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란 이성이 전혀 눈치 체지못하는 전혀다른 또하나의 이유다-
-줏어들었음-
눈알 부라리며 다그치던 송아지 원장님의 협박이 있은후 한달가량은 나름 절제를 했었고 결과또한 고무적이었다. 일상적인 설사가 멈춘듯했고 생체리듬이 경쾌해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라 다잡아 표현할수는 없지만 그냥 편해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얼마안가 예전의 리듬을 타기시작했다. 일주일에 소주 열병쯤 마셔주는 규칙적인 생활로의 복귀 였다.
의지박약, 이토록 가혹한 장애가 또있을까...나는 중증장애다. 정많고 성숙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손길을 기대한다. 내친김에 계좌번호 올릴까했지만 그러지 않기로한것은 계좌로 날아들 돈보다는 우리집 창문으로 돌이 날아들 확율이 훨신 높지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다.
9월 2일.
오랫만에 일찍 퇴근했다. 대충씻고 부분적 청소 약간, 그리고 컴앞에 앉아서 놓쳐서 보지못한 미드 다운 받고있는데 아우뻘되는 녀석에게 전화가왔다. 뻔하지 술마시자는 전화다. 오랫만에 즈네친구 세명이모여 어설픈 자리 깔았으니 부디 강림 하시어 은혜로운 복음 전해주시고, 어지러운 중생들에게 깨달음 얻게하는 눈높이 설법 배푸시며 복된자리 빛내 주시라는 신신당부다. 동기뻘 이거나 형뻘되는사람이라면 위계양 운운하고 엄살을 떨며 거절 할수도 있겠으나 아우뻘들에게는 차마 그러지 못한다. 까지꺼 강림해주자 싶어 강림했고 눈높이 설법 배풀며 술상수훈 으로 그들을 감복케 했으며 소주부움 축복으로 그들을 감읍케 했고, 막바지에는 바지주머니에 있던 종이 쪼가리로 칼국수를 만들어 모두에게 배불리먹이는 기적까지도 역사했다.활렐루야...!!!
9월 3일
쾌종소리에 눈은떴지만 몸이 말을 안듣는다. 6시 30분, 일어나서 출근준비 해야하는 시각이다. 벌떡일어나 변기에앉아 한대피우고 얼굴에 물찍어바르고 떡머리 물묻혀 교정하고 작은놈 깨워서 잔소리 해야할 시각이지만, 몸이 말을 듣지않는다. 출근 해야한다. 무슨수로?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어쩔까나..성실한 맘은 빤한데 튼튼한몸이 얼어죽었다. 출근포기, 작은놈 바락바락 깨워서는 버스타고 학교가라 윽박지른다.(회사와 학교가 같은방향이라 늘 테워준다)그러고는 뻗었다...
11시쯤되서는 불안해지기시작했다. 이나이에 회사 짤리면 어쩌누...가서 점심 챙겨먹고 일하는척 이라도하자 싶어 출근했다. 뭔일이 되겠는가. 사장님 보기도 미안하고 동료들보기도 무안스럽다. 그냥 게기는거다.
근데 오후 4시쯤? 또 술마시자는 전화다. 오늘 술자리 잊지 않았것지 하는 친구놈의 확인 전화다. 몆주전 친구놈이 퇴출 무수리 4명 모아놨으니 우리네명 모여서 보시 하자는 제의가 있었고, 나는 뿌리치지 못했다.보시 하자는 데야 어쩌누...나의 승락은 순수한 "선한 사마리안 정신"
중늙은이 남녀 여덟이모여 어우러짐이란, 고딕체의 언행으로 시작한다. 다음은 궁서체, 굴림체, 급기야는 형식과 격식이 실종되는 본능체..정점에 이르면 어떤 알수없는 출구를 발견하게 되고, 그 출구로 이어지는 웜홀을 통과해서는 다른 차원을 여행하게 된다.현실 굿바이,
9월 4일
여전히 괘종소리에 눈을뜬다.성실한 맘, 튼튼한몸, 운운할 입장이 아니다. 어제도 술독으로 지각했는데 오늘도 그러면 나름 평안했던 일상이 달라진다. 깡다구로 출근해야한다. 근데 머리맡에 휴대폰이 없다. 일단 작은놈부터 깨우고 옷을 챙겨입으면서 주머니 뒤졌지만 차키도 없다. 또한,지갑도 없다. 망연자실..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물어보고싶어도 전번을 모른다. 전화기 분실, 차키 분실, 지갑 분실,이 낭패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려면 뭐래야되나...그냥 좆된거다 시발...
