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전 업무 끝내고 나니 얼추 오후 3시가 넘었다.
그래도 명색이 수도권?으로 왔는데 몇 달만에 서울 동대문야시장 구경은 한번 해줘야제
하며 벼러고 있던차 일요일은 휴무라 느긋하게 새벽까지 구경하고 내려와서 쉬어도 되겠다
싶었다. 원래는 꼬꼬님이 같이 가기로 해놓고 다른 스케줄이 생겨서 취소하고 따라붙으려는
수원 동생도 귀찮아서 떼놓고 홀가분하게 혼자가서 마음대로 기웃거리기로했다.
마치 수도원 앞에서 강남가는 좌석버스도 있고 서울가면 전철도 탈 줄알고~~
밤 열시가 넘어야 야시장은 제대로 복적거린단다.
8시쯤에 기숙사를 나서니 비가 부슬거리며 내리고 날씨는 쌩하니 춥다.
어째 기분이 썩하니 가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간만에 나선 길인데하며...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어째 얇은 바지에 맨발로 운동화 꺾어신고
나왔을꼬, 추워서 다리가 와들와들 떨렸다.
한참만에 달려온 좌석버스는 히타를 세게 틀어서 아주 따땃했다.
강남역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단다. 전철타고 천천히 가도 실컨 구경하것다 하고 느긋하게
좌석에 깊이 앉아 눈을 감고 좀 쉬려고 하는데 버스는 에버랜드 정문 앞에서 승객들을 태웠다.
애들 데리고 에버랜드 놀러온 가족들과 젊은 커플들이 대부분이다.
맨 나중에 헐레벌떡 뛰어 온 젊은이까지 싣고 버스는 출발했다.
한 5분쯤 갔을까, 바로 내 뒤에 앉은 마지막에 탄 그 젊은이가 갑자기 우~왝 우~왝!
내 꺾어신은 운동화로 토사물과 시끔털털한 냄새가 밀려오고 비위약한 여자아이들은
같이 왝왝대고 애들은 울고 남자들은 바로 육두문자가 나오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버스안은 아수라장! 아니, 이놈의 스키가 술을 얼마나 퍼마셨는지 그래놓고 저는 그대로
골아 떨어져 일어나지도 않네.
열을 받아 얼굴이 벌개진 운전기사가 길옆에 차를 세워놓고 화장지 몇롤을 있는대로
풀어 겨우 토사물을 대충 걷어내고 창문을 다 열고 모두들 덜덜떨며 강남까지 가기는 갔는데
그 녀석은 깨워도 일으나지 않는걸 보고 나는 내렸다.
물어 물어 전철에 몸을 실고 동대문 역사공원까지 가는 동안 전철 안의 풍경은
참으로 희안빠꼼했다.
열에 아홉은 모두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 오로지 손꾸락만 움직이고 있었다.
설사 전쟁이 터져도 그들은 손에서 그 물건을 놓지 않을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내 코앞에 서있는 청춘남녀 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지들 둘뿐인 것처럼 허리를 껴안고 얼굴을 쓰다듬고 입도 맞춰가며,
흐~미 참말로 어째야쓰까 잉! 대략난감이 태산처럼 밀려오다!
근데 이녀석들은 내가 내릴때까지 그렇게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내릴때는 떨어지려나!
아, 드디어 동대문시장에 도착했다. 근디 뭔가 좀 이상하다, 사방이 컴컴하고 도로가는
온통 공사중이고 사람도 없고...우~씨 이거 잘못 내린거아녀?
길가에 노점상 아자씨께 물었다, 여기가 동대문시장 아니요?
그 아자씨 왈! 오늘 동대문시장 쉬는날인데요!
설마요, 뭔 도매시장이 토요일날 쉰다요!
'매주 토요일은 동대문시장 정기휴일이요!'
전혀 아름답지 않은 동대문시장 배회기!
그 뒷 이야기는 하고 싶지않다.
내 평생 그 많은 곳을 떠돌아 다녔고 그 힘든 오지를 다녀봤어도 대한민국의
동대문 야시장처럼 난해하고 어렵고 힘든 여행지?는 생전 처음 겪었다.
온갖 우여곡절을 다 치르고 일요일 아침 버스를 타고 빈 손으로 수도원으로 들어가니
유승연선생 동대문 야시장 간다는 소문이 전 시설에 다 퍼진터라 모두들 내 손만 쳐다보더라.
