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역

이름이 저래서 그렇지 진상역은 진상이 아닙니다!
아, 재미읎다...
원래의 일정이 양보 - 횡천 - 하동을
거치는 코스였는데... 횡천을 스킵하고 하동으로 가는 바람에, 이 날 아침에 역으로 횡천을 갔다 온 셈이 되었죠. 그 바람에
횡천에서는 하동을 지나 진상으로 가는 바람에 이번 여행에서 단일 코스로서는 가장 긴 여정이 되었네요. 그래봐야 열차로
두정거장이지만... 그런데도 이 답사에서 가장 긴 열차탑승이 되었네요~ 뭐 여기까지 오는 길들에서는 수백킬로미터씩 타고 오고
그러긴 했지만서두...


횡천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의 모습들. 열차여행의 묘라면 이러한 시골의 모습들을 즐기는 것이되... 또한 이런 모습들이 계속
반복되는지라 그러한 것들을 "잘" 즐기는게 또 중요하게 되고 그런거죠... 시베리아 철도를 횡단하는게 로망이라고 하지만, 눈쌓인
숲의 모습들을 일주일 내내 보는것을 얼마나 즐길수 있을지는 솔까 쉽지는 않은일이지 싶기도 합니다만... 청량리에서 부전까지,
강릉에서 부전까지 8시간이 한달음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루한것에 대한 내성이 강한편이라 저는 잘 즐길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열차여행은 낭만이지만, 상당수의 낭만은 그것에 뛰어드는 순간 환상이 깨지기도 하는 것이기에... 여행은
접하는 모습에 대해 환상과 낭만 사이에서 얼마나 잘 균형을 잡을 수 있는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싶기도
하구...--

뭐 지나치는 거긴 하지만... 하동역은 이로써 개인적으로 네번째 지나치는게 되었네요. 부산과, 부산가는 길의 역들을 제외하고는(부산은 하도 갔으니께...)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이 하동역이 되었네요.

철길건널목에서 도로를 찍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하동군청이 나오지요.

하동읍내에서 걸어서도 금방가는 섬진강이니, 열차를 타고 가면 눈깜짝할 새에 도착하게 되죠.

이 나라에 많은 강이 있지만, 섬진강은 은근히 낭만이 느껴진단 말이죠. 강 주변의 풍광의 수려함은 말할것도 없고, 그 주변의
사람들의 삶의 모습, 역사의 질곡의 사연들을 담고 흐르는 흐름은 그 이름에 막연한 아우라를 부여한다는 느낌이에요.

섬진강보다 큰 강이 없는건 아니지만, 하동읍쯤이면 이미 하구에 다다른 시점인데다, 지리산의 거대한 삼림이 제공하는 풍부한 수량으로 인해, 한창 가물었던 이 때에도 상당히 넓고 깊은 흐름을 볼 수 있네요.

남도라고 한다면 사실 경상남도도 남도지만... 묘하게 그 표현은 전라남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는거 같아요. 어쩌다
그래된진 모르겠지만... 경상남도는 산업화의 수혜를 보다 많이 받았고, 그곳을 떠나 도회지로 간 사람도 상당수는 창원, 울산,
부산으로 갔기에... 고향을 등지고 떠난 사연들이 비교적 덜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전라남도를 등지고 동남권으로,
수도권으로 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두고 온 고향에 대한 안타까움과, 그곳이 겪은 역사적 고난들 때문에 뭔가 아련한, 머나먼 곳으로
여겨지게 된 사연이 남도라는 표현에 담긴게 아닌가 싶어요.
그 남도의 땅이 이제 시야에 들어옵니다.

남도의 땅에 들어서서, 고개를 돌려 남도에서 바라본 섬진강과, 그 너머 - 이 며칠간 수많은 희노애락을 함께 한 경상남도의 땅을 바라봅니다.
글구보면 경전선을 여러번 이용했지만 항상 부산방면에서 출발하기만 했네요. 다음에 경전선을 탈 때에는 목포로 간다음 반대로 부산을 향해 가는 길을 밟으리라 다짐합니다. 경상도여 안녕... 며칠간 즐거웠어...

