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왔습니다.
유난스러운 무더위를
뚫고 왔습니다.
아직 더위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여전히
30도에 턱걸이해 있습니다.
그래도 곧 떨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덥긴 더워도
잔서지절(殘暑之節)이라
그렇습니다.
◉‘늦더위가 있다한들
절서(節序)야 속일소냐?’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7월령의 한 대목입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나
그래도 가을이
오는 것은 18세기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아무리 더위도
계절의 순서(節序)을 지켜
가을이 찾아오는 게
순리라고 정약용 아들
정학유는 농가월령가에
적어 놓고 있습니다.
◉숫자 9는 수비학에서
완성의 10보다
1이 작은 수입니다.
동서양 모두 이 9는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는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수로 여깁니다.
길한 수인 3을 세 번 곱해서
나타나는 9는
텡그리, 즉 하늘을 최상의
신으로 여기는 몽골에서는
하늘의 힘을 나타냅니다.
칭기스칸이 출정 전에
텡그리에게 아홉 번 절하고
전쟁터로 나가는 이유입니다.
9가 기분 좋은 숫자이니
9월도 기분 좋은 달로
받아들이자는 의미에서
꺼낸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9월을 나타내는
영어 September는
라틴어에서 7을 의미하는
Septem에서 가져왔습니다.
9월이 일곱 번째 달이라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애초 봄을 시작하는
3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아
두 달씩 밀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행운을 상징하는
Lucky Seven을 생각하면
어쨌든 느낌이 좋습니다.
◉그런데 행운의 숫자 7,
Lucky Seven은
야구 7회에서 유래된 말이라
9월과는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야구를 보면
9라는 숫자의 의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9회까지 게임을 치르고
양측 선수 모두
각각 9명입니다.
바둑의 최고 급수도 9단으로
입신(入神)이라고 부릅니다.
‘가보를 잡다’
투전판에서 9를 잡았을 때
최고의 행운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네시스 EQ 900 같은
제품명이 그래서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9는 액운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홉수에 걸리다’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편안하고 삶이 여유로운 9월,
‘아홉수’에 걸리지 않는
달콤한 9월로 문을 열고
들어서 봅니다.
◉사람들이 9월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높아진 하늘, 뭉게구름,
서늘한 바람만 만나도
무더운 여름을 견뎌온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토요일 흰 이슬이
내리는 백로(白露)가 지나면
이들이 가을 기운을
가득 실어 올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9월의 노래’를 들으며
가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볼 차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