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조집 『별 하나 걸어놓고』 출간한 임동석 시인
『THE PEOPLE』
올해 3월, 콩나물신문에 「영산포」라는 시조를 발표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임동석 시인이 마침내 고대하던 첫 시조집 『별 하나 걸어놓고』를 출간했다. “주낙에 걸린 바다 끌고 가는 통통배가, 얼큰하게 삭은 하루 닻을 내린 포구에, 콧날이 출렁거리는 파도를 닮은 사내”로 시작하는 시조 「영산포」는 한동안 고향을 잊고 세속적 삶에만 골몰하며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던 수많은 실향민(?)의 발걸음을 다시 고향으로, 가족과 친구의 품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임동석 시인은 올해 일흔의 늦깎이 시인이다. 나이 70을 일컫는 말로 ‘종심(從心)’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천상 임동석 시인을 위해 준비된 말이 아닌가 한다. 시인은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2012년 1월, KBS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3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시집은 평소 시인의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던 고향과 가족, 어린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을 한 올 한 올 풀어낸 사모곡이자 망향곡인 셈이다.
시집을 펼치자 「낚시」라는 시의 “앞산을 뒤로 당기니 아침이 딸려온다”라는 구절이 퍼뜩 눈에 띈다. 시인의 그릇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크기임을 알겠다.
임동석 시인님 안녕하세요. 지난 얼마 전 첫 번째 시집 『별 하나 걸어놓고』(시산맥)를 출간하셨습니다. 축하드리며 간단한 출간 소감 부탁드립니다.
그토록 소망했던 시조집을 냈다는 것은 저에게는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수확의 계절 가을이 왔다는 것이겠지요. KBS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했을 적 진행자가 느닷없이 저에게 평생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주저 없이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 소원을 이루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알찬 열매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오랫동안 일궈 온 글이기에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지만 뿌듯함이 더 크기도 하고요. 또 독자들이 제 시조를 읽고 어떻게 생각할까 두렵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설레기도 합니다.
고향 친구들의 응원 메시지
임동석 시인은 2012년 1월, KBS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해 최종 3위를 차지했다.
『별 하나 걸어놓고』라는 제목과 표지가 참 인상적입니다.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려서부터 별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별이 그리 많지 않지만 어릴 적 고향하늘에는 별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이 시조집 『별 하나 걸어놓고』의 별은 시인이 되겠다는 저의 오랜 꿈이기도 하고, 길 없는 세상에서 제 삶의 이정표이기도 하며,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까막눈 길을 비춰주는 등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별빛을 따라 포기하지 않고 더디지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요. 그 뜻을 잘 헤아려 준 저의 멋진 벗들이 제 글을 명쾌하게 해석해주고 표지도 마음에 쏙 들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효석 문학관에서 부천문인협회 회원들과 함께
얼마 전 고희(古稀)를 맞으셨는데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 시집을 내셨습니다. 시조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이셨던 김관재 선생님께서 시골 학교에 문예부를 만드셨지요. 그때 문예부에 들어가 글을 쓴다기보다 책 읽기를 많이 했던 것이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요, 대학 공부를 하며 문학 중에서도 시를, 시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 고유의 형식을 가진 간명한 울림이 있는 시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방송통신대학에서 국문학을 배우고,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오봉옥 교수님으로부터 시를 배웠으며, 그 후 얼마 뒤 시조 시인 강정숙 선생님으로부터 시조를 배웠고, 2016년 가을호 계간 『시조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했습니다.
제10회 ‘월하 시조 문학상’ 시상식
이번 시집 『별 하나 걸어놓고』에는 몇 편이 실려있고 주로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소개해 주세요.
제 시조집에는 평시조 연시조 엇시조 총 61편의 시조가 실려있습니다. 내용은 아무래도 저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많지요.
부모님과 가난에 대한 아린 기억들과 그 추억, 고향집과 가까운 영산강에 얽힌 이야기, 유년의 향수 이런 것 등등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것, 또한 제 삶의 느닷없는 돌부리 이야기도 있습니다.
임동석 시인 첫 시조집 『별 하나 걸어놓고』
임동석 시인에게 시(詩)는 무엇인가요? 또 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나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저에게 시란 한 마디로 즐거운 고통입니다. 시 한 편을 놓고 몇 날 며칠 꿈속에서도 주무르는 그 고통,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을 보는 짜릿한 즐거움. 시는 제 인생의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별이기도 하고요, 제 삶의 일부이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많은 시인과 작품이 생각납니다. 얼마 전 작고하신 신경림 시인의 「낙타를 타고 가리라」, 故 천상병 시인의 「귀천」, 손택수 시인의 「호랑이 발자국」, 문태준 시인의 「맨발」, 나희덕 시인의 「못 위의 잠」, 이우걸 시인의 「팽이」, 강정숙 시인의 「천 개의 귀」 등등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이효석 문학관에서 부천문인협회 회원들과 함께
「내 고향 월송」이라는 시에서 시인의 남다른 고향 사랑이 느껴집니다. 고향 자랑 좀 해주세요.
제 고향은 전라남도 나주 도심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하는 영산강을 끼고 있는 고장입니다. 강이 굽어 있어 곡강이라고 하고요. 그중 저희 마을은 봉황이 운다고 하는 제봉산 아래 대밭을 빙 두르고 있으며 마을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있고 그 끝에 영산강이 허리띠를 두른 듯 흐릅니다.
선녀가 내려와 비파를 탔다는 곡강의 주산 (옥녀탄금) 백연산이 우뚝 솟아있고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봉황이 알을 품고 있다는 명산 (비봉포란)을 알이 부화하지 못하도록 산을 갈라 길을 만들어 지금도 그 알이 어미 품과 떨어져 있다는 그런 아픈 상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고려적 시중 벼슬을 지낸 분이 태어난 곳이라 하여 마을 이름도 시중인 곳도 있고요. 제 시조 「내고향 월송」에서 ‘새소리 묻어두고’의 새 소리는 소쩍새 우는 소리입니다. 밤이면 꿈속인 듯 잠을 깨우던 “소쩍 소쩍 솟소쩍” 그 소리를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고향은 제 마음속 영원한 안식처이고 위로가 되는 꿈속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고향 나주에서
끝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콩나물신문 독자 여러분께 희망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앞으로도 늘 시를 읽고 쓰며 시와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제 삶의 일부이니까요. 한국문인협회원으로서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으로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그들에게 늘 배우면서 갈 것입니다. 또한 언젠가는 두 번째 시집을 내겠다는 욕심도 가져봅니다.
그리고 제 출간 소식을 지면에 올려주신 이종헌 편집장님과 관련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요. 세상은 참으로 어려운 곳이지만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닐지라도 목적한 곳에 꼭 도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콩나물신문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이루고 싶은 소망 꼭 이루시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빈 몸을 흩날리며 언 땅을 오르내린 / 우리에게 이젠 / 좋은 길만 있을 거야 / 말없이 / 신발 가지런히 / 해준 당신 / 사랑해' - 임동석 시조 '당신께' 전문
인터뷰┃이종헌(콩나물신문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