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되어있는 시대, 남에게 편지 한 통 쓰는게 요즘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더더욱 자판에 올라와 있는 손이 어색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유리님과 별 연고도 없는 사람이고 그래도 한 번 연고를 찾아보자면 같은 싸이월드 클럽에 가입이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뭐 요즘 인맥 클럽이 많아졌다는데 사실 저는 친구들 빼고는 사회 인연 잘 안믿는 터였지만 하도 초대 글이 많이 와 한 번 초대에 응한 클럽이었죠.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얼마 전 유리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냥 그땐 탤런트 한예슬을 닮았구나... 라고 밖에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버렸습니다.
저는 원래 저희 농구팀 사이트 외에는 잘 안들어가는데 웬일인지 계속 이 사이트만 들어가 유리님 사진만 보게 된 겁니다.
정말 이상하죠? 참 제가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일이에요.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가만~~히 사진만 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네, 정말 이상한 일이죠.
그래서 신중히 생각한 끝에 이렇게 쪽지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일촌이 아닌 사람에게 이렇게 쪽지를 보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는 더더욱요..
무엇보다 얼굴도 예쁘셔서 인기도 많으시고 저같은 남자들이 하루에도 열번씩 만나달라, 이쁘시다 하고 아부 떨 것도 같은데 그런 사람들과 같은 치로 생각될까 불안하기도 합니다. 맹세코, 싸이월드라는 것을 하게 되면서 이런 고백을 해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내도 좋아하는 감정이 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말들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어이없다는 것까지도 잘 압니다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무례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고 있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다만...
저는 맘에 드는 이성을 보았을때 그냥 지나쳐버리고 후회하는 바보같은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한 번 꼭 연락하고 싶습니다. 믿음이 안가시겠죠... 그렇지만 제가 좋은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실 수는 없을까요?
그런 의문 가지셨으리라 생각해요. 어떻게 사진만 보고 이런 쪽지를 보낼까, 경솔한 사람이 아닐까...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 외모에 끌린 것이 사실이지만 그냥 홈페이지를 보고 있노라면 좋아지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는 광고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인지라 글에 굉장히 민감한 편인데요. 흔히들 사랑, 이별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허튼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에 질려버린 저인지라 진실이 담긴 글귀들이 무척 좋은 느낌으로 와 닿았습니다. 꾸밈없고 진실된 모습에서 유리 님에 대한 느낌이 더 확고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냥 하루 종일 유리 님 홈피 띄워놓고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일도 잘돼요. 거짓말인 것 같죠? 하지만 모두 진짜랍니다.
다만 이런 얘기들로 제 마음을 표현하기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너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 대해 궁금하실 줄로 압니다. 뭐하는 사람이기에 저러나...
저는 뭐 평범한 사람이구요. 간단한 프로필을 읊어보자면 스물 여덟에 집은 송파 살고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금융업에 계신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 기정 사실화 되었지만 어렸을때부터 프로듀서가 꿈이었던 지라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번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일로는 Y-3 같은 운동화를 파는 멀티샵을 오프라인에서 운영 중입니다. 키는 183 군대 참 빡신 곳으로 다녀온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이며 운동화와 패션을 좋아하지만 된장남과는 거리가 멉니다.ㅡㅡ;
무엇에 이끌려 이렇게 주절 주절 써나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확실한 건 제가 유리 씨를 '좋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얼굴도 한 번 못본 사람을 어찌 무턱대고 좋아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쪽지 보냅니다. 언제 유리 씨와 맛있는 저녁 식사 한 번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하거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아낄 수 있는 사람이고 대외관계 원만하고 남에게 해 안 끼치고 제 꿈 소중하게 지켜가는 그런 사람입니다.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연락처를 남길까 하다가 아무데나 연락처 흘리고 다니는 녀석으로 보일까 싶어 네이트온 친구를 신청하고 갑니다. 행여 자주 로그인하실 형편이 아니라면 답쪽지를 부탁드립니다.
내일 저는 하루종일 유리님에게 쪽지가 올 지, 안 올 지, 온다면 무슨 내용일지 너무 가슴 졸일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제 부탁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전부는 아니지만 저란 사람의 모습이 제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로 저를 다 표현할 수도 없고 어떤 일정한 이미지만 보여진다면 억울할수도 있지만 방문해주시고 혹 제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시거들랑 연락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그렇듯 사랑에 상처받고 아픔을 겪고 그랬던 사람입니다. 못난 탓인지 그래서 이제 누구에게 빠진다거나 내 모든 것을 바쳐 그 사람을 사랑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라 다짐했어요. 실로 나이를 먹을수록 누군가를 만남에 있어 계산적이 되더군요. 그런데...
결국 이렇게 한 눈에 반하는 일이 생겼네요. 정말 생소하네요.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너무 오랜만이라서 말입니다.
