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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차를 몰고 2시간 남짓 달려....
스스럼 없이 마주한 바다는....
이미 짙은 어둠이 몸살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세찬 바람과 굵은 빗방울....
멀리 차창 밖으로 일렁이는 파도만이 지친 심사를 달래주고....
캔커피 마시며.. 가만히 담배 한 대 피워물고 있습니다.
근데....
머하러 거까지 또 끄대갔냐구여?
음.... .
움,,,,, .
심-_-심해서여. -_-;;
사실....
이곳 대천에 사는 칭구넘이 있습니다.
별스런 일이 생겨 잠시후 만나기로 했습지여.
암튼....
돌아보면.. 제겐 여러번의 사랑이 스쳐 지난듯 싶습니다.
어느 사랑....
어떤 사랑도....
힘겹지 않은적 없었습니다만....
유독 지독한 갈증으로 기억되는 사랑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도 제가 버-_-림을 받았다는 아픈 기억이....
한 몫을 더했기 때문일 겁니다.
언제든....
사람을 만남에 있어....
쉬운 적도 없었고 어려운 적도 없었던 대학시절.... .
유난스레 절 찾아다니던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늘 오래된 것들의 힘과 아름다움을 굳게 믿는 편인지....
당시의 패션관념으로도 상당히 고즈넉하고 클래식한....
그러니까.. 한마디로 몹시 촌-_-스러운 차림을 즐겨했었습니다.
게다가....
부끄럼이 많은지 늘 저를 대할때면....
정면으로 보지 못하고 곁눈으로 간신히 올려 볼 뿐이었습니다.
그건 아마....
어린시절.. 좋아하던 꼬마 계집아이를....
몰래 훔쳐보던 그런 부끄러움이었을 겁니다.
그러던 그녀가....
큰 용기를 내어 내게 특별한 감정이 있음을 토로했을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늘 2% 부족한 전....
따뜻하게 그녀를 다독여 주지 못했습니다.
당시....
한때의 방황으로 뒤떨어진 학과공부며 고시준비등으로....
내 몸이 두개였으면 하고 몹시 바라던 때였으므로..... .
암튼....
그때 그녀는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며....
끝없이 눈물만 흘려댔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심장이 멋을듯한 순간이었으며....
온몸이 얼어 붙는듯한 차갑고도 낯선 시공간에....
혼자 내팽겨치진듯 싶은 오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래 앉아 있던 찻집에서 일어설때까지....
그녀는 제 눈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으니까여.
그리고 며칠후....
같은과 후배 여자아이에게 그녀가 휴학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는....
여러감정이 교차했더랍니다.
한 여자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만큼....
과연 내가 쓸만한 놈이던가? ..하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고....
그토록 철부지 행동을 일삼을 정도로 덜 큰 아이였던가??
..하는 생각도 당연한 귀결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주변의 쑥덕거림이나 비아냥질에 신경쓸 겨를조차 없을만큼....
당시엔 학업에 전력투구했던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
달이 바뀌고....
계절을 지나....
후딱 한 해 가까이 흐른 어느날....
뜻밖에도 학위수여식에 찾아온 그녀를 보았습니다.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그러니까 몇단계 이상 업그레이드 된 미모와 패션으로....
그녀는 멀직이서 절 향해 수줍고도 어색한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에그~~ 요.. 여복두 많은 넘~~!! -_-'
속으로 요런 요살시런 대사를 떠올리며....
표정관리에 들어가는데.... .
근데....
아니~~ 이룬 됀장~~!! -_-+
먼가 기막힌 재회의 장면을 상상하고 있던 제 눈에....
요상시런 장면이 목격되었는데....
제 옆에 서 있던 대학시절 가장 절친한 친구넘이....
그녀의 손짓에 실~실~ 쪼개며 화답을 하고 있더라 이겁니다. -_-!
순간..... .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군여.
행여 저애가 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제 친구넘의 쓸만한 세숫대야에 기냥 반해버린 건 아닌지.... .
아님.... 나름대로 고도의 심리적 충격요법으로....
제게 무언의 경고내지는....
서릿발 같다는 그 여자의 한을 보여주려고 저러는 건지.... .
이도 저도 아니면.... .
그 그-_-지 훈도쉬 같다는 망할넘의 인연이 이따우로 얄궂게....
찬란히 빛나야 할 제 학위수여식을 개쪽빡 낼려구 이러는 건지.
