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을 경계하는 벽사의 화신 ‘귀면’
귀면(鬼面)은 벽사(辟邪)의 의미로 건축물 또는 공예품에 부수되는 부분에 괴수 얼굴이나 몸의 형상이다. 이러한 형상이 있는 문양이 귀면문(鬼面文)이다. 주로 법당 전면 문짝의 궁창이나 처마 밑, 기둥머리, 창방, 평방, 불단 등에 장식되며 그림이나 목각(木刻)의 형태로 볼 수 있다.
귀면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눈은 반구형으로 돌출되었고 코는 중앙에서 넓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높이 솟아 콧구멍이 드러나 있다. 귀와 수염, 머리카락을 갖추고 있으며 눈 위쪽 좌우에는 큰 뿔이 솟아 있다. 입을 크게 벌려 날카로운 송곳니가 위압적인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 사찰의 귀면상을 일명 ‘낯휘’라고도 한다. ‘낯’은 얼굴의 또 다른 말이며, ‘휘’(暉)는 몇 가지의 색깔 띠로 나누어 채색한 것을 가리킨다. 귀면상은 그림뿐만 아니라 조각상으로 제작되어 법당을 장식하기도 한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사찰의 귀면상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입에 아무것도 물고 있지 않은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연꽃이나 풀잎 등을 입에 물고 있는 얼굴이다. 비율로 보면 전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런 형식의 귀면상은 사찰 장식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머리는 산발이고 다리가 하나이며 머리에 뿔이 하나인 우리나라 전래의 도깨비상과는 구별된다. 성격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 전래의 도깨비는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사찰의 귀면상은 어디까지나 사찰과 불법 수호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림이건 조각이건 귀면상에서 흥미로운 것은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 단독으로 장식된 경우는 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나, 둘 이상일 경우에는 바라보는 방향이 각각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이는 벽사의 대상 범위를 넓게 하기 위한 묘책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사찰의 귀면상은 다양한 방향으로 시선을 던져 사방을 주시함으로써, 언제 어느 곳으로 들어올지 모를 사악한 무리들을 막아 사찰을 수호하는 벽사상(辟邪像)의 역할을 물상으로 해석된다. .
<참고: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中
[출처] 사악을 경계하는 벽사의 화신 ‘귀면’|작성자 일주문