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일자리 대폭 늘어날듯 [내일부터 복수노조허용/전임자 임금 금지됨]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직권상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유선호 법사위원장이 이미 법사위 산회를 선포함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현행법은 13년 유예끝에 일단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한 전자계열사는 요즘 일선 사업장 노무팀 인력을 보충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생산현장 근로자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R&D(연구 · 개발)와 경영지원 담당 사무직 직원들을 보강,현장 노무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인사에서 지방 사업장의 부장 여럿을 노무 담당 임원으로 진급시켰다. 복수노조 허용으로 노무관리 업무가 늘어날 것에 대비,일찌감치 임원급이 진두지휘하는 노무관리 조직을 현장에 꾸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노무 전문가 어디 없나요?"
전문적인 노무 인력이 전무한 정보기술(IT) 업체 B사는 최근 헤드헌팅 회사에 노무담당자 스카우트를 긴급 의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노무 담당 조직이 탄탄한 곳은 노조가 강성인 자동차 등 일부 업종뿐"이라며 "전문적으로 노무만 담당하는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노무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조치와 함께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사업장 내에 2개 이상의 노조가 들어서면 일선 사업장의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지금보다 많은 노무관리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다.
항공업체 A사는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아예 노무 담당자를 별도로 뽑기로 했다. 사내 노무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인사와 노무 조직을 분리한 기업들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최근 인사 조직의 일부였던 노경(勞經 · 노사를 뜻하는 LG식 용어) 담당 팀을 별도의 조직으로 떼어냈다. 노경 담당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을 나눴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복수노조 허용 방침이 확정되면 노경팀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내 위상 높아진 '노무 빠꿈이'
2~3년 전만 해도 기업 인사 관련 조직에서는 인사 방향을 기획하고 직원들의 고과를 매기는 인사기획 담당자들이 사내 위상도 높고 승진에서도 유리했다. 하지만 복수노조 허용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상당수 기업들이 노무 담당자들에게 인사기획 인력보다 인사 고과를 더 높게 챙겨주고,승진에서도 특별 배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인사팀 내에서는 '노른자(인사기획)'와 '흰자(노무)'가 바뀌었다는 뼈있는 농담이 나돈다"고 전했다. 그는 "노무 전문가가 아쉽기는 모두 마찬가지"라며 "대부분 기업이 올 연말 인사에서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임직원들을 중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각 기업 경영진과 전략기획 파트 직원들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한층 바빠졌다. 복수노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시나리오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LG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요즘 고위 임원들이 참석하는 복수노조 관련 세미나를 자주 갖고 있다"며 "복수노조가 인사 파트뿐 아니라 기업 전체가 관심을 갖는 핫이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골자로 한 노사관계법을 둘러싼 주요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두 문제를 놓고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복수노조 허용에 유예기간을 두고 전임자 임금 지급문제는 단계별로 시행하는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용자인 주요 기업들은 각자의 처지에 맞춰 '방점'을 달리하면서 두 쟁점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경총으로 창구를 단일화해 의견을 표명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주요 기업 가운데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국내 최대 노조가 조직돼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1일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관련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는 반드시 현행법대로 내년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복수노조의 허용을 3년간 유예해 2013년부터 시행할 것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을 노조원 1만 명 이상의 대기업에 한해 내년부터 우선 적용하고 나머지 기업에서는 유예하자는 내용의 여권 중재안에 대한 반박이었다.
이로써 `강성 노조'를 둔 현대.기아차는 사용자 측이 줄곧 반대해온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라는 2가지 쟁점 중에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등 13개 중소기업 단체들도 2일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을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기업은 원칙대로 법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에는 적용을 유예하여 불합리한 비용부담을 지속시키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위해 원칙대로 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노조 조직이 그다지 활성화돼 있지 않은 기업들은 새로운 노조의 등장 가능성을 높이는 복수노조 허용문제 쪽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계의 전반적인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전제를 달아 "우리도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조심스럽게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타협적 노사관계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노조 간 세력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기업 입장에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 복수노조 도입이 안 됐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노사관계가 비타협적이고 투쟁적인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했다.
외국계 기업들도 이미 제시됐던 한국의 투자여건을 보고 들어왔는데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달라진다면 곤란하다며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외국인 투자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1.3%는 복수노조 설립에 반대했고, 75.7%는 한국의 노동운동 방식이 '투쟁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80.3%에 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처한 상황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문제를 놓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체 사용자들 간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첫댓글 명박대통령말대로 노조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