일단 출근부터하자 싶어 택시 잡아타고 작은놈 학교앞에 내려주고 출근은했다. 뭔일이 손에 잡히랴. 어영부영 하고있는데 10시쯤됐나? 최과장이 자기전화기 건네면서 전화받아보란다. 받았더니 친구놈이다. 자기는 쉬는날이라 동상동 주차장에서 내차 찾아서는 강서체육공원 지하철역 주차장에 차와 헨폰 두고가니 찿아가라는거다 자기는 지하철타고 집에간단다. 내지갑 속에서 최과장 명함을 발견하고 전화 했단다.오!친구여!!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을 보고 미리안다. 녀석은 어릴적부터 남달랐다 내가일러주는말에 귀기우릴줄 알았으며 나는 그재미에 수시로, 틈나는데로 녀석을 가르쳤다. '참되거라' '바르거라'했더니 녀석은 기대에 어긋나지않고 훌륭하게 자라주었다. 택시를타고 강서체육공원역에 내차를 찾으러는 시간 내내 나는 보람찬 행복감을 느꼈다. 50년간 녀석을 키운건 팔할이 내다.
그건그렇고 어쩨서나는 술을마시면 절제가안되고 만취상태까지 이르며 또한 만취상대에 이르면 헐벗은 본능체가 되는걸까...그냥 쉽게 정리하자. 못배워먹어 그렇지 딴거 있것나.
일찍마치고 집에들었고 저녁하기싫어서 작은놈보고 아구찜하나 시키라그러고 잠시 눈을 붙인듯...작은놈이 깨우길레 일어났더니 아구찜이 배달돼왔는데 소주도 따라왔다. 우찌? 작은놈이 시켰단다. 꽤나 흐뭇한 표정이다 자기자신이 대견스럽다는듯이...그래 이놈아. 효자났다.녀석의 효성을 무시해서는 못쓴다싶어 어쩔수없이 소주병을 땃고 반병만 마시고자했지만 결국 다마시고 잤다.
9월 5일 일요일.
일찍자서그런지 일찍 눈을떴다.현관문앞에 웅성이길레 문을열어봤더니 옆집 니체형님 낚시가신단다. 따라나설까했더니 시간 맞추어놓았고 지금도 늦어 부리나케 가야하니 같이는 못간다는거다. 더럽고 치사했지만 내색은 안했다.
오전내내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다보니 허리가 아팠다.안되겠다싶어 낚시가방 꾸려서는 진해로 향했다.
뭔 조선소가있는 골목을 지나면 작은 포구가 나온다. 작년에 친구랑 같이 왔던곳인데 지명은 모른다. 만원을주면 사럄들 댓명 모았다가 작은섬에 떨궈주고 전화받으면 데리러오는 똑딱배를타고 쥐도리섬에 내렸다.낚시가방 열어보니 엉망이다.장대 목줄 새로갈고 갯지렁이 끼워서 물에담그고 닐대 바늘뭉치 달아서는 멀리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버너 불지피고 코펠에 물붇고 사리곰탕면 하나 너구리 반쪽 까넣고 끓였다. 소주한잔 하기 위해서다. 낚시해서 안주감 올라오면 회썰어 안주로 하고 마시면 무지 좋겠지만 그것은 낚시 막바지쯤이나 할수있는 일이고, 그리되면 운전을 할수없기에 그러지를 못하고 부랴부랴 라면을 담근것이다. 끓는물에 라면 담그며 잠깐 생각했지만 참 한심하다.안주가 션찮으면,시간이 안맞으면, 안마시면 될일을 궂이 마시려들까...바다에 나왔으면 술을 마셔줘야 한다는 비장한 의무감이 정서 어께를 짖누른다. 소주병을 따면서 문득 시간을 멈추고 나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서는 행위자인 나를 바라보며 탄식한다. 이 영혼은 날로 탁도를 더해가며 썩어가고있다.그러면서도 희죽거리며 웃는다. 마치,춘화속에서 교미의 자세를 취하며 쑥스러운듯 어색하게 웃고있는 화냥의 꽃년처럼...
참기힘든 존재의 가벼움이여, 어쩌랴..벼랑빡에 똥칠할때까지 살아야할 이유는 충분한가?
그렇지 않다면 눈물을 흩뿌리며 저 창으로 뛰어내릴 일이다. 하여...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스스로에게 입증할 일이다.후세에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남길일이다, 시발...!!!
2012.9. 경열.
첫댓글 경열 님께선 일기를 착실히 쓰시는군요.
저는 문학인 놈인데두 일기를 안 쓰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술을 평생 안 먹어온 저로서는 날마다 술 마신 이야기를 이해할 순 없지만
일단 술과 술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재미집니다.
저는 지병을 달고 빌빌골골로 살아왔기에 술과 댐배는 입에도 못 댔지만
내가 만약 건강한 남자였다면 저도 애연가에 애주가였을 껍니다.
왜냐구요? 우리 아바이가 충청도 시골 면 단위에서 소문난 애주가 였으니
그 DNA가 내 몸에도 실려있을 테니깐요.
날마다 쓰는 일기는 아니구요 걍 스페샬 입니다
특별한 기억이 있어 기록한겁니다
불가촉 천민의 특별한 기억이 별거 있겠습니까 그저 추접떠는 술자리 기억이지요 한심한 인생입니다
전화기 분실, 차 키 분실, 지갑 분실,
오~~ 이렇게 심각한 총체적 난국은 처음 봤습니다.
그래도 잘 키우신 친구분 덕에 난국을 헤쳐 나오셨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
이젠 전만큼은 약주 드시지 않으시지요?
