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5시 제주 오인방은 비장한 각오로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제주도에 입성하여 리무진 버스로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으로 이동하는데 이놈의 버스는 호텔앞에만 선다고 합니다. 아직 지형지물 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뻔히 눈앞에 두고도 버스는 냉정하게 10분 정도를 더 지나 서귀포에 있는 모 호텔앞에다 독수리 오형제를 내렸습니다.
기념품과 배번을 수령한 후 택시를 타고 제가 작년 겨울 학교선생님들과 2박 3일 여행와서 숙박했던 중문관광단지쪽에 있는 "큰돌성 콘도"로 갔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환대 속에 짐을 정리하고 "삼원정"에서 제주 똥돼지 고기에 긴장 해소용 소주 반병씩 처리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배번부착, 50㎞ 반환점에 보낼 신발,옷가지분류,비상식량 및 구급약 배분(특히 형수님이 매 20㎞ 마다 쌍둥이 아빠만 드시라고 토종 벌꿀을 작은시럽병에 5개 가져왔는데 결국 한 개씩..... 형수님! 요긴하게 잘 먹었습니다. 꾸벅!)을 끝내고 나니 10시경 . 그냥 자려고 하니 뭔가 모자라는 듯 아쉬워서 양주 한 잔씩 하고 각자 방으로 갔습니다.
그 중요한 청소년 축구 결승전의 유혹도 뿌리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재털이위에 홈매트가 보이는 겁니다. 이게 왜 있을까? 아직도 모기가 있나? 그런데 넣는 약이 보이지 않길래 그냥 잔다고 누웠는데 오만가지 잡념으로 인해 쉽게 잠이 오지 않더군요. 겨우 잠들려고 하는데 어둠을 뚫고 들려오는 "앵앵"거리는 모기소리. 제가 모기하고 진짜 안 친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두 분 선생님들이 주무시는데 불을 켤 수도 없고........이리 뒤척,저리 뒤척, 자다 깨다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문자메시지가 옵니다. 다음은 원본 그대로입니다. [경우님 힘을 보내 드릴께요 장무성젠희주0165628045 10/10 12:55] 아! 선배님이 밤에 출발한다고 착각하셨구나. 이런 해프닝 속에서 새벽을 맞이 했습니다.
3시 30분에 기상해서 준비한 햇반과 북어해장국, 김, 소고기카레, 김치로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고 4시 30분 경기장에 도착해서 기념촬영과 스트레칭을 한 뒤 5시 정각에 120여명의 건각들과 함께 대장정에 돌입했습니다. 출발과 함께 김동국 교수님께서 즉석에서 제안하신 Eagles ten-ten(독수리 제주 오인방 10월 10일)은 전날의 작전계획대로 ㎞ 당 7분 페이스로 달리고 있으니까 전부 우리를 추월하고 맨 뒤에 우리만 남았는데 숫자가 6명인 겁니다. 10㎞ 지점에서 말을 걸어보니 친구들과 완주여부로 술자리에서 한 내기때문에(억세, 진홍, 삼복동기처럼) 서울에서 내려온 회사원이었습니다. 40㎞ 지점에서 처질 때까지는 잘 따라 왔지만 결승점에서 만나지 못했으니까 실패한 것 같더군요.
10㎞: 1시간8분, 20㎞: 2시간11분, 30㎞: 3시간12분 예정시간보다 10-20분정도 페이스가 빨라지니까 김교수님께서 35킬로 급수대에서 네사람은 먼저가고 교수님은 미리 만들어오신 7분페이스 시간표를 보고 뛰시겠다고 하더군요. 처음보는 풍력발전소를 지나 50㎞ 체크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이 5시간 30분. 간단하게 화장을 고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6시간만에 반환점에 골인하셨고 이제 전원 완주가 눈앞에 보이는 시점이었는데 교수님 얼굴이 밝지가 않더군요. 속이 안좋고 머리가 어지럽다는 말씀에 김원장님의 만류와 교수님의 과감한 결단으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포기하셨습니다.
그래서 네사람이 다시 결승점을 향하여 온길 그대로 유턴하는데 제가 기억력이 아직은 괜찮은 편인데도 이상하게 55㎞ 급수대가 안 나타나는 겁니다. 거리감각과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풀코스거리 이상은 달려본 적이 없어 출발전 가장 걱정(?)했던 김상근선배님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고 경쾌했습니다."아직은 컨디션이 좋은데 나중에 퍼지겠지"라는 선배님의 말씀과 함께 제 몸에서 드디어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출발하면서 오른쪽발바닥, 왼쪽 무릎등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지만 심각하지는 않았는데 55㎞ 급수대를 앞두고 왼쪽 무릎에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급수대에서 회장님의 비상처방에 따라 반신반의로 진통소염제를 한봉지 먹었습니다.'혹시나에서 역시나로 끝나는가' 했는데 5분정도 시간이 지났나, 갑자기 통증이 없어지면서(마비?) 출발전과 같은 컨디션으로 기분이 up되는게 아닙니까?
이때부터 안 아플 때 조금이라도 많이 가보자라는 욕심으로 대열에서 이탈해서 독주로 접어듭니다. 이후 가시거리에 포착된 걷는 주자를 목표로 ㎞ 당 6분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70㎞까지 걷지않고 달리고 나니 8시간20분. 남은 30㎞를 3시간 40분에 완주하면 "언더12" 이러한 계산으로 인해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75㎞ 지점에서 날씨는 덥고 배는 고프지 도저히 힘이 없어서 도로변 슈퍼에서 빵과 우유로 요기를 하고나니 좀 살 것 같았습니다. 이후 부터는 오로지 올때의 기분으로 달렸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80㎞. 그러니까 처음으로 5분 걸었던 20㎞지점, 이런 씩으로.....85㎞지점에서 제주 런클 회원들이 준비한 임시 급수대에서 방울토마토와 꿀물을 주더군요. 정말 힘이 쏟구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정성껏 소염제를 발라 마사지 해 주시던 분께 늦었지만 감사 드립니다.