순간.. 어안이 벙벙 했습니다. -_-'
그치만....
그렇게 어리벙벙한 표정이던 제게....
그녀는 구름에 달가듯 구랭이 담 넘듯 사뿐히 다가왔고....
차분히 저간의 이유들을 조목조목 들려 주었습니다.
간략하면.. 이렇더군여.
제게 실연아닌 실연을 당하구 휴학을 한뒤....
그녀 친구의 권유로....
문학동아리 모임에 자주 꼽싸리를 낀 모양입니다.
당연히 그 동아리는 제 친구넘이 드나들던 곳이었고....
그녀 감정이 싸~~하게 가라앉은 어느 날....
그날의 화두완 상관없이 그녀는 굵은 눈물방울들을 떨구어 댔었겟지여.
그리곤 오지랍 넓은 제 친구넘은 그녀를 다독거려 주었을테구....
그렇게....
구렇게....
스무고개하듯....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다....
제 이름 석자를 듣곤 친구넘도 꽤나 고민을 했었던 모양입니다.
그 당시....
제가 학업에 목을 메고 있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그녀의 진심 가득한 사랑도 확인했을 테니깐여.
그렇게.. 그 넘도 씰데읍시 목하 고민을 하다....
그녀에게 나름의 개풀때기 같은 조언들을 던진 모양입니다.
우선 그넘 입장에서....
나 넘이 그녀를 싫어한다기 보단....
지 밥그릇 챙기기에 바쁜 현실이다보니....
그 귀한 감정과 소중함을 절감하지 못했을 거라는 둥.
여지껏 여자보는 눈이 남-_-루해서....
그져 허망한 외모나 천박한 이바구 따우의 짓거리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을뿐....
좀 더 철이 들면 금새 인간다워질 거라는 둥.
오랜 친구로서 바라보건대....
나 넘이 그녀와는 너무 잘 어울린다는 둥.
지 멋대로 백마탄 왕자에 인간미 넘치는 백기사 노릇까지....
몽조리 다 한 모양이었습니다.
그치만....
참으로 요상스럽게도....
또 다른 수줍음으로 다가선 그녀가....
저도 그리 싫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일년이라는 막연한 세월중 어느 부분이....
그녀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는지.
그녀에게선 선이 굵고 완만한 치자꽃 향기가 넘쳐나는듯 싶었습니다.
그것은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감정이었습니다.
맵시 있게 잘 차려 입은 정장 때문이라던가....
적당한 웨이브로 부풀린 그녀의 윤기나는 머릿결 때문만은....
결코 아닌듯 싶었습니다.
바닷가의 매끈한 조약돌을 다듬는 것은....
정이나 끌처럼 거친 도구들이 아닌....
날마다 말없이 쓰다듬어 주는 파도의 손길인 것처럼....
그녀 또한 그 막연한 시간들을 하후하루 말없이 주워담고 쓰다듬으며....
다독여왔을 거라는 걸 상상하자....
내심 어떤 감사와 연민의 감정들이 일시에 휘몰아 친듯 싶습니다.
그렇게....
제게서....
" 많이 이뻐졌구나 " ^_^
저 한마디를 듣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눈물 한 방울을 흘려 주었습니다.
그것은 그날....
그 학위수여식에서 제가 받은 가장 감동적이고도 커다란....
진실의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틈나는대로....
들길속에서 나비와 햇살과 바람을 따라 다녔습니다.
그 햇살속에서....
그 바람을 마주하며....
나비를 쫒던 그녀의 건강한 웃음과 상큼한 미소를 바라보느라면....
시간이 멈춘듯한 착각을 여러번 했었지여.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 순간 그 기억만은 영원하다고 지금도 추억합니다.
땅끝 마을인 해남군 송지면 갈두마을....
멀리 어란포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을 맞으며....
우린 두 손을 꼭 잡았었습니다.
그 산경과 그 야경과 그 해경과 그 풍광들이 아직도 기억에 촘촘합니다.
해넘이를 시작한 산마루에....
새털구름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던 차향 짙던 보성의 그 차밭 언덕에선....
좁다란 제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울이던....
부끄러운 그녀의 작은 몸짓이 진저리 칠 만큼 사랑스러웠습니다.
결코.. 알퐁스 도데가 구라를 때려댄게 아니란 걸....
전 그때부터 몸소 체험한거지여.
협궤열차라 부르던 꼬마열차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던 며칠 후....
우린 마지막으로 그 열차에 오르는....
