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거리봉 1040m 강원 태백 / 삼척
산줄기 : 낙동정맥
들머리 : 태백시 철암동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위 치 강원 태백시 백산동 / 삼척시 가곡면
높 이 1040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태백고원의 옛길을 찾아가는... 덕거리봉(1,040m)
다행이다. 밤새 간간히 내리던 비가 산행 아침 멎었다. 주위가 말끔하니 발걸음도 가벼울 것 같다. 휴양림의 산길을 정비하고 있는 강대교(63세, 태백고원자연휴양림)씨를 앞세워 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안동의 손성묵(68세)씨, 신준식 기자와 함께 사람의 발길이 끊긴 '휴양림의 산'을 올랐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 숲속의 집을 지나 갓 정비해놓은 티가 나는 신작로가 눈에 들어온다. 들머리다. 차량차단기가 길을 막아선다. 휴양림 개장은 6월 말에 했지만 번듯한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지는 않다. 현재 정비 중에 있다. 등산로 정비의 책임을 맡고 있는 이가 취재진과 동행한 강씨다.
"현재 약 20%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옛길이 많아 작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지만 앞으로 서너 달은 걸릴 것으로 봅니다. 늦어도 10월에는 어느 정도 정비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나이만큼이나 여유가 있다. 하기야 길이란 것이 어디 인위적으로 만든다고 길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한 사람이 가고, 또 한 사람이 가고, 그렇게 여러 사람이 가다 보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단지 지금은 그 길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 초벌작업에 지나지 않을 터. 언젠가 사람이 오갔던 '옛길'을 더듬으며 오랜만에 '개척산행'을 시작했다.
차단기를 옆으로 제쳐놓고 10여분 오르면 첫 계곡을 만난다. 다리를 세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는데 건설계획이란다. 잡풀이 깨긋이 정리되고 아직 아물지 않은 생채기가 듬성듬성 남아있는 길은 왠지 어색하다. 그러나 초행인 취재진의 길 찾기에는 한결 수월하다. 5분 뒤 좁아진 길을 다르다 보면 얼마 가지 않아 화약고와 만난다. 녹이 슨 검붉은 철문이 을씨년스럽게 버티고 서있다. 한때는 노다지의 불씨의 당겼던, 환호작약의 꿈을 이루어 주었던 금광이 아니겠는가.
일행은 그 광산길을 걷고 있다. 길가에 참두릅이며, 산뽕나무며 이름도 모를 온갖 '푸르른 것'들이 코끝을 자극한다. 10시40분, 금광터 자리가 나타난다. 무너져 내린 흔적은 이곳이 옛 광산 자리임을 묵묵히 말해주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돌아 계곡을 건너 10여분 지나면서부터는 '작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길로 접어든다.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능선에 붙는 초입부인 셈이다.
그 전에 궁둥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땀도 닦을 겸 쉬었다 간다. 이날도 한창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야 할 강씨,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연세도 지긋하신데 힘들지 않느냐?"며 기분을 맞추며 물었다.
"내 마음대로 잘 안돼요. 나처럼 노가다는 땀이 나면 3대가 망하지만, 공공근로를 하면 3년을 빌어먹는다고 안합니까."
말인 즉, 자신이 데리고 일을 시키는 사람들이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 대상자이기 때문에 계획처럼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자신은 '십장'으로서 땀이 나도 표나게 쉴 수 없다는, 조금은 거친 표현을 한다.
