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년 7월, 캔버스에 유채
*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이 그림을 남기고 고흐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테오에게...
다정한 편지, 그리고 50프랑 고맙게 잘 받았다.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지만 다 쓸데없는 일이라는 느낌이 드는구나. 그 사람들이 네게 호의적이기를 바란다.
네 가정의 평화 문제에 대해 나를 안심시키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그 화복을 봤으니까. 4층에 있는 집에서 사내아이를 기르는 일이 제수씨뿐 아니라 네게도 힘겨운 일이란 건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잘 되고 있으니 내가 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겠니? 침착하게 사업 얘기를 나누려면 시간이 좀더 지나야 할지도 모른다.
화가들은 무슨 생각을 하든, 돈 이야기는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그래, 정말 우리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랑하는 동생아, 내가 늘 말해왔고 다시 한번 말하건대, 나는 네가 단순한 화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너는 나를 통해서 직접 그림을 제작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도 그 그림들은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상황에서 너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죽은 화가의 그림을 파는 화상과 살아 있는 화가의 그림을 파는 화상 사이에는 아주 긴장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서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그런 건 좋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너는 사람을 사고파는 장사꾼이 아니다. 네 입장을 정하고 진정으로 사람답게 행동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도대체 넌 뭘 바라는 것이냐?
■ 이 편지는 7월 29일 고흐가 사망할 당시 지니고 있었던 것인데, 그동안 그가 쓴 마지막 편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1890년 7월 24일 이전에 씌어진 것으로 내용이 너무 우울해서 부치지 않았다고 한다.
첫댓글
【 까마귀가 나는 밀밭 】
부치지 않았던 편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