영광의 손님중 하나로 자리메김 했었습니다.
그날....
마지막으로 간이역을 떠나....
해체장으로 향하는 낡고 허름한 그 꼬마열차에서....
우린 한 번 가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시간의 매정함을 절감했었습니다.
이 풍경, 이 감정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아쉬워 하면서.... .
그렇게....
짙어지는 사랑과 믿음속에서....
새로운 나날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으~~아~~!!
으~~아~~옥~~!! -0-'
한참 떠들다 보니....
고독이라는.. 아니 외로움이라는....
이너무 고질병이 또 또아릴 트는군여. ㅠ_ㅠ
고독은 방문하고 들여다보기엔 좋은 곳이지만....
머물러 있기엔 너무 힘들고 외로운 곳입니다. ㅠ_ㅠ
어차피 해결해야할 오랜 숙제처럼....
이렇게 더욱 나이를 먹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에 반해 고독의 깊이 또한 길어짐을 깨닫게 됩니다.
마흔이 넘은 징그런 내 나이가....
이렇게 싫어지기는 또 간만인것 같군여. ㅠ_ㅠ
암튼....
그때 나는 정말로 그녀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처럼....
샌드위치 하나를 고르는데 한시간 반이나 걸리는 그녀를 사랑했고....
온 종일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뒤....
내 몸에 남은 그녀의 향수냄새를 사랑했으며....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고픈 상대인....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삶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두가지 비극을 치루어내게 되었습니다.
그게.. 머냐구여??
오래전....
어느 잘난분이 지껄였습니다.
인생에는 한 가지에서 근원한 두가지 비극이 존재한다고....
그 한가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비극이요.
그 둘째는 사랑하는 사람을 얻는 비극이로다~~!! -_-/
그럴싸한 궤-_-변 아닙니까??
하여간.. 시작이란 항상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존재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흔적도 없이 모든 것들이 상실되기도 하거든여.
그렇게 사람들은 처음에는 희망을 너무 많이 갖고....
나중에는 너무 조금 지니는 것 같습니다.
" 먼 곳에 대해 생각지 않는 넘은 가까이에서 주구장창 근심만을 찾으리로다. "
이미 오래 전 작고하시고....
이제는 낡은 고전책자의 표지 모델로 활동하시는....
특히나 45도 각도의 스캔빨을 좋아하시는....
공-_-자님의 저 말씀은 참으로 옳은 말씀이었습니다.
거칠것 없이 잘나가던 우리의 애정전선에....
구멍이 슝~슝~ 뚫리기 시작했으니....
이른바 연-_-적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지여.
그 망할 쇄리는....
그리 잘난 얼굴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 용모 나 > 그 쇄리
글타구 썩 겐찬은 집안의 씨도 아니더군여
* 품질 나 > 그 쇄리
학벌여??
내 위에 있는 넘 다 나오라구래~! 버럭~ 버버럭~~!! -0-'
암튼.. 그넘보단 내가 좋았어여
* 학뻘 나 > 그 쇄리
유머여~~??
암시롱~~ ^^;;
* 유머 나 > 그 쇄리
기타.. 종합점수 합산
* 나 > (넘사벽) > 그 쇄리
그러나....
어느 누가 알겠습니까?
화창한 봄날 눈녹듯 변하는 사랑의 감정을 여. ㅠ_ㅠ
그리고....
도대체 깨달음은 왜 항상 뒤늦게 찾아오는지.... . ㅠ_ㅠ
물론.. 그녀가 제게 배신을 때렸다거나 장화를 돌려신었다는....
구질한 단어루 그녀를 욕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결과가 그럴뿐....
그렇게 상황이 역전되고 뒤집어져....
동네 포장마차의 매상만 팍~팍~ 늘려주기까지는....
말 못할 길다란 사연과 스토리들이 수십 보따리는 될겁니다. ㅠ_ㅠ
언제부턴가....
그녀가 나와의 만남을 주저하면서부터....
상황은 급박히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첫 직장이었던....
지금은 쫄딱~ 망해 다른 회사로 넘어간 그 건물 입구에는....
퇴근시간이면 늘 한 여자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부나, 비가 오나, 누니 오나, 천개-_-번둥이 치나.
그렇게 그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던 그녀 모습이....
간간이 앞니 빠진듯 비기 시작하더니....
언제부턴가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지더군여.
그치만 첫 직장에 목숨걸던 때라....
