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막둥이 동상네 집에가서 하루 묵고왔네요.
꼼쳐놓은 돈으로 집을 장만했다고 해서
저의 강압에 못이겨 집들이를 한다꼬 식구들을 초청을 했던거지요.
아니 집을 샀음 말야 당연히 집들이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얄미운 시누이 호들갑에 울 올케 마지못해 그람 다들 오시셔요~~~
덕분에 친정집 식구들 죄다 집합했었지요.
울 이서방.....직접 차끌고가기는 넘 먼거리라고 열차를 타자하네요..
이런제길...........여게서 대전까지 1시간이면 족하거늘...
헐수없이 기차 시간 알아놓구 친정어무니한테 전화해서 이러저러하니 모두다 함께 열차타고 가십시다...했지요.
울 엄니...그러마라고 하면서도 뭔가가 약간은 시무룩한 목소리기에
우째 그러시냐하니깐
짐이 많다네요... 그럼 그렇지요... 울엄니 성격에 그냥 빈손으로 털레털레 가실분이 아니죠..
그래 뭘 장만해가꼬 들거 가실거냐고했더니
메뉴가 좔좔좔 나오네요...
추어탕 끓여서 찜통째 들고가야제.홍어채무침 했제,쇠머리떡해놨제.서울 큰아들 오믄 줄라꼬 시래기 삶아가제 콩 가져가제
찹쌀가져가제 조청 가져가제 식혜해놔서 주전자째 들고가야제.....
보나마나 양을 가름해봐도 낑낑대고 들고갈 양으로 준비하셨을게고....
이서방한티 작전들어가기 시작함돠~~~
여봉야~~~ 우리가 쪼메 더 고생스럽기는해도
어른들이 저래 준비해가꼬 자식들 입에 들여보내줄려고 준비를 하셨는가빈디
고거 낑낑대고 열차탈라믄 시골서 완행버스타고 20분거리 가야지...
거기서 또 시골의 역전으로 갈라믄 보나마나 택시를 타실분들도 아니고 낑낑대고 들고가실건디
우짜겄어요... 우리가 움직여봅시다.
고속도로서 차운행할때 젤루 갓길에서 시나브로 달리믄 되지않겄능가요...
글고 네비양이 갈을 꼼꼼하게 알려줄터잉께 우리 그리해보십시다...
아이고.....친정 부모님을 뫼실라니 이래 있는아양 없는 아양 다 떨어야하니...
한참을 고민하더만 어디 움직여봅시다...그까잇것 뭐 달리기 아님 멈추기겄지 뭐....
부모님께 사정 야글 하고 지둘리시라니 이서방이 피곤혀서 워쩐다냐...그람사 우리야 편하게 갈거신디..
그리하여 시골로 가서 부모님 뫼시고 다시 대전으로 씽씽 달렸는데...갈만하더만 디게 겁먹기는...ㅉㅉㅉ
동상집에 들어가 이리저리 귀경좀하고 거실에 앉아있을려니
쇼파 정면으로 보이는 앞부분이 뭔가가 요상타.꼭 뭐가 빠진것같다...했더만
이 녀석들좀 보시게나... 어느집이나 마찬가지일 거실에 티브가 있어야할자리에
책장으로 수납공간을 만들어놓고 온갖 책들로 꽉꽉 채워져있네요.
이런손........
지네들이야 습관이 되어버려서 괜찮을터이나 여기 시골서 올라오신 어른들을 우찌해야합니까...
그 시간대엔 아직 서울에 있는 자식들도 다 오지않는 상태였고
우리 내외 친정 부모님 그리고 동상네 식구 서이...
동상네야 지들이 알아서 움직일테이지만
거실에 앉아있는 이 시골스런분들은 어떤 자세도 없이 멍~~~~허니 앉아서 천정 전구들만 한번씩 쳐다보고
베란다 밖만 한두번 구다보고
괜시리 화장실만 들락거리시고
로봇청소기의 움직임에 신기해서 하하하 웃으시더만 것두 쫌있으니
시끄럽다고 끄시라 하고....
티브없는 효과가 대단히 크더만요.
울 엄니......오널이 토욜이니껜 뭔 연속극헐거신디...
