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그리고 의식의 탄생
의식은 각성 상태에서 작동한다. 의식에는 상태와 내용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있다. 의식 상태는 신경조절물질인 세로토닌seroronin, 아세틸콜린 acetyicholine, 노르에피네프린narepinephrine의 작용이다. 의식의 내용은 대부분 기억이며, 기억은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과 가바(GABA의 작용에
서 만들어진다. 의식 수준에 도달한 뇌의 활성 상태에는 각성 상태와 렘수면 상태의 꿈이 있다. 각성상태일 때는 전뇌 기저핵에서 대뇌 신피질의 피라미드 세포로 방출되는 아세틸콜린의 작용으로 기억의 연상 작용이 촉진된다.
뇌간의 청반핵 Locus coeruleus 을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대뇌 신피질에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해 뇌에서 처리하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만든다. 함수
면 상태에서 꿈을 꿀 때는 전전두엽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지 못한다. 그래서 꿈은 곧장 잊힌다. 꿈도 뇌가 활발히 작동하는 의식 상태이므로 꿈 내용속에서 사물을 지각하고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다.
꿈과 낮 동안의 각성 상태는 다르다. 꿈의 의식 상태는 감각 입력의 안내 없이 뇌가 기억을 이용해서 내면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반면 각성상태에서는 전전두엽이 상황의 맥락에 맞게 기억을 인출해서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택한다. 전전두엽은 비교, 예측, 추론, 판단을 통해 목적에 맞는 행동을 선택한다. 감각 입력을 통해 외부 세계의 정보가 모이는 동시에 척수와 뇌간의 상행 감각 신경로를 통해 신체 상태의 정보가 전전두엽에 도달한다. 전전두엽은 내부 본능 정보와 외부 환경 정보를 통합하여 적절한
행동을 선택한다.
전전두엽의 기능에서는 충동 억제, 작업기억, 시간 의식이라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전전두엽은 충동을 억제한다. 배고픔과 갈증 같은 신체 상태에서 비롯된 욕구는 시상하부를 거쳐서 편도체와 중격핵에서 내측전전두업으로 입력되고, 이를 통해 신체 욕구 상태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편도체는 감정을 증폭하여 강한 충동력을 만들어 동물의 생존 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이 사회화됨에 따라 편도체의 감정 충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의 힘이 강해졌다. 전전두엽의 작업기억 기능은 맥락에 맞는 행동을 하는 바탕이다. 작업기억은 장기기억 중 현재 운동 출력에 관련되는 기억이다. 우리는 미소 짓고 책 읽고 산책하는 매 순간 작업기억 덕에 적절한
행동을 한다. 작업기억 덕분에 현실적 존재가 된다. 작업기억의 작동이 멈추면 우리의 현재는 분해된다. 전전두엽의 시간 의식은 사건의 원인과 결과로 연결하는 순서 의식으로 구성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준다.
해마는 장소와 관련한 기억을 생성한다. 장소기억은 장소와 사물이 결합하거나 사건에 맥락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해마의 장소기억이 기억된 시각 공간을 만들면서 기억에서 인출하는 시각 공간 속에서 신체지도에 대한 느낌이 결합하여 자아감이 생성된다. 해마의 장소기억에 가치로 범주화된 사물과 장면이 생겨나는데, 이러한 장면의 생성이 바로 에
델먼의 일차 의식이다.
가치 범주 기억인 장면은 대뇌 연합피질에 저장된다. 전전두엽은 장면기억을 인출하여 현재 전개되는 사건을 맥락에 맞게 연결해 내면의 드라마를 만든다. 이 과정이 의식의 흐름이고, 인간의 사고 과정이다. 전전두엽에서 장면 기억을 맥락 순서에 따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간 의식이 출현한다. 운동 계획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현상이 바로 생각이다.
전전두엷은 기억을 인출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의 상태를 조절한다.
꿈속의 의식 상태에서 내면의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은 전전두엽이 아닌 편도체다. 렘수면 상태의 꿈에서는 배외측전전두엽의 활성이 미약하여 감정 증폭기인 편도체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편도체는 주로 시각 기억들을 인출하여 감정이 풍부한 동영상을 만든다. 꿈에서 등장인물은 항상 움직인다. 꿈은 동사로 가득한 세계다. 기억된 시각 공간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계속 움직이지만 장면의 변화는 불연속적이다. 꿈의 의식 상태에서 등장인물과 행동에 불연속이 생기는 이유는 작업기억을 생성하는 배외측전
전두엽의 작동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꿈의 내용은 인과적 사고가 약한데,인과적 사고는 언어에 의해 생성되는 인간인지 작용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과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시각적 사고를 하는 동물들은 감각에 대한 반응에 따라 행동한다.
인간의 사고는 언어의 파생물이다. 꿈에서는 주로 은유적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각성 상태의 의식은 빈틈이 많다. 각성 상태에서는 종종 맥락 없는 공상에 빠지거나 멍한 상태에 빠지곤 한다. 꿈의 의식 상태는 생생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꿈은 유난히 생생한 의식이다. 의식은 상태와 내용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생겨나서 서로 결합한다. 의식의 내용 없이 의식 상태만 생생하게 존재할 수도 있다. 의식의 내용 없이 명료한 의식 상태만 유지되는 뇌의 각성 상태가 바로 명상 수행자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자아가 사라지는 상태다.
서파수면은 의식의 상태도 없고 의식의 내용도 없는 무의식 상태다. 그래서 뇌의 휴식 상태인 서파수면 때 뇌 고유의 진동이 작동한다. 서파수면때는 시상 감각중계핵과 대뇌 신피질이 상호 연결되어 델타파가 발생하고 시상 그물핵과 시상 감각중계핵의 연결로 수면 방추 sleep spindle 가 출현한다. 서파수면 2단계에서부터 출현하는 수면 방추는 10헤르츠 정도의 뇌파로 해마에서 대뇌 신피질로 생성한 기억을 이동시키는 데 관여한다.
해마는 경험기억을 만든다. 기억은 해마가 생성하는 200 헤르츠 정도의 빠른 리플과 Shop Waveripple SWR)에 결합하여 출력된다. 해마에서 출력하는
리플과가 해마 생성 기억을 수면 방추로 전달한다. 서파수면의 수면 방추는 기억을 실어서 대뇌 신피질로 옮겨 장기기억과 결합시킨다. 서파수면의 무의식 상태에서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느린 속도의 결 맞은 뇌파가 서로 중첩되면서 진폭이 큰 델타파를 생성한다. 간질 발작과 서파수면은 느리고 진폭이 큰 동기화된 뇌파다.
의식 상태와 렘수면에서 뇌파는 비동기로 빠르지만 진폭이 낮다. 뇌는 각성에서 서파수면을 거쳐 렘수면으로 진행한다. 유아기에는 렘수면시간이 길다. 렘수면은 의식의 원초적 상태로 볼 수 있다. 서파수면시에는 해마에서 만든 기억이 대뇌피질로 이동하여 저장된다. 기억은 반복적으로 회상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은 구성적 재범주화 과정이다. 뇌과학자 에델먼이 주장했듯이 기억은 역동적이며 시스템적 속성이 있다.
출처: 박문호의 빅히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