들쑥날쑥한 퇴근시간 때문에 그녀도 지쳤겠거니 하며....
터덜~터덜~ 집구석으로 컴백했었더랍니다.
그러다....
이제는 점심때면 꼬박꼬박 걸려오던 전화조차 없다는 걸 깨닫곤....
이 무쉭한 넘은 그녀에게 먼가를 따지러가듯....
그녀를 찾아 나섰습니다.
길치가 있고 방향치가 있듯....
당시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쉬 알아채지 못한 나로서는....
감정치가 아니었던가 가늠해 볼 뿐입니다.
늦은 저녁....
그녀를 집앞 찻집으로 불러내 묻습니다.
- 나 땜에 화났니? ^^
- .... .
조금 숙인 그녀의 얼굴엔....
깊고 짙은 어둠이 휘장처럼 걸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슬픔이라는 걸....
그때 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 왜? 무슨 일인데 그래? 부모님께 혼났어?
- .... .
저 망할.. 유아기적 어투를 보십시오.
먼 일만 생기면 부모님부터 찾지여.
- 오늘은 맛난 거 사줄려구 아침부터 기다렸다 야.
- .... .
맛난 거??
솔직히 쐬주라구 왜 말 못했냐 병아~~!! -0-'
아마도....
묵묵부답, 그녀의 묵직한 표정을 보며 전....
이미 어떤 슬픈 예감 같은 걸 감지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만....
그 슬픔에 휩싸이기 싫어서....
그 목이 메일듯한 이별이라는, 헤어짐이라는 단어가 듣기 싫어서....
억지스레 밝은 목소리로 너스레를 떨고 있었을 겁니다.
속으로는....
- 제발~제발~ 내가 짐작하는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죠~~!!
얼마나 빌고 빌었던지.... .
하지만.. 그 망할 순간이 닥쳐왔습니다.
누군가 그 작은 찻집의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우리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곧 그녀와 저 사이에 우뚝 서더니....
잠시 망설이다....
그녀 곁에 앉았습니다.
제 멋대로 날아가려는 주먹질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어금니를 어찌나 깨물었는지....
뚜드득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토록 나를 사랑해 주었던 그녀에 대한 예의였고....
스스로 존중받아 마땅한 나에 대한 예우였습니다.
변명들을 듣는 내내....
변명들을 다 듣고 나서도....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가슴이 아픈 건....
그녀의 병적인 심리적 증세(?)였습니다.
심리학을 전공중이던 그녀에게는....
흔히 Hamartia라고 불리는 묘한 피해의식들과....
스스로를 옭아매는 함정적 요소들이 즐비했었습니다.
Hamartia!!
비극을 피할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성격적 결함을 일컷습니다만....
더 나아가 비극에 동지애를 느끼는 처연한 성격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불쌍하고 힘겨운 사람을 그냥 치나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그와 자신을 동일시까지 한다는 겁니다.
제 경우엔 좀 다른 양상으로 변질되었지만....
구구절절 지껄여 대는 그들의 구질한 결론이란..... .
나 넘은 그녀가 없어도 잘 먹구 잘살 수 있지만....
그 모지란 쇄리는 자신이 없으면 안됀다는 군여.
3류 소설이나 4류 로맨스에서 써먹던 잡대사를 감히.... ㅠ_ㅠ
그때 난.. 도저히 그녀를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상식으로는 말이 않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간단한 이유입니다.
그게 바로 그녀였다는 거져.
거기에 상식이니 이유니 명분이니 따위를 끼워 넣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그 날....
쉽사리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난....
그 자리를 외면한 채....
동부이촌동에서 한남동 숙소까지 터덜터덜 마냥 걸어왔습니다.
마치 하반신이 마비된 느낌뿐이었습니다.
내가 지닌 사랑의 무게 때문에 다리가 너무 무거웠으니까여.
그리고 두려웠습니다.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열심히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해서....
그때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여.?
숙소에 다다라....
온갖 상념에 떠돌다....
꾸깃한 담배갑에서 마지막 담배 한대를 피우곤....
다시 길을 나섯습니다.
한남동에서 동부이촌동 그녀의 집까지.... .
아직은 한기가 스미는 초봄....
새벽 찬 바람을 가르며....
그녀 방이 보이는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겁니다.
- 뚜루루롹~ 뚜루루롹~!!
몇번의 신호음이 이어지고....
반갑게도 그녀방에 불이 켜집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옵니다.