우리 숙소가 있는 중문단지 입구인 90㎞ 지점에 도착하니 11시간 7분. 남은 10㎞를 53분에 주파해야 합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함께 페이스가 떨어지고 92㎞에 도착하니 11시간 22분. 남은시간은 8㎞- 38분 드디어 포기하고 맙니다. 그 이후로는 걷다, 또 걷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회장님, 김병호고문님, 김대숙선배님, 친구들, 옆지기와 통화하면서 산보하는 기분으로 가는데 아! 가도가도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1㎞ 가 그렇게 먼 거리인지 예전에는 미쳐 깨닫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멀리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이 보였습니다. 마지막 스퍼트를 내어 달려가는데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김동국교수님이 나를 발견하시고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하이파이브를 해 주셨습니다. 붉은 카펫을 사뿐히 즈려밟고 결승점을 통과한 시간이 12시간 30분 07초.
드디어 해 냈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서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끼며 처음으로 완주메달을 목에 걸고서 효마클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회복실에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여자 1,2,3등 시상식을 한다고 하더군요. 기록이 어떤지 귀를 쫑깃하고 있는데 1등 xxx 기록은, 아야! 뭔 소리냐고요? 제 입에서 나온 비명소립니다. 글쎄 마사지 하는 학생이 제일 아픈곳을 누르는 바람에 벌떡 일어나면서 아아!!............ 결국 3등 기록만 들었는데 11시간 30분정도라 하더군요. 그럼 남자 1등은? 8시간 대라나 뭐라나!!!!!대단하더군요.
그리고나서 선배님들을 기다리는데 서태건선배님, 그리고 90㎞ 지점에서 비겁하게 미역국에 밥 말아먹고 온 김상근,정대우선배님이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네 사람이 모두 완주한 것입니다. 김교수님도 포기하셨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하셨기에 완주자 못지않게 더욱 더 빛을 발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끝으로 회장님 이하 많은 격려와 힘을 보내주신 여러 선후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울드라 후기를 마칩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효원 효원 울드라힘!!!!
첫댓글 울트라맨 등극을 축하합니다. 울트라선배가! 아름다운 도전이 일구어낸 기분 좋은 일이구나! 일낸 김에 더크게 일내뿌라! 잔잔이 밀려오는 울트라의 희열을 10월 한달 즐기고, 11월부터는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학생들 수학 잘 가르치도록하소! 울트라맨 힘힘힘!!!
웃드라맨 이경우 84동기의 완주를 축하함. 부럽다,,,,,,,,,,,,,,,,,,,,,,,,,,,,,,,,,,,,,,,,,,,,,,,,,,,,,,,,,,,,,,,,,,,,,일상에서 마라톤을 통한 자아실현, 그 쉽지않은 성취에 갈채를 보냅니다.
울드라맨 되신걸 축하합니다
저는 풀에서 하프로 내려 올려고 하는데, 이제는 울트라가 아니면 이바구가 되지 않으니...ㅉㅉ 진심으로 축하하오. 그리고 한 수 가리켜 주소!
진짜로 진짜로 축하합니다.후기의 감동은 훈련에 흘린 땀에 비례합니다. 무섭게 달려가는 84선배님들..부럽습니다. 빨리 회복하시고 다시 가을의 전설을 만드시길...
수고하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뉨~ 난 간이 작아서 아직 울트라는 꿈도 못꾸고 있습니다. ㅡ.ㅡ
그동안 흘린땀방울수많큼 축하합니다. 오인방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전 회원님들! 기회 있으면 정식 대회에 모두 한마음으로 10키로 한번 단체로 뜁시다.
욕봤소. 제주도 풍력 발전소는 잘 돌아 가던교.
인 디스케이스 욕봤다,어제 완주자들 보니, 정말 부럽더라,,좋은 인연 오래오래 가지고 가자~~
이제 효원울트라마라톤클럽이 되는가 봅니다..그럼 저는 우짜지예?? 대단한 도전에 성공하신 제주울트라맨들께 존경과 힘~!
경우야! 고생 했데이! 그리고 축하한데이~! 그리고 김상근, 서태건, 정대우 세분 선배님! 완주 축하드립니다. 덧붙여 김동국 교수님! 내년 4월 초 대청 울트라 같이 함 가입시더! 그리고 완주했더랬습니다.
결승점에 도착하셨을 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니...감동입니다...근데, freeman 선배님과 정대우 선배님은 어쩌다가 달리는 도중에, 미역국에 밥을 말아 드시게 되었죠?...그 사연이 궁금합니다.
울트라맨 등극을 축하합니다.
울트라맨의 반열에 오르신 4분께 축하를 드리며, 아깝게 다음기회를 기약하신 김동국교수님께는 차후에는 꼭 완주하시라고 힘을 실어드립니다. 히~임!!!
동래재단 제주 울트라 3인방 셈 넘 넘 축하하고 빨른 회복을 기대함다.태건 대우 경우 힘!!!
대단해요~~~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를 가지신 김동국교수님을 포함해서 울트라오인방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