<답장1>
우아 잘 읽었어요 제가 머 그리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저녁 먹죠 영화도 한편 볼까요?
ㅎㅎ 저도 수 많은 쪽지를 받아봤지만 그쪽처럼 길게 써준 사람도 진심으로..말하던 사람도 없었던 거 같은데효?
괜히 그쪽으로 끌리는 데효
제가지금많이힘들때라..남자친구랑헤어지고 ㅠ_ㅠ
한번뵈효~전번남기세효~
<답장2>
글 잘 읽었습니다
그쪽 홈피를 대충 보아하니..
XXXX인가? 거기에서 제사진을 보신거 같네요..
저 그클럽 가입하자마자 얼마안되서
탈퇴했거든여,..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온라인상에서 만남은 하지 않습니다.
요즘 제가 논문때문에 스트레스와 건조한정서에 지쳐가는 있는중에 그쪽의 긴 글을 읽고 간만에 좀 웃었답니다..ㅋㅋㅋ
가볍지 않은글 .. 감사합니다
온라인상 친구는 어떨런지요~
ㅋㅋ
(그렇지만 이 분은 작년에 만났던 저의 엑스 걸프렌드라죠ㅡㅡ;)
<답장3>
반가워요~
쪽지에서 진심이 느껴졌기에
이렇게 답쪽지를 보냅니다.
하하 정말 취향이 독특하시네요~
제 사진을 자꾸 보고 싶으셨다니.. 저 완전 사진발인데..ㅋㅋ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
진실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는것도 복이겠죠?
좋은 친구해요~ 소개부터 할까요? 전 인천살고 26이고, 유치원 교사랍니다. 님은?
이렇게 대화하다 보면 친해지겠죠? 그럼 그때 자연스럽게 연락해요~^^
아참, 아부성 쪽지 많이 올꺼라 하셨죠? 다 겉모습만 보고 그런거잖아요.. 사진발인데.. 후후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해야되나?
더 외로운법.. 헤헤
뭐 하여튼 감기 걸려서 오늘은 일찍 자려고 잠깐 들어왔는데
님 쪽지 읽고 바로 보내는거예요~
오래 기다리시지 말라고..^^
편안한 밤 되세요~
<답장4>
길디긴 쪽지를 이제서야 읽었어요.
음 머랄ㄹ까..
저는 솔직히 모르는 분들의 쪽지는 잘 씹는데..
XX님 쪽지는 씹을수가 엄네요...
지금 제가 술을 먹어서 길게는 몰겟고
암튼
친해집시다.
(하루 1800명이 오다니는 인기 홈피더군요)
*결론
~ 하도 수많은 남자들이 오가고 껄덕대고 찝적대고 하다 보니 평범한 방명록과 평범한
멘트로는 애프터를 도저히 끌어내기가 힘든 곳이 싸이월드입니다.
다만 이런 방법을 쓰신다면 굳이 네이트온으로 겁나게 작업하고 몇 시간 동안 달래고 얼르고
힘들게 친해지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상대방의 호불호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고
나란 사람의 PR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지... 까지도 확실하게
표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홈피에 잘 나온 사진도 좀 있고 괜찮은 모습도 있어야겠죠. 그래야 피드백이 오기가
한결 수월할 겁니다.
위엣 케이스는 제가 솔로였을때 한 번 써본 방법인데 20명 정도에게 보낸 바 있고
17명에게 답쪽지를 받았고 그 중 3명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어서 중도 포기하였고 나머지
14명 중 12명과 연락처를 교환했고 10명과 만났으며 그 중 싸이월드에서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7명의 여성을 제외한 3명에게 고백했으며 그 중 2명과 교제하였습니다.
시작이 반인데, 시작이 별로였으므로 앞으로 더 열심히 하셔야 겠습니다. 언제 한 번
진심이 가득 담긴 멘트들로 상대방을 감복시켜주시길 바랍니다.
Tip. 나이트 클럽에서 그냥 놀러온 여자보다 푸싱으로 들어온 여자가 까다롭듯이
싸이월드에서 오만 남자 다 오가는 여자들도 좀 까다롭긴 합니다. 대상을 잘 공략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예 안되는 건 아니지만 자기 PR하는 쇼핑몰 운영자들은 되도록 피하심이
좋고, 클럽에 자기 사진 옴팡 올려대는 여자들도 피하시는게 시간 낭비하지 않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예컨대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다소
환영하는 듯이 전체공개로 사진 여러 장 올린 쪽은 피하시고 한 두 장 정도 올린 분 중에
일일 방문자 수가 50~200명 사이가 좋습니다. 본인이 기독교 인이라면 신앙있는 여자분께
역쉬 솔로부대장 이십니다..
그러면서 여성을 안심시킨후 접근하기...ㅎㅎ
위분들은 희생양..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