- ....오빠가 한가지만 물어볼께. ....진지하게 대답해 줘.
- .....네.
행여.. 울음 섞인 목소리가 건너갈까....
얼마나 마음 졸였던지....
- 처음 나를 만났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었니??
- ....네.
그녀 목소리는 벌써부터 떨려오고 있었습니다.
- 지금 그 사람을 만나면서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니?
- ................네.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손가락질 하지 마세요.
사랑은 원래 그런 겁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에게는....
곧 그렇게 생각이 바뀔거라는 걸 미리 귀뜸해 드립니다.
- ....오빤 언젠가 미애가 꼭 행복해 질 거라는 걸 믿는단다.
단, 운명 따위가 아닌 미애가 미애 자신을 믿을 때 말이야. 행복해.
바보스럽게도 울음이 터질까....
서둘러 수화기를 내려 놓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뒷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벌린 양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었습니다.
꺼이~꺼이~ 목놓아 울기 위해섭니다.
잠시 후....
그녀 집의 대문이 요란스레 열리며....
무언가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와....
바삐 뛰는 발걸음 소리가 새벽 찬공기를 가릅니다.
- 오빠.. 오빠.... .
미친듯한 달음박질로....
그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공중전화 부스는....
이미 그녀도 잘 알고 있는 곳이므로.... .
지난 가을....
늦은 시간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는 그녀를 위해....
몇편의 시를 읽어 주던 곳이었습니다.
유난스레 그녀가 그리워....
창밖의 별을 보라며....
싸구려 폭죽을 몇 방 날린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날은 가는 비가 흩날렸었으니까여.
지금도 나는....
그때 그녀가 왜 그런 모양새로 나를 찾았는지....
또 나는 왜 그토록 애절한 목소리로 날 부르는 그녀를....
애써 외면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 뒤로 나는....
부질없이 시간에 기대어 살았습니다.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든 봄을 지나....
느닺없이 최후를 맞은 여름을 보내고....
황금빛 가을을 뒤로한 채....
위태롭게 자란 코스모스와 짙은 향이 흘러 넘치는
야생국화의 군락을 흐트려 트리지 않으려 마음 졸이며....
온통 산책으로 얼룩진 겨울을 맞았습니다.
그리하여....
나비가 계절의 변화를 슬퍼하지 않듯....
나역시 사랑의 변화를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번 깨져버린 사랑은 그리 쉽게 붙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여.
게다가 그 날카로운 조각에 언젠가 상처를 입기 마련이니까여.
암튼.. 격조 높은 관조나 승화 따위가 아닌....
볼쌍 사나운 체념의 경지였습니다.
그렇듯....
또 한 번 어지럽고 숨 막히는....
젊은 날의 내 사랑이....
내게 날카롭게 등을 돌렸지여.
향기방님들~~!!
한참후에야 느낀거지만....
인생은 결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랍니다.
다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여.
그처럼 사랑도 사랑하기 위한 사랑이 아닌....
단지 사랑에 의한 사랑인 것이지여.
그 단순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 당시의 서툰 제 사랑에서....
이제 짙은 아쉬움과 깊은 회한을 느낀다면....
지나치고 값싼 감상일까여??
지금....
몹시도 아끼던 포도주 한 방울을 흘린듯한 허무함이....
전신을 쓸고 지나칩니다.
잡-_-글이랍시고 길게 쓰다보면....
그 마침점에 이르러 곧 잘 느끼곤하는....
어설픈 작가정신(?)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여.
실상.... .
누군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한....
세상에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순환하듯 돌아가는 것 뿐이겠지요.
숨 가쁘게 탄생한 아침이슬이 이내 공기속에 섞이는 것처럼....
그리고 잔뜩 물기를 머금은 그 공기가 다시 찬이슬로, 잔 비로....
창연히 흩뿌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듯....
마음속에 긴 기다림이 있는 한....
우리는 아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꽃들 조차 다시 돌아오기 위해 그렇게 서둘러 떠나는 것일테니까요.
PS - 어제....
이 사건의 장본인인 친구넘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지금은 대천에서 작은 개인병원을 열고 있는 넘인데....
수 삼일전 그녀가 찾아왔었다고 하는군요.
다행히 병치례로 온건 아니었다고 미리 말해주더군여.
어디서 들었는지 오래 전 제가 겪었던 불행한 얘기들도 소상히 알고 있더랍니다.
그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이쁜 아이가 둘이나 있답니다.
