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상큼한 맛, 감쨈만들기
칙칙하게 변해버린 단감, 몽창 다 감쨈으로 변신시켜본다. 단순한 과정에 고도의 노동력을 요한다. 만들고 나면.. 다시는 안하리라 다.짐.한.다.
지난 10월 하순, 새우젓 사겠다고 강화 외포리를 다녀 왔다. 그리고 강화인삼쎈타에 들려 주위분들의 심부름을 하고 나서 바로 붙어 있는 강화 풍물시장을 들렸었다. 그리고 만오천원짜리 감 한박스를 만이천원에 깍아 대고는 충둥구매를 해버렸다. 그리고... 25일이 지났다. 절반은 먹어 치웠건만, 남은 절반은 저런 모양을 하고 들여온 주인을 원망하고 있다. 어떤놈은 원망하다 지쳐 시커멓게 변색 된 놈도 있다. 이놈들을 어찌 할까나? 버린다는 것은 주머니 찬바람 부는 길손의 사정에는 사치다. 만용이며, 낭비다. 먹는것 함부로 한놈 치고 잘 되는 놈 본적 없다. 몇일을 두고 보다 오늘에서야 거사를 치룬다.
감쨈, 좀 생소할수도 있지만, 길손은 해마다 아주 작은 양의 감쨈을 만들어 먹었다. 감쨈이란것이 참 질리지 않은 단맛을 지닌지라 단감 10여개 정도로만 했었는데, 이런 대량을 샌산해 본적이 없다. 또한 이렇게 이미 홍시가 되어버린 단감을 가지고서는 해본적이 만무하다. 아니, 오히려 편할 수 있겠다. 딱딱한 단감은 쪼개고, 자르고, 녹여 어차피 걸죽한 잼을 만드는 과정이니 앞의 절차는 모두 생략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시작한 감쨈만들기다.
감쨈 : 감, 설탕. (와~ 무지 간다하다. 이런거 올려도 욕 먹지 않을려나 싶다) 레몬즙과 젤라틴은 생략한다. 레몬즙은 당이 들어간 재료, 즉 포도쨈이나 사과쨈을 만들때 사용하면 좋고 감의 경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젤라틴은..그냥 싫다. 감쨈의 재료는 단순하나 만드는 과정은 드럽게 까다롭다.
1. 깐다. 우선 감 달달한 맛에 떪은 맛이 난다면? 그것처럼 울화통 터지고 분통이 터지는 일도 드물다. 먹자니 떪고, 안먹자니 아쉬운,,뭐 그러맛, 아쉽지만, 껍질에 붙은 살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껍질을 까댄다. 아주 열심히 한다.
2. 조진다. 감의 속살만을 채에 걸러 낸다. 이 과정이 기존의 단감으로 만들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점이다. 단감의 경우는 껍질을 까내고, 최대한 작은 조각으로 조져서 (또는 믹서에 갈아버리기도 한다.) 쨈을 만드는데, 이미 익을대로 익어 버린 지금의 감은 그 과정이 빠진다. 또한 쨈의 모양새도 달라진다. 알갱이가 있는 쨈과 달리 지금의 것은 거의 땅콩쨈 수준일것이다. 암튼, 감의 속살을 채에 올려 벅벅 조져대면, 씨와 그 외의 필요없는 것들은 남고, 참 거시기한 묽은 속살만이 남는다.
3. 합방시킨다. 조진 감 속살과 설탕을 합방시킨다. 보통의 쨈을 만드는 경우 재료와 설탕의 비율은 2:1이다. 설탕이 분량의 재료에 반정도로 보면 된다. 감과 같이 단맛이 있는 경우는 그 양을 조금 줄여도 된다. 간혹 재료와 설탕의 분량을 1:1로 하는 것으로 아는경우가 있다. 1:1의 법칙은 액기스, 즉 효소를 만들때의 법칙이다. 매실액, 솔잎효소등의 경우란 뜻이다. 쨈을 만들면서 1:1로 한다면 차라리 국자들고 뽑기를 하는게 낫겠다.