해가 어느새 머리 위에 섰다. 대나무가 허리를 감싸는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잘 지' 자를 그리며 오르길 30분, 오른쪽으로 10분 거리에 토산령을 두고 능선에 올랐다. 낙동정맥 능선길이다. 그동안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산악회를 알리는 리본이 곱게 여럿 묶여 있다. 이 오름길은 낙동정맥 종주산행 도중 탈출로로 내려서는 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골을 타고 올라오는 바람이 굵게 맺힌 땀방울을 스치면서 차가운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호흡은 가쁘지만 휴식은 달다. 휴~
바람은 하늘거리는 리본을 따라 능선 왼쪽을 따른다. 철쭉이 지천에 자라있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긴 철쭉은 터널을 이루고 있다. 출발 전 태백시 심영창 농정산림과장의 말대로 "능선에 올라서면 철쭉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지금이 오뉴월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30여분을 지나 갈림길이 나온다. 길이 분명한 북서쪽을 따르면 한개고디로 이어진다. 일행은 길이 희미한 남서쪽 옛길을 버리고 남쪽을 따라 이름모를 봉우리로 올라선다. 12시40분, 휴양림 산행의 정상 격인 봉우리에 섰다.
고민이다. 앞으로 등산로를 정비할 강씨도 고민이다. 이곳이 등산로 가운데 동해가 가장 잘 조망되는 곳이 될 텐데, 정해진 이름이 없는 것이다. 걸맞은 이름을 붙여야 정상 이정표도 세우고, 널찍하게 공간을 확보할 터인데... 취재진 사이에 진지한 얘기가 오간 끝에 이름을 정하니, '덕거리봉'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이 봉에서 휴양림을 곧바로 잇는 능선이 덕거리장등이다. 고유하게 불려지는 이름을 따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으니 이제 '덕거리봉'으로 부르자. 고도계는 1,040m를 가리킨다.
이제부턴 내리막길이다. 남서쪽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길, 쉬운 길이 아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더 하다. 다문다문 보이는 옛길을 기준으로 앞으로 정비될 등산로를 미리 밟아간다. 1시40분, 평평하면서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들메다리다. 휴양림에서 능선으로 이어진 골이 들메다리골이다. 능선 반대편은 젖골로 이어진다. 곳곳에 더덕이 눈에 띈다. 약식으로 점심을 떼우고 심산유곡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20분 정도 지나 수종이 바뀌면서 오른쪽에 사람이 접근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두릅나무가 보이고, 마주 선 피나무 왼쪽으로 돌아 내려간다.
2시20분, 텃꿈 갈림길이다. 옛길이 선명하다. 북서쪽을 따르면 젖골로 내려가는 길이고, 북동쪽을 따르면 텃꿈이다. 텃꿈에서 계속 길을 이으면 일행이 지나왔던 들메다리와 만나게 된다. 남쪽으로 급하게 기울어진 길로 내려섰다. 10분을 내려서자 반듯하게 가꾸어놓은 묘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맨 앞에서 길을 열어가던 강씨가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추고 상석 앞에 서서 절을 한다. 알고보니 강씨 조부의 묘였다. 국유림에 어떻게 선영이 있냐고 묻지는 않았다. 사연이 길어진다. 때가 되면 옮길 것이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구나, 산세 모양이 닭이 알을 품고 있으니, 금계포란의 명당이다.
서서히 계곡물이 일행을 반기더니 2시30분, 다시 '숲속의 집'으로 돌아왔다. 신작로도 아닌, 점선도 아닌 지도상에 표시되지 않은 길은 산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적잖은 힘과 노력이 든다. 가급적 독도에 밝고 이곳 지리에 익숙한 '빠꼼이' 산꾼들과 함께 찾을 일이다. 등산로는 10월 말에 정비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산행길잡이
휴양림-(30분)-금광터-(1시간)-낙동정맥 능선)-30분)-한개고디 갈림길-(10분)-덕거리봉-(50분)-들메다리-(30분)-텃꿈 갈림길-(30분)-휴양림
휴양림 뒤로 솟은 덕거리봉은 남쪽으로 면산, 동쪽으로 토산령, 북쪽으로는 백병산과 지척에 두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10월 말을 목표로 등산로 정비작업이 한창 진행 중에 있으므로 독도에 어둡거나 이곳 지리가 처음이라면 산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휴양림을 들머리로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금광터를 지나 대나무가 우거진 능선에 올라서면 낙동정맥 능선길과 만난다. 정맥을 따라 20여분 가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에 솟은 봉우리가 덕거리봉이다. 이곳에서부터 내려서는 길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옛길을 유심히 살펴 남서쪽으로 돌아 내려서야 한다. 전체 산행거리는 7km, 4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에서 내려 38번 국도를 이용, 영월을 거쳐 태백까지 이동한다. 태백시에서 철암동 휴양림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잘 데와 먹을 데
태백시 장성동에 위치한 강릉식당(033-581-5959)에서 정식이 잘 나온다. 저렴한 가격에 나오는 스무 가지가 넘는 반찬이 젓가락질을 망설이게 한다. 가격 대비 맛이 좋다. 1인분 6,000원. 경성실비식당(553-9356), 태백산순두부식당(553-8484), 마당쇠닭갈비(553-2357), 신바람순대(553-4539), ㅗ가(581-4114), 뚱보냉면(541-2347) 1인 6,000원.