퍽이나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전 그넘이 전해 준 저 말을 믿지 않습니다.
그넘의 따뜻함과 배려를 너무나 잘 알고....
그넘 또한 절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고마운 넘입니다.
또 가슴이 아려옵니다.
저넘이 제게 저런 거짓말을 들려줄 수 밖에 없을만한
슬픔과 어려움이 전해져서 일 겁니다.
그러나 비록 내 인생 최후의 날에 칫솔 하나 달랑 남기고
그렇게 떠난다 해도 이 또한 있는 그대로의 제 책임이겠지요.
그렇기에....
오늘 전 제 자신에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
여러분들은 과연 어떤 모습이신지요??
멀리서....
칭구를 기다리고 있는 묘지였습니다. (__*)
|
첫댓글 과연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이었는지,,,저도 시방 그 큰 숙제로 잠 못들고 끙끙거리다가 컴 앞에 이렇게요,,,진정 소중하다고 느껴왔던 사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은,,묘지님의 글 속에서 스캔빨나는 그 분의 말씀처럼,, 내 안에 또아리를 틀고 사는 성격이 아닌지라,,,이 또한 지나갈뿐이라,,,감사합니다
새벽녁까지 계셨군여^^ 복날입니다. 맛난 보양식 드시구.. 행복하세요 향기님^^
사랑,,,,다가온 여인,,,그러나 ,,받아줄수 없었던 상황,,,,,,,,,,,이었군요,,,,,,,,,,,,저에게는 왜,,,그런 수수하면서도 ,,은은한 여인의 사랑이 ,,찾아 들지 않았는지 ,,,그것도 ,,비극이 아닐런지 ,,,,비극은 두가지만 아닌것같네요,,첫쨰 사람을 잃는 비극,,두번쨰,,사람을 ,,,만나는 비극,,,이라 했는데,,,,,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전 그렇게 믿어여.^^ 단지.. 흘려보내셨을 뿐이겠져^^ 맛난 보양식 드시구.. 오늘도 존 하루요^^
흠....한편 드라마 잘 보구 갑니다.. 비가 제법 오네여. 비조심 차조심.!!!~ 후다다닼.,ㅡㅡ,.ㅡ,.
하요^^ 올만입니다 송파님.. 여전히 바쁘신듯 ㅎㅎ^^ 건강하셔여^^
잘읽고 갑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은 기분이네요
(__*) 찾아주셔서 ㄳㄳ^^ 이른 시간에 오셨었군여^^ 바지런하신듯^^ 알져? 오늘도 존하루여^^
묘지님께 다가왔던 사랑의 이야기 정말 영화속의 장면처럼 스칩니다,, 글쎄요,,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아닌 내주위의 사람들에게내 모습이 비춰질지...
글에는.. 평소 그 사람의 생각 사상 행동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때문에 평은님 글을 보면 어떤분인지 대충 짐작이 가져^^ 조용한 아침,, 소박한 일상..겸허한 마음.. 등등이 보입니다.^^ 존하루여^^
묘지님의 아련한 단편글을 읽고 나또한 삶의 한페이지를 기억해봅니다. 사랑의 진지함,삶의 숙연함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과연,내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나뭇잎새 일렁이는 바람에게 물어 봅니다.
지나치도록 진지하게 살진마시길.. 지나친 진지함은 간헐적으로 우릴 숨막히게 하거든여^^ 누군가에게 기억되는한 우린 아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영원히.. 설화님도 누군가에겐 무척 소중한 존재이실겁니다. 존 하루여^^
나의 옛 추억 첫사랑이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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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깡미님 첫사랑.. 언제 한 번 들려주시기를..^^ 초복입니다. 보양식 잘 드시길~~!! ^^
묘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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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글을 읽고 있슴
잘 표현하지 못하는 내 맘을 잘 표현해 내는 이런 느낌 있죠
하여간 누군가가 사랑은 흐르는 것이라고 하더니만....지난간것은 그리워지는 것이다. 지나간시절의 나에대한 온갖것들이 그립고 ` 그시절에 같이했던 그사람,그추억들 , 그기억들......얼마나 더 간절 할까요
이렇듯 물흐르듯 써내려간 이야기에 숨을 멈추고 읽었네요
그렇듯.... 마음속에 긴 기다림이 있는 한.... 우리는 아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들 조차 다시 돌아오기 위해 그렇게 서둘러 떠나는 것일테니까요.
