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방 / 이원규
저 멀리 빛난다고 다 별빛은 아니었네
점촌역전 골목의 지하 다방
그녀의 청보라 스웨터엔 별들이 반짝거렸지
한번 불붙으면 펄펄 뛰는 팔각 성냥갑
달달하게 녹기 전에는 날 세운 각설탕
오빠야, 나도 차 한 잔 마실게
옆자리 앉자마자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근데 얼굴이 캄캄한 오빠는 뭐 하는 사람?
나야 뭐, 지하 막장에서 벼, 별을 캐지
아, 죽어야만 2천만 원짜리 그 막장 꺼먹돼지!
그래 그래 별마담, 커피 두 잔 부탁해
철없는 시인이 되었다가 폐광하고
경제학 원론을 불태우던 그 시절
지하 1층 별다방에서 별똥별을 보고
지하 700미터 막장에서 운석을 캐냈지
밤마다 9톤의 별들에게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지
오후 네 시에 팔팔 항목으로 들어가
자정 무렵 시커먼 포대자루로 기어 나오면
코피처럼 폐석처럼 쏟아지던 별빛들
세상도 나도 너무 밝아져 다 식어버렸네
지천명 넘어서야 밤의 지리산 형제봉
홀로 해발 1100미터 산마루에 누워
아득하고 아득한 별빛들을 소환하네
아주 가까이 빛나던 것들은 모두 별빛이었지
[출처] 이원규 시인 8|작성자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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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
별다방 / 이원규
못난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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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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