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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웃 동아리 지원 사업을 마무리하며 한 해 간 풍성하게 활동했던 주민분들과 한자리에서 모였습니다. 11월 29일 금요일 밤, 복지관에서.
이야기가 풍성했습니다. 이웃 동아리만 60개 가까이 됐으니 모임의 주제가 다양할 수밖에 없고 같은 주제의 동아리끼리도 저마다 색다른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손재주를 활용해 무언가를 만든 동아리들은 작품을 멋지게 전시해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습니다. 미싱, 프랑스 자수, 양말목 공예, 천연 염색, 사진, 그림 등 종류도 다양하고 색감도 알록달록했습니다.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주제로 모인 동아리는 공연을 했습니다. 통기타부터 시작해 오카리나, 우쿨렐레, 색소폰, 오케스트라, 건강 체조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사례나눔회는 늘 풍성하지만, 분위기는 매년 새롭습니다. 이웃 동아리 지원 사업을 맡은 담당자는 변함이 없으나 동아리는 늘 달라지기 때문이고, 사례나눔회는 주민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사례나눔회로 모일 때마다 동아리와 우리 마을에 감사한 마음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감탄해 주세요.’
‘격려해 주세요.’
‘응원해 주세요.’
이야기 나눔을 진행하기 전, 주민분들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아신다면 더욱 풍족하게 누리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어떤 자리인지 알아야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경쟁과 시기, 질투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이 공간을 덮치지 않을 거라 여겼습니다. 주민분들의 인정을 믿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동아리가 더 뛰어나다. 더 우수하다.’ 같은 경쟁 정서가 은연중에 감돌진 않을지 고심했습니다. 그러지 않길 바랐습니다.
동아리마다 대표자가 나오셔서 한 해 간의 소감과 동아리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동아리 활동사진을 함께 보여드리니 좌중의 시선과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감탄과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에서 이야기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부담 없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나눕니다. 발표하는 일이 떨린다는 분을 향해 주민분들이 ‘괜찮습니다. 멋있습니다. 파이팅!’이란 말을 건넸습니다. 부탁드린 것처럼 응원하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따듯하고 정겨운 우리 마을 사람들.
책 모임 북적북적에서는 올해 처음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풍성한 이야기 나눔을 위해 여러 장의 원고까지 준비하는 정성을 보여주셨습니다.
“저희는 공부하는 여성 농민은 아름답다는 슬로건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나아가서는 저자와의 대화까지 풍부하게 모였습니다. (…) 함께하는 시간에 참 감사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읽었던 철도원 삼대라는 책의 ‘철도원’으로 지은 삼행시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삼행시를 읊는다고 하셨습니다. 역시나 정겨운 우리 마을 주민분들이 가만히 들을 리가 없지요. 다 같이 철! 도! 원! 운을 띄워주셨습니다.
“‘철’따라 계절색이 바뀌고, ‘도’시와 농촌의 색이 다르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야 하는 길의 색도 다르다. 의미심장하지요. 고맙습니다.”
열렬한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독서 동아리의 품격이 드러나는 멋진 순간이었습니다. 북적북적 동아리 대표님께서 긴장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떨리는 목소리와 마이크를 잡은 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두려움과 부담감 속에서도 정성스레 준비해 온 문장을 끝까지 당당하게 읽으셨지요. 자리에 계시던 지역주민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셨지요. 대표님 스스로 얼마나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을까요?
이런 순간들이 모이면 마을에 정이 쌓여 간다고 믿습니다. 사람 사이 신뢰와 인정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닐 겁니다. 일상에서 수없이 주고받는 베풂과 감사, 응원과 격려가 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사례나눔회는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유용한 구실입니다.
응원과 격려는 공연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실력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소하면 소소한 대로, 웅장하면 웅장한 대로 풍성하게 누렸습니다. 입상을 노리는 무대가 아니었으니 치열해질 이유가 없고, 치열할 필요가 없으니 공연 역시 부담 없이 편안하게 웃으며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소소하고 따듯한 작은 발표회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사례나눔회를 진행했던 시간에 복지관 마을에서 최남단 방어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방어 축제는 전국 단위에서 유명한 축제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큰 축제가 진행되는 와중에 사례나눔회를 열었으니 몇 분이나 오실지 걱정됐던 게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많이 오셨습니다.
단순한 보고회 자리였다면 이렇게 많이 오셨을까요?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나 저는 사례나눔회가 가진 따듯함, 인정이란 특성 때문에 많이 오셨다고 여깁니다. 이미 3년이나 해오고 있는 일이니 그렇습니다. 사례나눔회가 어떤 분위기를 가진 자리인지 아시니 해를 거듭하여 참여해 주고 계신 거라 생각합니다.
사례나눔회를 마치고 귀가하실 때 주민분들께서 제게 고생했다는 말을 건네주셨습니다. 담당자는 별로 한 일이 많지 않습니다. 주민분들이 한 해 간 즐겁게 활동했던 사진을 모았고, 나눔회 자리를 마련했을 뿐입니다. 모든 이야깃거리는 주민분들에게서 나왔습니다.
올해도 풍성했던 사례나눔회, 주민의 이야기로 이뤘습니다.
우리 마을의 정겨운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년에도 계속해서 이야기가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첫댓글 아~ 사람 사는 것 같습니다.
우와~ 감탄합니다. '늘 풍성하고 매년 새로운' 사례과 감사 나눔 축하합니다.
"이야기가 풍성했습니다. 이웃 동아리만 60개 가까이 됐으니 모임의 주제가 다양할 수밖에 없고 같은 주제의 동아리끼리도 저마다 색다른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어울려 얼마나 즐겁고 기쁘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