호기심 가득한 그들을 향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누구도 내게 한마디도 하지 마시욧!
말없이 방으로 들어간 나는 월요일 아침까지 죽은듯이 잤다.
첫댓글 산자야님,모처럼 시간내셔서 어려운 발걸음 하셨는데 그 개념없는 쉐이하고, 눈꼴시러운 젊은커플땜에 기분 완전 다운 되셨겠네요?ㅎ
머피가 심술을 부렸나봐요^^
그런날이 있는것같아요. 살다보면요~~
참 이상하게 잘 안맞는날‥
그래도 덕분에 이밤에 한번 웃었네요^^
이번주 토요일은 하동에 내려오셔서
개념있으신 분들이랑 좋은 시간 만드세요ㅎㅎ.
사실 참 재미있는 일이지요.
술마시고 버스에 토한 청년이나, 전철 속에서도 죽고 못살던 그 젊은 연인들이나
모두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절대적인 시간이지요.
다만 상대적인 내가 그들과 다른 시간 다른 상황이였던게지ㅎㅎㅎㅎㅎㅎㅎ
호호호!!! 아침부터 머피의 법칙 단막극을 보는듯..재밌고 빵 터졌어요~
산자야님껜 완존 열받으셨겠지만...
담에 제대로 가시면 아마 기쁨이 두배이실듯..^^
그저 내 머리통을 몇 번 쥐어박았을 뿐이지요!ㅋㅋㅋㅋㅋㅋ
산자야님!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날은 생에 한번정도있는 머피의법칙날 이라생각됩니다~~~
저는 동대문가면 빈대떡에 한잔하면 기분이 나이집니다.
신설동 풍물시장도 볼만합니다.
다음에는 밝은 날 남대문 시장으로 구경 갈 생각입니다.
ㅋㅋㅋㅋ 황당해 하는 누님모습이 선합니다. 그복잡시런 동대문에서 산넘고 물건너 큰맴먹고
가셨을텐데 ㅠㅠㅠ딱히 다른볼일도없고...
이모든게 꼬꼬누나 책임야 광주촌??아지매 안내를 허셨어야징.
긍게 말이요! 내가 이 나라 국민이라고 너무 우리나라를 띄엄띠엄 봤던게지요 ㅋㅋㅋㅋㅋㅋㅋ
하여튼 월매나 혼이났던지.......
안 웃어야 되는디요...웃음이 나오는지라...ㅋㅋㅋ
어흠...머 어쩌겠습니까..이미 엎어진 물....
덩 밟았다고 생각하시고...지리산으로 오삼...기분 싸~하게 풀어 줄텐께요....^^*
나도 지금 웃고 있다오! 우리수도원 식구들은 아마도 한 일년은 우려 묵을 작정인지 나만 보면
기분나쁘게 실실 쪼개면서 힐끔거린당께!ㅋㅋㅋㅋㅋㅋㅋㅋ
서민의 복잡 무쌍함을 역동적이라 해석하고 한번쯤은 즐기셨어도 좋았는데...
어쩌겠어요 ㅎㅎ
지하철 타면 저도 그 부분들이 피곤하지요.
근데요~ 지하철에 와이파이가 터지니까 저도 폰 꺼내들게 되었슴다
암튼 서울은 참 요상하기는 합디다.
참말로 나는 못살겠더라구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대문이라도 가시지...이번 주말 지리산에서 묵은때 싸악 빼시고 가면 될듯요^^
옴마니 산자야 산자 산자 바라산자 바라승산자야 산자사바하~~~
안그래도 다음에는 남대문시장 귀경갈라고 벼러고 있당께!
형C님이 이리도 주문을 가열차게 외워주니 별일이야 있을라구!ㅋㅋㅋ
집 나오면 ?고생 이라고...
산자야님 고생담에 실실거리는 꽃지기!
ㅍ ㅎ ㅎ ~ 조만간 시간내서 대전에 오세요.
아그들이 누님 정중히 모시겠습니다..... ^^
흐이구~~ㅉㅉㅉ 아주 잘했어용~~아픈만큼 성숙해지는 과정이고 ~~동대문 역사공원 13번 출구로 나오면 불야성인 거리를 봤을건데~~출구를 잘못나가서 토요일에 쉬는 디자이너 클럽이 있는 동대문 건너로 간것 같구먼 ㅋㅋ 다음에는 내가 꼭~~데려 감세~~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