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지난 2016년 11월 29일에 김현웅 법무부 장관(57·사법연수원 16기)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을 남기고 장관직을 떠났다. 뜻은 백성들이 윗사람을 믿지 못하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이다.
이 글귀는 논어 안연편에 나온다. 공자한테 그의 제자 자공이 정치가 뭐냐고 묻는다. 이에 공자가 답변한 내용은 양식보다 , 병력보다, 더한게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다는 거다. 곧 믿음인데, 그렇다면 존재선생은 백성의 믿음에 대하여 어떻게 주석을 달았을까? 존재집에 나오는 풀이는 어떨까 싶다. 선생은 '신(信)’이라 하였다. 즉, 백성들이 군주를 믿는 신의이다라고 했다.
존재집 제7권. 독서차의(讀書箚義)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 일부 발췌
자공이 정사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였다. “양식을 풍족하게 하고, 병력을 풍족하게 하며, 백성들이 믿는 것이다.” ○자공이 말하였다. “반드시 부득이 해서 버린다면 이 세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병력을 버려야 한다.” ○자공이 말하였다. “반드시 부득이해서 버린다면 이 두 가지 중에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합니까?” 공자가 말하였다. “양식을 버려야 하니, 예로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음이 있지만, 사람은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는 것이다.” 〔子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何先 曰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何先 曰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존재선생 주석
병력과 양식을 풍족하게 비축하는 일은 전국(戰國) 시대 부국강병의 수단이다. 만일 ‘신(信)’ 한 글자가 없다면 합종연횡(合縱連橫)을 주장하는 유세가의 말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믿음을 그들에게 가르친다. 〔敎之信〕’라고 말하지 않고, ‘백성들이 믿는 것이다.’라고 말하였으니, 바로 백성들을 몰아서 선으로 가게 한 것이니, 백성들이 명령을 쉽게 따른다는 의미이다. 만일 양식과 신의가 있다면 백성들이 몽둥이를 만들어서라도 적국의 침략에 대항할 것이니, 하필 병력에 연연하겠는가. 양식을 버려야 한다는 말까지 하였으니, 이는 바로 맹자가 말한 “인화(人和)만 같지 못하다.”라는 뜻이다. 은나라 폭군 주(紂)에게 거교(鉅橋)라는 큰 곡식 창고와 숲과 같이 수많은 군사들이 있었지만, 결국 군사들이 창을 뒤로 돌려 도리어 자기편 군사들을 공격했으니, 바로 군대와 병력이 신의만 못하다는 것이다.
‘죽음이 편안하다. 〔死之爲安〕’라는 말에서 이 ‘안(安)’ 자는 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仁)을 성취하고 의(義)를 실천하는 것 모두 ‘안’ 한 글자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군자의 분수상 해야 할 일로써, 이를 차용해서 신의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혔다. 가령 수양(睢陽)의 군사들이 양식과 병장기가 없었지만 조금도 배반할 마음이 없이 장순(張巡), 허원(許遠)과 함께 전사했으니, 이는 신의를 맺어 죽음을 편안히 맞이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 ‘안’ 자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윗자리에 있는 자는 병력과 양식만 모으느라 힘쓰고 신의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병력과 양식이 없으면 죽게 될 것이니, 신의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은 신의가 없으면 병력과 양식이 있더라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절대 모른다. 신의를 지키다가 죽는다면 이는 성(城)을 등지고 한번 전투를 벌려 하늘이나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니, 오히려 죽음을 맞이해도 살아 있는 것과 같다. 더구나 부뚜막이 잠길 정도로 수공(水攻)을 받았지만 결국 지백(智伯)의 군사를 물로 궤멸시켰고, 쌍충(雙忠)의 공로가 국가 중흥의 기틀이 되었음에 있어서이겠는가. 만일 신의가 없다면 병력과 양식을 도리어 침입하는 적에게 그저 제공해 주는 꼴이 되니, 성인이 어찌 구차히 세상 물정을 모른 척 원대한 것만 추구하려고 이런 말씀을 했겠는가.
공자가 본래 한 말씀을 가지고 살펴보면, 병력을 버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공은 당연히 질문을 중지해야 했는데 또다시 양식과 신의 중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냐고 물었다. 드디어 성인이 곧바로 밑바닥까지 도달한 답변의 의미를 듣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 발자국 옮겼으니, 자공은 참으로 잘 배운 자라고 말할 만하다.
참고로 존재집 「독서차의」는 존재 선생이 사서를 공부하면서 경문과 전문(傳文)의 훈고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장(章)마다 상세하게 주석을 가한 것이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괴로운 얼굴의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조상님의 멋지고 좋은글에서 많은걸 느끼며
공부하고 갑니다.
碧泉 위윤기 선암 위옥량 (대종회재경청장년회장) 님
존재 선생은 주석 마지막에 자공이 참으로 지혜있게 가르침을 받았다며 百尺竿頭를 인용하였습니다. 얼마 전 김무성 대표도 대권포기변으로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를 인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위이환 님
권력자는 측근(側近)을 가장 경계해야하는데~~,
그저 안타갑기 그지없네요.
권력자에게는 사람을 가려 쓰는 용인법(用人法)이 절대적입니다. 그 첫번째가 옥석(玉石)을 구분하는 것이지요.
옥과 석의 구별은 다면적 평가를 통해 나타납니다.
하향식, 상향식, 수평적 평가입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인적장벽이 가로막혀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리더의 기질은 타고나야 합니다.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이 2015.7.9. 장관에 취임할 때에도 '민무신불립'을 말했는데, 이번에 떠날 때에도 같은 말을 하였네요.
湖山 위신복 대전회장님
취임 때도 그런 말을 했으면 뭔가 의미를 다르게 던진 듯합니다. 취임 때는 백성들이 윗사람을 믿지 못하면~
윗사람이 백성을 믿지 못하면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