긴 글이지만 요소 요소에 설치된 유머 덕분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
고려말기 길재선생의 시구 한귀절이 적절할듯 합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대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제가 현생에서 함박산님을 일찌감치 모르는 사이라는 게 행운요. ㅋㅋㅋ 술. 술. 그 좋은 것. 나 함박산님 알았다가 죽을 뻔 했네.
전생이라면 황실의 도깨비 공작公爵님과, 경남 창녕의 뻘밭에서 연뿌리 뽑는 소작농 이겠으니 만날일 없었겠지요
현생 이라면 미래 첨단을 주도하며 연구하시는 도깨비 공학박사님과 전직 철공소 잡부인 함박산이 만날일 없겠구요
미래라면...글쎄요 안드로메다와의 전쟁중인 우주전함 선내에서 한번쯤 스치며 지나는 인연쯤 될라나요
전함의 전술을 주도하는 참모와 엔진실 청소하는 잡부로서 ㅋㅋㅋ
저도 주류파에 속하는 일 인이긴 합니다만 엄청 나십니다.
연이어 음주 계속 ~
타고난 술꾼이시로군요. ^^
주변 인맥이 좋으시니 다행(?)이십니다. ^^~
타고난 술꾼은 절대 아닙니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생각없이 마시고 실수를 해댔지요
결과는 그리 좋지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스페샬 글 작성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페샬이라 영양가도 알찹니다 ㅎㅎ 술은 마시고 나면 과해서 탈이 나고 과해서 실수를 하다보니 심사를 어지럽히지 적당히? 적당히가 절대 안되지만 그리만 된다면 세상에서 없어서 안될 불로주 기쁨주 인데 쩝, ㅎㅎ 술에 관한 정답이 없어서 그저 술술~~ 만 읇조리다 맙니다 자~알 읽고 갑니다 ^^
운선님이 보답하라 하시기에 옛글 내보였습니다만, 그닥 삶방에 어울릴 글은 아니지 싶습니다
만족하지 못하지만 후회도 없습니다 내게 주어지고 펼쳐진 한판의 인생이라
@함박산2 살아가는 이야기가 사람 모양새가 다르듯 각각 다른데 어찌 글이 천편일률적 같겠습니까
그 다름과 개성이 없으면 읽는 독자 수도 감소하겠지요 리얼하면서 절제한 듯 시니컬한 철학적 가미는 글 쓴이의 능력입니다
어느 한날 죽어버리겠다고 포도주 반병 들이붙고 누웠더니 죽은줄 알고 응급실 실려 간적이 있었지만,술과는 친하지 않다보니 주변에서도 거의 술 구경을 못하고 살았지요.
요즘에는 배워서 맥주와인 한잔은 마시지만,그저 잘밤에 수면제 용도 일뿐.
사람이야 각양각색이니 같을 순 없지만 함박산님의 위장에 구멍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살아계시니 지금 읽는 재미를 주는 과거의 읽기를 올렸겠지요.
잼나게 읽었습니다.
혹시 개실염 이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장에 구멍이 나서 열흘정도 입원 했었지요
아마도 나는 맨정신 으로는 세상 살기 싫었던가 봅니다
그 뒤로는 술이 확 줄었지요
그건 글코 리진님이 왜 그런 극단적인 퍼포먼쓰를...
로미오군 만나려는데 집안에서 극구 반대 했었나요
이유가 뭐든 그런맘 먹으면 안됩니다 리진님은 이미 5060카페에서 인정받는 아프로디테 이시라 뭇 남성들의 마음속 연인이며 꿈 이며 희망 이십니다
늘 고요히 평정심 유지하시고 안정된 행복 누리시길요~^
@함박산2 헐~~제 염려가 현실이 되었었네요.
손주도 보고 올리버 장가도 보내고 이쁜 월남색시에게 새장가 가시려면 건강하셔야 하니
절주 하셔야겠어요.
오래전 이야기죠. 로미오 까진 아니라도 허우대는 그럴 듯 했으니 눈독들이는 젊은 처자들이 유부인데도 불구하고 덤비니 내가 죽자 했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그나저나 어디다 감히라구 아프로디테가 격노할겁니다.그런 소릴랑 마셔요.
친가,시가,심지어 형부들 집안까지
윗어른,형제, 2세중 그 누구도
술 취한사람을 본적이 없다보니
함박산님 글을 다 읽기도전에 취했나 어지럼증이~@@@@
어이쿠~죄송합니다~
ㅋㅋㅋ
재미 있네요. 일기 ~~나중에 책 에 내요
예~
달팽이가 자신의 집을 메고 다니듯 지기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휴대하고 다닐 수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ㅡ밀란 쿤데라ㅡ
불가촉 천민의로서 삶은 휴대할것이 없다 주어진 길,
외길 갈수밖에...
~킨타쿤테~
@함박산2 뿌리를 잃지 않은 불가촉 천민 킨타쿤테가 되겠네요.
함산님덕에 설 읽었었던 책 다시 펴봤습니다. 어울리는 문장이라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