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울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서울문화마당 제24권 '서울의 고전소설'이 발간됐다.
서울역사편찬원은 2011년부터 서울 사람들의 삶과 옛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해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이번 '서울의 고전소설'은 조선시대 서울을 배경으로 사랑과 이별이야기, 유흥문화부터 아픈 역사와 나라를 지키기 위한 가슴 절절한 이야기 등 고전소설의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담아낸 책이다. 오랫동안 고전소설을 연구한 엄태웅(70회)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쓰고, 유춘동 강원대 교수가 감수했다
'서울의 고전소설' 첫 번째 주제는 ‘고전소설에 나타난 서울의 생활상과 역사’다. 고전소설 속 수성동, 운종가, 성균관, 상사동 등 서울 곳곳은 젊은 남녀의 사랑을 향한 순수한 감정과 그것을 제어하려는 당대의 유교적 사고가 서로 대립하던 곳으로 그려진다.
'운영전' 속 수성동 일대는 등장인물인 ‘김진사’와 ‘운영’이 함께 시를 짓고 어울렸지만 이뤄지지 못한 채 영혼이 되어 인연을 이어가는 장소로 그려졌다. '심생전'에서는 육의전을 비롯한 많은 점포가 있던 운종가를 배경으로 이루지 못한 ‘심생’의 사랑과 이별을 묘사했다.
'절화기담'과 '포의교집'에서는 을지로와 창경궁 일대를 배경으로 사회규범 상 이뤄질 수 없는 관계였던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내용을 다뤘다.
이외에도 '이춘풍전'은 ‘이춘풍’의 방탕한 행적을 통해 조선시대 서울의 사치스런 향락문화를 보여주며, '게우사'의 ‘무숙이’는 풍류와 주색을 즐기던 인물로 마지막에 패가망신한 무숙이가 막노동에 뛰어드는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병자호란에서 청나라에게 패했던 가슴 아픈 역사를 문학으로 치유하는 역할을 한 작품들도 담겼다. 임경업으로 대표되는 영웅들의 활약으로 적을 무찌르는 내용인 '임장군전'과 박씨 부인의 뛰어난 지력과 신묘한 재주로 위기를 극복하는 내용을 그린 '박씨전'이 있다.
두 번째 주제는 서울의 독자들이 고전소설을 접한 ‘세책(貰冊,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던 것)’ 문화를 살펴본다. ‘세책집’은 조선시대 서울 곳곳에 고전소설을 빌려볼 수 있었던 장소다.
세책의 대상은 매우 다양했으며, 그 내용은 가문 서사가 중시되고 중세 가족 질서의 이상을 충실히 구현해 낸 것들이 많았다.
빌려 읽는 ‘세책’은 장수가 표시되어 있었고, 책장을 넘기는 부분인 ‘침자리’, 필사한 시기와 세책집의 정보를 적은 ‘필사기(筆寫記)’라는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에서 고전소설이 대량으로 유통되며 출현했던 ‘방각본’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방각본’은 조선 중후기 이래 민간 출판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판각하여 출판한 서적을 말한다.
서울에서 출간된 방각본 고전소설들은 가문의 서사가 확장되고, 여성 영웅의 활약이 보다 능동적으로 묘사돼 분량은 짧지만 종수는 많아 새로운 서사나 소재를 끌어들이기에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궁궐 사람들이 즐겼던 ‘낙선재본’은 창덕궁 낙선재에 소장돼 있던 궁중 고전소설로 방대한 양에 글씨가 크고 훌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다룬 '서울의 고전소설'은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전자책으로 무료 열람할 수 있으며 구매는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가능하다.
https://youtu.be/1l4PDRX-b7U?si=MEpPKBEE2BjhbX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