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혜안으로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지 24년만이다.
이사 온 이듬해 올림픽이 열려, 이삿날 집 앞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을 했기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지자체 시대가 되면서 각 지역은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주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다보니, 집 앞 도로 너머
광활한 공터가 각종 시설이 가득한 여성회관과 도서관 그리고
어떤 행사라도 가능할 것 같은 운동장, 끝없이 이어지는 오솔길,
야외 운동시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정자들, 철따라 이어지는
이름 모를 꽃들이 가득한 공원이 되었다. 난 매일 이 길을 오가며 출퇴근(?)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때로는 까치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어떨 땐, 참새 떼들과 술래잡기도 하며, 요즘엔 손자 손녀랑 매미 잡이
나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에서 평온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간혹 나무 잎새 속에 숨어 울고 있는 매미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한참을
기웃 거려도, 끝내는 보지 못하고 쓴 웃음만 지으며 돌아섰는데.......
아 뿔 싸! 증권 강연회에 참석한 후 바삐 출근 하노라니, 발밑에 날개 짓
파닥이는 무엇이 있어 놀라서 바라보니 아니? 매미였다. 측은한 마음에
발끝을 살짜기 대 보았지만, 아주 작은 맴! 소리와 힘 다한 날개 짓 뿐 이었다.
출근길 내내 무거운 마음은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게 했고, 결국
그 매미는 나의 삶, 내 인생을 다시 한번더 되돌아보게 했다.
7~10일간의 짧은 성충의 삶을 위해, 7년이라는 긴 시간을 애벌레와 유충의
형태로 온갖 위험에서 살아가는 매미지만, 성충의 삶은
비록 짧지만 웅장하고 화려하며 놀랍기 그지없었다.
이제 중년도 중반기에 접어든 지금이야 말로 참으로 중요하다.
이제껏 살아온 내 삶에 잘못된 점은 없었는지,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한번 점검하고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계획표를 점검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서 다시한번 신발 끈을 고쳐 맬 때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 즐기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낸다면 바로 그것이 참된 삶일 것이다.
(2010년 7월 24일 신암공원에서 죽어가는 매미를 보며....)
첫댓글 지당한 말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삶에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