섬진강을 넘어 들어선 광양의 모습. 제철소가 생기면서 대도시가 되었지만, 제철소 인근과 제철소의 배후지를 제외하면 이런 평범한
시골마을이 더 많습니다. 아마 제철소 인근을 제외하면 하동과 비슷할지도? 전에 지나쳐본 제철소 인근지역은 뭐랄까... 번영하는건
틀림없지만, 급히 개발된 신시가지스러운 모습이 너무 두드러져서 멋은 참 없더군요... 승용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것일 뿐이긴
합니다만...

저를 진상까지 싣고 온 마산발 순천행 무궁화호 1921열차의 모습.


여행이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얼마남지 않은 여정이 떠나가는게 아쉬운지... 떠나가는 열차의 모습들에 자꾸 미련이 생기더군요...

한갖진 진상역입니다만, 옆에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경전선은 몇몇구간으로 비교적 뚜렷이 나뉘는데, 광주송정에서 순천까지의 호남구간, 순천에서 진주까지의 비교적 나중에 부설된
연결구간, 진주에서 삼랑진까지의 경남구간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네요. 물론 공식적인 구분은 아니고... 그 구간들의 복선전철화
공사도 온도차가 있는게... 삼랑진에서 마산까지는 이미 완료, 마산에서 진주까지는 임박함으로서 삼랑진 진주구간은 이제 복전화가
완료단계입니다. 순천에서 광주송정까지는 현재로선 기약도 없는 상황... 아직 삽도 뜨지 않은걸로 압니다. 그 중간인 진주에서
순천까지도 완공일정은 뚜렷이 잡혀있지 않지만, 보시듯이 현재 공사가 착착 진행중이죠. 나중에 나오겠지만, 광양에서 순천까지는 이미
완공되어 있어요. 그 구간은 산업선의 수요가 많기도 하고, 전라선을 통해 수도권과의 연계도 잘 되어 있기도 한지라... 물론,
그렇다고 서쪽으로 벌교, 조성방면에는 수요가 없어서 아무것도 없긴 합니다만... 광양제철의 위엄.txt 정도겠죠...--

이런 모양의 의자를 이번 여행중 어디선가 봤는데... 쩜 무성의해보이긴 하지만, 앉는데 지장없고 관리에 불편함 없으니 실용적인 의자겠죠~

진상역의 승강장 모습은 평범합니다. 역 바로옆에 큰 도로가 지나가는데, 그 중간에 거의 아무것도 없어서 좀 부산스러운 느낌이기도 하구요. 호젓한 맛은 좀 덜합...

제가 이런 구도를 좋아한다는 거 아시죠 여러분~

평범한 행선판도 먼지가 묻어 있으면 훌륭한 낙서장이 됩니다. 뭐, 관리좀 하지...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행선지
알아보는데 지장 없다면,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표할만한 꺼리가 되는것도 좋지 않은가, 하고 좋게좋게 생각합니다~ 사실 제
성격은 그리 너그럽다기보단 야박한 편인데, 철길을 따라 거니노라면 괜시리 너그러운척 코스프레 해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럽니다~
철도의 마력~~

나루의 윗동네여서 진상인가 봅니다. 섬진강도 폭은 아주 넓진 않지만 깊고 유속이 완만해서 물길로 쓰이기 좋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진상역사의 모습. 쩜 가설건물 스러워, 역사자체에는 맛이 별로 없습니다만... 여기엔 중대한 반전이 숨어있습니다.

야시시한 사진이 왜 역에...? 근데 저런 타입의 사진 어디서 많이 본거 같지 않습니까? 호프집이나 음식점, 이런데 가면
주류회사에서 제공하는 포스터중에 저런 것들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결코 음탕해서 이런걸 잘 기억하는거 맞습니다^^

그러나, 아무리봐도 기차역에 저런게 있을거 같진 않은데... 하며 역으로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건물 안이 잘 보이시는지 모르겠는데... 테이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네, 역사가 음식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었던거죠...-- 한국의 음식점에 술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기에, 아까의 음탕한 포스터도 있고 그랬던
것이었네요...--

그럼 역은 어디있고, 나가는건 어디로 나가라는 건가? 하며 두리번거리자니... 정작 이 건물은 역인데, 역 이용객의 나가는 곳은 저 구석에 있습니다...

