걸리는 한 주전자에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
마산 통술집_1970년대 오동동 일대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요즘은 신마산 지역으로 많이 옮겨갔는데 오동동 강림통술(055-245-2710)과 그 근처에 원조집들이 남아 있다. 기본상은 맥주 3병에 4만원. 이후 맥주는 1병에 3000원이고 소주는 4000원이다. 안주는 해산물 무한 리필이다.
진주 실비거리_삼천포 실비집 문화와 비슷하다. 1990년대 초반 신안동 동사무소 뒷골목에 생기기 시작했고, IMF 즈음 대부분 문을 닫았는데 2000년 이후부터 다시 생겼다. 현재 열다섯 집 정도가 영업 중이고 술값은 삼천포 실비보다 저렴한 편이다.
첫댓글 확~ 당기는 곳은 통영 다찌집입니다.^^*
통영은 어딜가나 멋진곳이지요.
경치와 분위기로 일단 확~~땡기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