4. 한다. 합방한 재료를 팬에 넣는다. 중불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눌어 붙지 않도록 저어준다. 이 작업이 감쨈만들기의 생명이다. 조금은 긴시간을 요하며, 게속 저어주는 체력을 요하며, 폭폭 터지는 감쨈의 폭발려과도 싸워야 하는 전투력을 요한다. 팬은 가급적이면 깊고 눌어붙지 않는 아주 좋은 팬일수록 좋다. 양은 냄비에 할 생각이면 애당초 시작도 않는것이 현명하겠다. 감쨈의 특성상 한번 눌어 붙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또한 눌어 붙은 것들은 물에 잘 씻기지도 않는 아주 더러운 성질을 지녔다. 요즘 시중에 나오는 팬중에 기름 한방울 없이 닭알후라이를 만드는..그런거..있으면 좋겠다. 물론, 길손네는 없다. 그냥 가끔 국수 삶던 팬으로 한다.
5. 쫄인다. 중불로 천천히 온도를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부터 감쨈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자, 이제부터 전쟁이다. 잠시 뒤부터 가공할 화력을 지닌 감쨈마을의 격렬한 폭발이 시작 된다. 폭~!, 하는 순간 사방팔방으로 튀어 나가기 일쑤고, 저어주던 손마디에 들어붙기 일쑤다. 아주 살짝 닿는 감쨈의 뜨거움, 아~, 그냥 확! 엎어버리고 싶다. 폭폭 튀는 감쨈을 막으려면 계속 저어주는 방법뿐이다. 조금의 폭발에는 천천히, 다량의 폭발에는 빠르게 저어주면 튀는것을 방지할수 있다. 어느순간 묽었던 쨈의 농도가 진해지고 손목과 어께와 허리가 뻐근할 즈음이면 감쨈은 완성 된다. 졸이는 정도는 처음의 양에서 절반이라 보면 되겠다. 너무 졸이면 탄맛이 덜 졸이면 밑도끝도 없는 맛이 된다.
6. 담는다. 식빵이나 에이스 같은 과자 부스러기에 솔직히 딱딱한 단감으로 만든 쨈보다 맛이 덜하다. 아마도 살짝 씹히는 알갱이의 차이라 할까? 아니면 신선한 맛? 암튼 뭔가 아쉽기는 한데 티수푼으로 하나씩 떠 먹이니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가장 좋은 보관법은 유리로 된 병을 소독하고 뜨거운 채로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길손의 집처럼 온 집구석을 뒤져봐도 살아남은 유리명이 없다면..(죄 다 매실이 들어 있는 관계로..) 팬 자체에서 식히고 플라스틱으로 된 통을 소독하고 담아 냉장 보관하면 된다.
아..근데 이거 너무 많다...이것도 남아버리면? 나~참..
by 박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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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그냥 먹어도 좋을 것............ 호박죽 같네................
단맛이 덜하여 그냥 먹기에는 좀...그래서 쨈으로 만들었다는..
감죽 같은데요~ 맛있겠어요~!
감죽? ^^ 그것도 괜찮겠네~ 찹쌀 불려서 같이 꿇이면? 오호~ 굳 아이디어~!^^
오~ 요리실력도 좋으시군요... 많으시면 나눠주세요 ^^ㅋ
주소대슈~ ㅋ;;
생각만해도 군침이 도네요~~
먹어보면 더 죽음이라는~ ㅋ
독특한 설명요약이 그냥 알아듣겠는데요~ㅎㅎ
그렇다면? 자네도 나처럼 단순하다는 뜻이야~ㅋㅋㅋ;;
제목 보고 저도 만들어볼까 했는데.... 힘들 것 같아 그냥 먹을랍니다. ㅎㅎ
만들어 보세요. 생각 보다 쉽습니다. 맛도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