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도 아름다운 당신 . 박완서
"차라리 해바라기가 되게 하소서 -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주님, 하필 왜 소금이 되라 하십니까. 저는 싫습니다.
저는, 내가 나로 태어난 것에 보람도 느끼고 싶고, 또 나름으로 남의 눈에 띄는 뭔가가 되고 싶습니다.
될 수 있으면 남보다 우뚝 서서 칭찬도 받고 싶고, 남들이 저를 부러워하거나 찬양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빛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존경도 받고 싶습니다.
꽃이고 싶고, 별이고 싶고, 나무이고 싶고, 파도이고도 싶습니다.
세상 만물 하고많은 것 중에 하필 소금이라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소금이 되려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는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제 몸을 숨기고 남에게 스며듦으로써 비로소 남을 썩지 않게도 맛나게도 만드는 게 되라니요.
억울해서도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남 좋은 일만 하라 하십니까.
주님의 다음 말씀은 제 허영심에 딱 들어맞습니다.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죠? 촛불 정도의 빛만 된다고 해도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요.
빛이 된다는 것은 만인이 우러르고 섬기게 된다는 뜻도 되거니와
만인이 제 앞에서 자신을 비춰보고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라는 뜻도 되지 않을까요.
세상을 환하게, 그리고 샅샅이 비추면서 어둠을 몰아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우쭐해지는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 어떻게 빛이 되죠?
저더러 촛불이나 횃불, 등잔불처럼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라고는 마옵소서.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제 몸을 태우라 하십니까.
허나 아무리 찾아봐도 몸을 태우지 않고 빛을 발하는 물건은 눈에 띄지 않는군요.
우리가 거저 진정한 빛이 될 수 없는 거라면,
빛이 되라는 말씀은 이웃을 위한 자기희생을 돌려서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렇다면 주님, 빛이 되는 것도 사양하겠습니다.
그 대신 제 언행이 주님의 빛을 기리며, 부지런히 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가 되게 하소서.
금력이나 권력을따라 움직이는 해바라기가 안 되는 것만도 저로서는 얼마나 힘든 일인지 헤아려주소서.
첫댓글 대 자연의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지요. 감사합니다.
지연의 아름다움과 ...자주 방문하여 글 올려주셔요ㅣ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