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at Fields with Auvers in the Background, 1890, oil on canvas
테오에게...
편지와 동봉한 50프랑 수표 고맙게 받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그럴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온통 그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고 존경했던 화가들처럼 잘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있으니, 오늘날 화가들이 점점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 그런데 화가 공동체를 결성하는 게 유용하다고 화가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사라진 것이냐? 하긴, 공동체가 결성되더라도 다른 화가들이 파멸한다면 그 공동체 역시 파멸하게 될 테지. 어쩌면 너는 몇몇 화상들이 인상파 화가들의 편에 서서 함께 할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길지 않을 게다. 결국 개인의 노력은 별로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이미 많은 일을 겪었는데, 정말 이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고갱이 브르타뉴 지방에서 그린 그림을 보았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그린 다른 그림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봉한 것은 도비니의 정원을 소재로 그린 작품을 다시 스케치한 것이다. 내가 가장 세심하게 생각해서 그린 작품 중 하나다. 이엉을 인 지붕과 비 온 후의 광대한 밀밭 정경을 그린 30호 크기 그림 두 점도 대략 스케치했다.
1890년 7월 24일
■ 테오가 받은 고흐의 마지막 편지로, 테오는 이 편지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첫댓글
요즘은 온통 그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