전 회에 제가 썼던 말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진상역은 한국에서 가장 작은 역일거라고...
네, 이 작은... 아무리 봐도 개구멍으로 보기 십상인 이 작은 홀이 진상역의 역무시설 "전체" 입니다...--
보고서 참... 허탈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다 나왔네요~~

뭐... 역으로서 있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은 다 있습니다. 여기로 드가라, 저기로 나가라 표지 다 붙어있고... 열차시간표와 운임표 다 붙어 있으니 역을 쓰는데야 지장 없습니다만...

진상역의 벽에도 재밌는 낙서들이 보이는군요. 보아하니, 음식점이 한우음식점인 모양인데, 맛있는 모양입니다. 다음에는 들러서 맛있는
진상한우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겨울내일로를 타고온 친구도 있는거 같고... 아무리봐도 한우같진 않지만, 최선을
다해 한우를 표현한듯한 그림에선 예술혼이 느껴집니다^^ 뭐, 낙서는 진상짓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진상역에서 진상짓좀 하면
어떻습니까? 낄낄~~

......
뭐 좋습니다. 사랑은 좋은거죠... 저도 언젠간 해 볼 수 있을까요?

역건물은 분명 있지만, 역사기능 자체는 구탱이에 박혀있다보니, 역사에서 승강장을 내다봐도 구탱이 밖에 뵈지 않습니다.
건물로서는 평범한 진상역의 매룍포인트가 이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만서두~~^^

의자는 원목의잡니다. 광양산속의 질좋은 나무로 만들었겠죠?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여다 봅니다. 참 보면 볼 수록 재밌는 역인거 같습니다~

화장실을 포함해, 진상역의 역무기능 시설 전체를 한눈에 담은 모습이랄까나요... 보아하니 옆의 한우집에서도 화장실은 저기를 쓰라고 할 거 같긴 합니다만서두... 나름대로 귀엽고 아담하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건물 전체의 모습은 이렇구요. 음식점 이름은 한우촌이군요. 물론, 코레일(철도시설공단인가?)의 시설을 임대해 쓰는 것일 것이기에 당연히 진상역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띄긴 합니다만.

기차도 타고 한우도 먹고~ 라는 컨셉으로 홍보를 하면 좋을거 같은 진상역입니다. 다만 그런 컨셉이면 한우촌광고가 좀 많이 될거 같단 생각은 드는...

역 앞의 광장은 넓습니다. 이래저래 한우촌은 음식점도 역사에 들어서있고, 화장실도 역사것을 쓰고, 주차장도 역광장을 쓰고 해서 좀 편하게 장사할거 같단 생각은 듭니다.

오오... 이 놀이 이름이 뭐였더라... 소시적에 정말 많이 했었는데...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서 사시사철 지워지지 않고 즐길 수 있겠습니다~ 한우먹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거 한판 하면서 배를 꺼뜨려도 좋겠군요~

이 계절이 코스모스 피는 계절이었던가요... 북천 코스모스 역에는 거의 안 피어있던 코스모스가 진상역에는 많이 펴 있습니다. 철모르는 꽃이라도 이쁜건 매한가지입니다.


활짝핀 해바라기에 꿀벌이 날아드는 모습이네요. 정겹기가 진상역앞 그지없습니다~

다음 행선지인 옥곡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정거장에서 기다리며, 멀리 보이는 진상역을 찍어봤네요. 한우촌 덕에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재밌었달까나요~
옥곡역으로 떠납니다.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댓글 세상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이 음식점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놀랍긴 하지요~
뭐 좋습니다. 사랑은 좋은거죠... 저도 언젠간 해 볼 수 있을까요?
다시 봐도 눈물이 나는 이 문장 ㅜㅜㅜ
첝어르신에게는 사랑이 올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