글이 길어지면 항상 걱정이 앞섭니다. 과연 이 긴 글을 다 읽어줄까 싶어서여. 태양님 처럼 꿋꿋이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버젓이 길게 쓰나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여. 진주 남쪽이라 비 피해 없으신지 걱정입니다. 건강하세여^^
너에게 편지를...향기방에 머물면서 추억을 공유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억의 사랑이야기는 있을 것입니다...어떻게 어디에서 그 사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가가 중요하지요...묘지님에 사랑의 긴글을 대하였네요...고맙소...비오는 초복날 댓글이 늦어 미안합니다...오늘도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내.. 오늘도 훌륭히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__*) 추억의 공유.. 늘 바라는 마음이지여^^ 매번 말씀드리지만.. 건강하세여. ^^
행복은 만드는거겠지요. 묘지님 칭구 기다리시면서 내려 놓을 수 있는 추억이 무슨 소설 같아요. 만나면 헤어지고 오면 가야하는게 이치라고 하더군요. 좋은 날 만드세요
또 멀리서 찾아주셔서 ㄳㄳ^^ 행복.. 늘 손에 잡힐듯 잡힐듯 멀어지곤 하네여.^^;; 타고난 복이 이 정도인듯.. 오래전 뮌헨에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이젠 아~련~ 하네여 ^^;; 오늘도 행복하세여^^
바닷가 몽돌이 잘다듬어진 이유는 수없는 밀물과 썰물의 오랜시간 기다림이고~모가난 돌맹이는 정으로도 깍지못한다...여자는 가꾸면 가끔 만큼 아름다워 지는게 사실이고...남녀가 둘이서 사랑하다 헤여지면? 남자는 곧 애인을 사귀여도 ...여자는 헤여저 다른 남자를 사귀여도 옜날 남자를 그리워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자는 헤여진 여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도둑놈 소리를...묘지님! 3류소설이고 4류소설이고...학창 시절엔 누구나 한번쯤 그런기억? 추억? ..묘지님의 대학시절은 아름답게 보낸것 같아요 이젠 추억 저편에 있겠지만...명에를 얻잖이 사랑이 울고.사랑을 얻잖이 명예가 울고...
고맙게도 또 장문에 댓글을..^^;; 묘쥐는 본디 명예나 물욕이 별로 읍는넘입니다.^^;; 그져 흐르듯 자연스레 살고 싶어여. 그러다보면 문득 인생의 비밀 하나쯤은 깨닫기도 하겠져.^^ 오늘도 행복하세요 백산님^^
바닷가몽돌
몽돌을 보고 만들어진 핸드폰 요즈음 사랑을 받는다지요...어저면 사랑에 대하여 이리도 박식하오....저는 고저 
그렇고 그렇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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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행복을 담보하기 위해 살기보단 현재의 행복을 더 즐기란 말이져ㅎㅎ^^ 사랑하기 위해 사는것도 좋을듯 싶네요.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지만 아무나 사랑하지는 못하잖아여.^^ 저도 범인이기에.. 현자같은 현답은 기대하지 마시길^^;; 행복하세요 반달님^^
옛사랑..첫사랑의추억은..아름다운것.
하요^^ 사슴님^^ 저도 낡고 오래된 것들의 힘과 저력을 믿는편입니다. 옛사랑.. 이문세씨 노래 "옛사랑" 이 문득 듣고 싶네여^^ 저녁입니다. 푸근한 밤 되세요 사슴님^^
우선 님의 아름다운 필치로 .. 단어 , 한귀절마다 매력이 넘칩니다 ..예리한 판단 ,한편 유머스럽기도하면서 감동적인 문장에 흠뻑 취해봅니다 , 어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나요 .. ^^
이야기속 님을 향한 마음은 .. 공부 , 직업 때문에 타이밍이 안맞아 소홀히한 부분을 발견할 수도 있네요 .. 나중에야 비로써 님을 향한 마음이 짙게 나타나는 듯 , 암튼 당시 타는 가슴 진정시키느라 고민도 컷겠습니다, 추신에 나타나는 소문은 더 가슴아릴것 같아요 , 다 지나간 추억 , 마음을 다시 추스려보심이 ... ^^
늘 지나친 과찬.. 쑥스럽습니다.^^;;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에 살아선지 인연이란 참 알수없다는 생각뿐이네여.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잠시 옛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갈증나님 늘 건강하시구여^^ 또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