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옥상을 이용한 작물재배는 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이론적 지식과
짧은 기간의 경험으로도 가능하며 여기서 얻어지는 생산물로써
자급자족은 물론 이웃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서와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시멘트 건축물의 장벽 속에서 빠져 나와 거리에 나서면 도로와 보도는
온통 아스팔트와 시멘트 블록으로 덮혀 있어 흙이라고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운 도시에서
매일 흙 내음을 맡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유익함인 것이다.
경호가 선택한 수경재배는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각종 영양소가 포함된 배양액을
물속에 첨가시켜 그 물 속에서 영양분을 섭취토록 하는 것이었으며,
일정한 시차를 두고 물을 갈아 줄 때는 이미 사용한 물은
아래에 있는 밭으로 보내 질 수 있도록 하여 어느 정도의 영양소가 남아 있을 물의 낭비를
최소화 하는 것이었다.
경호는 온실바닥에서 1m 높이에 선반을 설치하고 철공소에서 만들어온 물통을 올려놓은
다음 모종을 옮겨 심을 재식판(栽植板)을 물통 위에 놓았다.
경호는 별도의 발아(發芽) 상자에 씨앗을 뿌린 후 싹이 돋고 어느 정도 자라면
이식할 생각이었다.
수경재배에 필요한 설비를 마무리 지은 경호는 온실 바닥에 양쪽으로 조성된 밭에
물을 흠뻑 뿌려 부풀려 있는 흙이 어느 정도 다져 지기를 기다리며
파종을 위해 물에 담가둔 씨앗의 상태를 살펴본 후 내일쯤엔 파종하기로 하고
씨앗을 뿌릴 장소를 나누어 보았다.
수경재배 시설이 되어 있는 동쪽에는 상추, 쑥갓, 시금치, 실파, 부추, 배추와 무를 심고,
서쪽 편에는 키가 큰 오이, 아욱, 깻잎, 토마토, 고추, 가지를 심기로 했다.
계사에도 사료통과 물통을 비치하였고 비와 햇볕을 피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천장이 있는 방도 완비되었음으로 입주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 아침식사를 끝낸 경호는 외출준비를 하고 있었다.
며칠 전 지역 케이블 방송을 보던 경호는 동림기업이란 회사의 사원모집 광고를 보고
모집분야 중 건물 관리인에 입사하기 위하여 준비하여 둔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종묘상과 화원에도 들려 경작에 필요한 도구와 비료도 구입해야 했다.
집을 나선 경호는 곧바로 광안동에 있는 동림기업을 찾아가 준비해온 서류를 제출하고
화원이 밀집해 있는 석대동으로 갔다.
석대동 주변에는 상인들과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러온 사람들로 성시를 이루고 있었고
그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혼잡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종묘상과 농약 판매점에서 작물 재배에 필요한 도구와 비료, 살충제를 구입한 후
화원에도 들려 30cm 정도 자란 토마토와 고추 등 모종과 옥상 가장자리에 심을
30그루의 묘목을 구입하였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많은 시간을 보낸 경호는
오늘 중으로 나무심기와 파종을 끝 마쳐야 하므로 구입한 물건들을 용달차에 싣고
서둘러 귀가했다.
옥상의 온실 벽에 걸어둔 온도계는 섭씨 20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온실 바깥과는 3도 정도의 차이가 있었으나 온실의 창문을 모두 열고 공기소통을
원활히 하면 식물이 자라는데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 준비를 끝낸 경호는 어제 오후에 물을 듬뿍 주어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있는 밭에
구입해온 모종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종류별로 이식한 후 북을 돋우어 주었다.
다음에는 물에 담가둔 씨앗을 수경재배 시설이 되어 있는 바닥과 발아상자에 파종하는
것으로 이식과 파종 작업을 마쳤다.
이제 4-5일이 지나면 씨앗 속에서 잠자던 생명이 위대한 탄생을 알려올 것이다.
이어서 옥상의 자장자리에 대추, 포도나무 등 키 작은 과실수와 동백, 사철나무와 같은
상록수를 심은 뒤 계단 입구에는 회양목으로 공간 정리를 했다.
모든 작업을 마무리한 경호는 작업용으로 쓰던 의자에 앉아 노을을 그려내고 있는
서산낙일(西山落日)을 바라보며 인간의 작은 노력에 의해서도 주변의 환경을 친화적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첫댓글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시골사람님 
수고 많으십니다 
무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