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사회과학연구회와 (재)영도육영회가 주최하고 ‘이코노미21’과 ‘동향과전망’이 주관하는 심포지엄이 지난 10월 18일(금) 오후 3시 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현재 세계는 대혼란 상태에 있다. 한국도 전쟁의 시대, 침체와 분열의 시대를 대면하고 있고, 정권은 내적, 외적 붕괴 상태로 치닫는 중이다. 그런데 정치적 혼란 이후 어떤 질서를 세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이에 학술지 <동향과 전망>와 정책시사경제지 <이코노미21>은 대내외적 대혼란에 대응하는 체제적 비전으로서 '새 공화주의(New Republicanism)' 대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새 공화주의'는 로마 전통을 재해석한 '신공화주의(Neo-republicanism)'를 다시 한번 쇄신하여 세계-한반도-한국에 적용해보자는 주장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새 공화주의'에 입각한 지정·지경전략(한신대 이일영·강원대 정준호), 남북관계(북한대학원대 구갑우), 정치개혁(서원대 교수 정상호 56회)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안병진(경희대)의 사회로 김태경(국회미래연구원), 김양희(대구대), 안성용(한국사회과학연구회), 임채원(경희대) 등이 새로운 공화주의 대안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이일영·정준호는 글로벌 공화주의에 입각한 지정·지경전략을 논의한다. 글로벌 공화주의 흐름은 세계화된 일국 공화주의, 국가·지역들의 연방-공화주의, 코스모폴리탄 공화주의 등으로 나타난다. 동아시아 협력론이 위기에 처한 속에서, 글로벌 공화주의는 세력권 경쟁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공한다. 글로벌 공화주의의 지정·지경전략은 국가의 주권·자립성을 제고하면서 글로벌 위험을 관리하는 비지배적 경제안보, 네트워크형 국가연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글로벌 질서에 대한 핵심 전략으로, 한국-인도네시아 국가연합을 네트워크형 중간지대를 형성하는 출발점으로 하면서, 여기에 남북 국가연합 형성의 계기를 탐색·결합하는 방책을 제안했다.
구갑우는 신공화주의의 규범적 이상인 ‘비지배(non-domination)로서의 자유’가 ‘한반도 시공간복합체’에서도 실현가능한 기획인지를 물으며, 일국적 차원의 정치철학적 기획인 비지배 자유를 국제적, 한반도 수준으로 확장하고자 시도한다. 그는 한반도 시공간복합체에서의 비지배 자유를 ‘비지배로서의 평화’, ‘비지배의 시공간으로서의 한반도’로 번역하고자 한다. 극단적 폭력으로 타자/타국을 지배하고자 하는 전쟁의 시대에, 최악의 한반도 사태인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지배 평화, 비지배 한반도가 한반도의 구체적 맥락에서 실천의 지침을 할당하는 ‘규제적(regulative)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상호(56회) 동문은 한국에서의 공화주의 이론적·제도적 모색에 대해 비판적 논의를 펼다. 최근의 진보·보수 진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념·원리보다 정치·정책 지향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처방적 공화주의(prescriptive republicanism)’라고 지칭한다. 특히 개헌을 전제로 한 처방적 공화주의의 문제점은, 촛불을 비롯한 시민적 공화주의의 민주화 역사를 부정한다는 점, 공화주의에 대한 강조가 민주주의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가 제시하는 공화주의의 발전 방향은, 개헌이 아니라, 첫째 ‘공화주의적 시민교육’, 둘째 선거, 정당, 의회의 다양성과 대표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치개혁, 셋째 사회적 시장경제와 기본소득 등 경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