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놀랐다.
개인 휴가 일정에 늘 함께 할 정도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푸틴의 집권 5기 첫 정부 구성(조각)에 배제됐다. 러시아도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장수'를 교체한 것.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해 9월 국방장관을 올렉시 레즈니코프에서 루스템 우메로프로 바꾼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귀속말을 듣고 있는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후보자/사진출처:dzen.ru
후임으로 지명된 후보는 더욱 놀랍다. 군복무를 한 적이 없는 경제 전문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미하일 미슈스틴을 도와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와 우크라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제 난국의 타개에 앞장서온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제 1부총리다. 그가 부총리 조각 명단에서 빠질 때만 해도 벨로우소프의 쓰임새는 끝났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 시점으로만 보면 더 중요한(?) 자리를 맡은 셈이다.
rbc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벨로우소프 제 1 부총리를 쇼이구 장관을 대신할 국방장관 후보자로 지명, 12일 연방평의회(상원)에 임명 동의를 요청했다. 상원 공보실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대통령으로부터 외교 안보 부문 수장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 요청을 받았다"며 "국방장관 후보자는 벨로우소프"라고 공개했다.
국방장관에서 물러난 쇼이구는 국가 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장관급, 우리 식으로는 국가안보실 실장 секретарь Совета безопасности России)를 맡는다. 또 러시아 군수산업위원회 부위원장(위원장은 대통령)을 겸한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국방장관 직에 못지 않는 실세 자리다.
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 취임식장에서 미슈스틴 총리와 함께 대통령 입장을 기다리는 쇼이구 국방장관/사진출처:크렘린.ru
국방장관 교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혁신'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또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다고 해서, 군사 부문의 좌표(특수 군사작전의 목표와 방향/편집자)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총참모장이 책임지고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특수 군사작전의 합동군 총사령관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쇼이구 장관이 바뀌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도 경질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쇼이구 장관의 경질은 그의 오른팔 격인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비한 3중 4중의 방어 요새 구축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호화생활을 한 혐의로 구속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군 작전 최고 책임자인 게라시모프의 유임과 민간 경제전문가의 국방부 수장 영입, 크렘린의 국방부문 혁신 주장 등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의 인사 복안은 2년을 훌쩍 넘긴 특수 군사작전의 국가 경제적(전시 경제) 효율성을 높이고 점령지역에 대한 실효지배 체제를 구축하는 데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국방 안보 부문 지출(예산)은 GDP의 3%에서 6.7%로 증가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GDP의 7.4%였던 1980년대 중반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 1부총리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한 벨로우소프/사진출처:소셜 미디어 vk
벨로우소프 신임 국방장관 후보자는 계량경제학과 수리경제학의 전문가다. 모스크바국립대학(엠게우)를 졸업한 뒤 소련과학아카데미 산하의 중앙경제및수학연구소와 과학및기술개발의 경제전망연구소에서 잔뼈가 굵었다. 군 복무는 아예 하지 않았다.
1990년부터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국가경제전망연구소에 근무하면서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등 총리의 경제 자문을 맡았고,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 시절엔 외부 보좌관으로도 활약했다.
2000년부터 6년간 러시아 거시경제분석및단기전망센터를 이끈 뒤 경제개발통상부 차관(2006~2008년)으로 정부에 들어가 장관(2012~2013년)을 거쳐 푸틴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2020년 제1부총리로 발탁됐다.
20년간 러시아 외무부를 이끌어온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에도 자리를 지켰다. 2020년 개헌에 따라 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외교및 안보 수장들은 쇼이구 장관을 제외하고 모두 유임됐다. 이로써 푸틴 집권 5기 첫 정부 구성(조각)은 모두 끝났다.
앞서 미슈스틴 총리는 전날 부총리 후보자 10명과 주요 부처 장관 후보자들을 확정, 하원에 임명 동의 요청안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