헐수없이 핸드폰으로나마 보시라고 켰더니 아이고...눈 아퍼서 못보겄다 야....꺼라 꺼...
호랭이무르갈 테레비를 왜 없앴댜... 심심혀서 워쩌께 살라꼬.....
심심하신건 당신일건데요...ㅋㅋㅋ
책장을 가만 보니 사진전 책자들이 많데요.
울 올케가 사진찍고 댕기는 찍사쟁이거덩요...
지꺼 출품작들이 많이 실려있다고해서
온식구들이 밥 시간 지들리며 책자들을 한장 한장 넘겨가며 나름대로의 평가도 내려보고...
성질급하신 울 아부지..
야 야~~` 며누라~~~ 니꺼 사진은 어데가 실렸냐...
부엌에 있던 울 올케.....찾아드릴께요..후다닥 책장을 넘기더만
여깄네요..아버님 이게 제 작품이예요...
책을 받으신 울 아부지 한참을 들여다보시기에
우홋.....제법 감상을 진지하게 하신다...하구서
어디 저도 좀 보게요..어딘데요??
넘겨받은 그 책자에 실린 올케의 사진은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어느 여인네의 몸둥아리였던것이었던것이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올 누드 사진이란거죠....푸헐헐헐........
옆으로 뉘어진 여인의 자태가 제법 폼이 그려지겠지만도
얼른 지 작품이라고 찾아서 보여준 며느리도,며느리 작품이라고 진지하게 훑어보시는 시아부지도
얼굴에 주름한점 없이 맑은 표정이었습니다.
외려 제가 다 얼굴이 후끈거려서 얼른 닫아버렸더만
곁에 계시던 얼 엄니가 어데 나도 좀 보자........
난 가만 있는데 올케가 또 찾아서 펼쳐보입니다.
울 엄니 돋보기 너머로 책을 멀리두고 보시더만
이거시 어데 언덕이여~~~ 맨돌맨돌한 언덕배기만 찍어놨구만은 요런것도 책에 실린다냐....
푸하하하하.........맨돌맨돌한 언덕배기......
울 이서방 얼른 고갤 내밀고 쳐다보더만
야아~~~~~~~~~````쥑인다.....이 라인좀 봐아~~~ 한마디로 뿅 간다 가....크으~~~
이거 이거...장인어른 잠모님 앞에 모셔두고 사위란 사람이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이래 감탄사를 뿜어내니 어찌할꼬나......
옆구리를 쿡 찔르니.....뭐 어쩌간디...작품 좋다고 칭찬중이고만은...
부엌에 있던 올케 지 작품 잘났다고 칭찬해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나 봅니다.
시댁식구들 상차림이 더 없이 맛났을것은 당연하겠지요...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여...키히.
늦게 들어온 서울팀들과 합작이 되어 부어라 마셔라 하며
긴긴 겨울밤을 하얗게 지세우고 담날 전주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울 이서방.....
"어이.....테레비좀 틀어봐아........ 갸들은 (동상네) 무식허게 사는구만잉..."
첫댓글 언니 책임지셔요 제 배꼽 어디 간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한가해 지시면 곶감 번개한번 하셔야 겠어요
동생 집 장만하심에 먼저의 를곶감 번개도 좋지만 나는 다육이 번개
거실에 TV 있음 애들 공부 안한다고 거실을 책꽂이 짜 맞추어 책으로 가득 채운... 울 여동생이 좀 극성이거든요
원주에 사는데 그래두 친정 식구들 갈때는 꽁꽁 숨겨둔 TV를 내어다 준답니다.
고생하셨네요
감밭댁님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늘 행복해져요..웃음 바이러스 기부천사~^*
TV 대신 서재거실......부럽기도 한데 전 TV가 없으면 또 허전할 거 같아요.합니다. 부럽부럽
TV는 볼 것만 보고 꺼 두는 사람이지만 볼만한 다큐멘터리나 재밌는 드라마는
꼭 챙겨보거든요.
동생댁 새 집 장만
나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 다 제각각이군요. 부모님의 반응 또한 아주 세련됩니다요.
글읽다가 웃었습니다. 오늘 웃을일 없었는데, 덕분에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