*볼거리
강원랜드 백운산 정상과 산 아래 계곡을 조망할 수 있는 호텔에 100여 개의 객실과 연회장, 사우나, 수영장, 피트니스 시설이 있다. 테마파크에는 어린이를 위한 봅슬레이와 범퍼카, 헬기점프 등 놀이기구와 4D 읍체 시네마, 어린이 놀이터 등 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북과 고한읍내에 모텔과 식당이 즐비하다. 강원랜드호텔 033-590-7700.
미인폭포 높이 50m 짜리 폭포. 남편이 병들어 죽자 폭포 위에서 자살한 미인이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름과는 달리 기암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남성적이다.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통리에서 427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가면 표지판과 함께 간이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폭포까지는 20여분간의 내리막길. 난간조차 없는 넝떠러지를 내려가야 하지만 주변 경관은 수려하다. 도계읍사무소 033-570-3621.
해바라기축제 황연동 구와우 고원자원식물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5만평에 이르는 고원에 펼쳐진 해바라기가 물결을 이룬다. 비록 축제기간은 끝났지만 9월 초까지 해바라기 추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관람이 가능하다. 033-552-7254.
김삿갓계곡 김삿갓의 묘로 들어가는 길에 펼쳐진 계곡. 김삿갓이 생전에 '무릉계'라 칭했다고 한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물이 꽤 맑은 편. 38번 국도에서 고시동굴 이정표를 보고 88번 국도로 갈아탄다. 고씨동굴을 지나가다 보면 오른쪽 길가에 김삿갓 동상이 서있고 계곡 진입로가 나온다. 계곡에서 묘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박물관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 계곡 입구의 목산미술관은 사설미술관으로 한국화 전시실과 카페로 이뤄져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조선민화박물관이 나온다. 김삿갓묘-마대산-김삿갓 생가-김삿갓유적지를 잇는 등산로도 인기다.
구문소 태백시 철암동에 동점동의 구문소는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상류 황지천이 남쪽으로 흐르면서 산을 뚫고 지나가는 그림같은 절경을 빚어내는 곳으로 약 1억5천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황룡과 백룡이 싸움을 벌이다가 뚫렸다는 전설이 있다. 태백시에서 소천 방면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태백중학교를 지나면 구문소를 볼 수 있다.
태백고원 자연휴양림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50-2849)은 태백시가 2001년 말 총사업비 45억원을 들여 지난 6월 말 새롭게 문을 연 휴양림이다. 금광골 일대 110만 평방미터로 조성된 이 자연휴양림은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의집, 야영장, 취사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통나무집 형태의 숙박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의집은 7평형, 10평형, 14평형 등 모두 25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숙박시설 이용요금은 5~10만원이며 휴양림 입장요금은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해발 800m 고원지대에 우치한 태백고원자연휴양림은 울창한 숲, 맑은 계곡물 등 여름철 최고의 피서지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여느 휴양림과 마찬가지로 가족단위의 이용객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휴식처를 제공한다.
글쓴이:허준규 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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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