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오래간만에 부활 찬송을 부르니까 엄청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냥 억지로 한 서너 번 연습해가지고 여러분에게 제공해 드렸습니다. 부활 성야는 모든 밤들 중 가장 거룩한 밤으로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신 밤입니다.이 밤은 주님께서 인간의 가장 큰 적인 죽음을 쳐 이기시고 생명으로 건너가신 밤입니다.이 밤은 우리가 세례와 성찬을 통해 하느님께 건너간 그 밤입니다.이 밤을 지키는 것은 우리가 주님께서 늘 우리 곁에 살아계심을 알면서도 그분이 당신의 신부인 교회와 영원히 함께 머무시려고 다시 오실 그 영원한 재림의 날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것입니다.바로 여기에 우리 신앙의 핵심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십자가 위의 죽음은 어리석으며 수치스러운 것으로 끝났을 것입니다.그러나 그분께서 부활하셨기에 십자가는 하느님의 지혜이며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주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죄는 영영 저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부활로 우리는 죄를 두고 복된 탓이라 부르며 그 죄로서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다고 노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주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신다면 이 세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움켜쥔 이들만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그러나 주님께서 부활하심으로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는 것이 돈과 권력을 차지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할 수 있습니다.주님의 부활로 진정 꼴찌인 사람이 첫째가 되며,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주님의 부활로 섬기는 사람이 참된 주인이 되었고, 죽음이 인생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몰아가는 관문이요 징검다리가 되었습니다.그러나 예수님께서 10번, 100번 부활하신다 해도 우리 자신이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노예 생활이며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우리 스스로가 변화된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어둠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것처럼 우리 또한 미움에서 사랑으로, 다툼에서 화해, 불평에서 감사로 건너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작년에도 말씀을 올렸는데 구상 시인의 말씀을 아무리 들어도 그냥 점점 더 매혹적으로 들리고 있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의 부활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활을 맞이해서 고 구상 시인께서 <그분이 홀로서 가듯>이라는 시로 묵상을 대신할 수 있을 겁니다.작년에도 들려드렸습니다.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분이 홀로서 가듯
구상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저 2천년 전 로마의 지배 아래
사두가이와 바리사이들의 수모를 받으며
그분이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악의 무성한 꽃밭 속에서
진리가 귀찮고 슬프더라도
나 혼자의 무력에 지치고
번번이 패배의 쓴잔을 마시더라도
백성들의 비웃음과 돌팔매를 맞으며
그분이 십자가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정의는 마침내 이기고 영원한 것이요.
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요.
우리의 바람과 사랑이 헛되지 않음을 믿고서.
아무런 영웅적 기색도 없이아니,
볼꼴 없고 병신스런 모습을 하고
그분이 부활의 길을 홀로서 가듯
나 또한 홀로서 가야만 한다.
구상 시인은 김수환, 추기경님의 동창이십니다. 신학교회에서 계시다가 신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바로 시인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 중에서 영웅적 기색도 없이 라는 이 말과 병신스러운 모습을 하고라는 말이 내 마음속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나 또한 영웅적 기색도 없으며 병신스러운 모습을 하고 바로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과 생명, 죄와 은총이 교차하는 이 밤에 그리스도께서 빛으로 다가오고 계십니다. 그분의 수난과 죽음으로 그리스도인은 그토록 갈망하던 빛의 나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밤이 되는 것입니다. 감격과 복된 밤이 되는 것입니다.
죽음에서 살아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빛으로 오시는 거룩한 밤입니다. 불신을 버리고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녹여 사랑과 용서로 빛을 대는 사람들에게 그분께서 찾아오시는 밤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거짓에 의지하지 않고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빛으로 오시리라.
이 밤에 할렐루야.
첫댓글 구상 시인님이 중앙대 교수시절 제가 김민하 총장님 문집을 발간하여ᆢ글을 받으러 자택을 방문하였죠ㆍ
문득 여의도 시범아파트 조그만 아파트에 사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